여든의 시인 차홍렬, “좋은 날에도 눈물 나는 건 세월의 빛깔”

최광대 기자 / ckd@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10-02 19: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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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하성에서 시집 『이렇게 좋은 날에 왜 눈물이 날까』 펴내

▶차홍열시인의 "이렇게 좋은 날에 왜 눈물이 날까" 표지 [사진=최광대 기자]

 

[남양주=최광대 기자] 여든의 나이에 여전히 펜을 놓지 않는 시인이 있다. 김포시 하성면 최전방 마을에 거주하는 차홍렬(80) 시인이 최근 시집 『이렇게 좋은 날에 왜 눈물이 날까』를 펴내며 문단에 자신만의 색깔을 다시금 전했다.

 

차 시인은 대구 농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시적 자산으로 삼아왔다. 논두렁의 물고기와 들꽃, 썰매와 눈, 그리고 고향 마을의 풍경이 오늘날 그의 시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차 시인은 1988년부터 2014년까지 26년 동안 남양주 별내에서 카페 ‘하이디하우스’를 운영했다. 그는 당시 문인과 음악인들로부터 ‘촌장’이라 불리며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에 섰다.

 

“황금찬, 조병화, 이생진 같은 시인들이 제 카페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했습니다. 봄이면 메밀꽃이 흐드러졌고 가을이면 음악회와 시 낭송회가 열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제 인생의 큰 축복이었습니다.”

 

가수 이동원, 작곡가 최영섭, 수많은 성악가와 시인들이 하이디하우스를 드나들며 지역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차 시인은 예술의 상업적 변질을 우려하며 운영을 접고 김포 하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새 시집 제목 『이렇게 좋은 날에 왜 눈물이 날까』에는 노년의 성찰이 담겼다.

 

“삶을 오래 살다 보니 기쁜 순간에도 눈물이 나더군요. 하이디하우스를 떠나던 날, 손주와 시간을 보내던 날, 아이들과 꽃을 심으며 웃던 날에도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은 세월을 견뎌낸 마음의 무늬라 생각합니다.”

 

시집에는 노을, 꽃, 아이들과 함께한 일상이 담겨 있다. 차 시인은 이를 통해 청년의 순수한 심정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현재 차 시인의 주 무대는 김포의 지역아동센터다. 그는 아이들과 화단에 꽃을 심고 동시를 짓는다. 김춘수의 시 「꽃」을 들려주며 아이들이 직접 이름 붙인 꽃을 기록하기도 한다.

 

“성악가의 길을 걸었다면 무대 위에서 노래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제 무대는 아이들이고, 노래는 동요와 꽃 이름입니다. 이 무대야말로 제게 주어진 또 다른 축복입니다.”

 

차 시인은 사진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사진가 최광대와 함께 20년 넘게 카메라에 자연을 담아왔다. 그는 지난날 카메라를 물에 잃고도 “오늘 금강초롱을 찍은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만큼 열정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패배한 인생이 아니라 노을처럼 다시 시작하는 인생 2막을 살고 싶다”며 “좋은 날에도 눈물 나는 이유는 바로 그 눈물이 시의 잉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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