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허들링이 필요해!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4-07 14: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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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희 (사)밝은청소년 이사장



딸이 보낸 카톡 소리에 잠이 깼다. 딸이 사회 문제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결혼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딸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하여 인스타에 지대한 관심과 의견을 올리더니 드디어 내게도 문자를 보내왔다.

결혼 전 딸은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표한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람 간의 갈등과 상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관련 전공과 일을 하다가 사단법인을 설립하여 2001년부터 집단따돌림과 학교폭력, 자살 예방 장기 인성교육을 최초로 학교에서 학급별로 보급해오고 있다.

다문화 시대를 맞아 2017년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다문화학생의 적응도 돕고 다문화인식 개선을 위해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를 시작했다. 다문화학생과 비다문화학생이 8개월 동안 노래를 매개로 어울리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와 상생과 하모니를 배워가는 인성예술프로젝트이다. 허들링이란 남극의 펭귄 수만 마리가 안팎의 위치를 바꿔가며 몸을 붙이고 온기를 나누며 추위를 이겨내는 감동의 행위이다. SNS 상 팔로워가 많은 딸이 어느날 허들링청소년합창축제 개최를 언급하며 매우 진지하게 다문화와 인권 등에 관하여 글을 올렸다. 깜짝 감동이었다.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8년째 세 아이를 양육하면서 허들링의 취지를 더욱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문자 왈 “엄마 허들링에 우크라이나 다문화가정 없어? 혹시 없더라도 허들링합창단 애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팻말을 들거나 기도하는 사진이라도 띄우면 좋을 텐데,.. 우크라이나 다문화 가정에 힘을 주면 좋겠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며 그들이 지구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바르고 따뜻하게 살아가도록 지도하며 실천하려는 의지가 기대 이상이라 자못 놀랍고 대견하고 고맙다. 많은 젊은 세대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하며 희망을 가져본다.

무한 경쟁 시대, 개인이든 국가든 배려와 상생과 평화를 위한 전 지구적 차원의 허들링이 절실한 때이다. 어릴 때부터 허들링을 배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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