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탐정업 법제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4대 과제’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2-20 14: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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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업) ‘금지는 해제되었으나, 이를 지도·육성할 근거법 부재로 엉거주춤·좌충우돌’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K탐정단 단장)



한국형 탐정(업)! ‘개별법과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는 누구나 당장이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2018.6.28)를 시발(始發)로 경찰청도 ‘타법과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은 사실상 가벌성이 없음’을 감안하여 ‘탐정업 그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았다(2019.6.17, 탐정업 관련 민간자격등록 수리 등). 여기에 신용정보법 개정(2020.2.4, 탐정호칭사용금지조항 적용대상 축소·특정)으로 동법 제15조에서 정한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닌 일반인은 누구나 ‘탐정호칭사용’이 가능해짐으로써 탐정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렇듯 ‘탐정(업)을 금지한다는 법문’이나 ‘불가능하다는 법리’ 만큼은 우리 법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으나, 탐정(업)을 허용한다는 법문 역시 아직 어디에도 없다. ‘직업화는 가능해졌으나 법제화를 이루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사실 모든 직업이 법제화 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고, 모든 직업을 법제화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탐정업의 경우 대개의 업무가 암암리에 진행되는 특성상 일탈의 소지가 비교적 높다는 측면에서 ‘부적격자의 진입 차단이나 불법·부당한 사건 의뢰 및 수임 방지’ 등을 도모할 ‘법제화’가 긴요하다는데 이론(異論)을 제기하는 사람 없다.

그럼 한국형 탐정(업) 법제화는 ‘어떤 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당할까? 이와 관련 정·관·학·언·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있으나, 대개의 안(案)이 ‘상황 인식 오류에서 비롯된 단견’이거나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필자는 40여년 간의 정보업무 및 탐정(업) 관련 학술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탐정업 법제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아래 네 가지로 압축하여 제시해 보고자 한다.

① [탐정업 소관청]탐정업 관장할 ‘주무 부처’부터 정하고 입법 추진해야

경찰청과 법무부는 17대 국회(2005년)부터 지금까지 17년째 ‘탐정업은 우리가 관리·감독하는 게 맞다(경찰청)’거나 ‘탐정이 왜 필요한가? 꼭 두어야 한다면 우리가 관할하는 게 옳다(법무부)’는 식의 이견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보다 못해 박근혜 정부 때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10여년 간 국무조정실이 조정에 나섰으나 두 부처의 기세를 꺾지 못해 무위에 그쳤다.

그간 13건의 탐정업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주목 받지 못한 채 흐지부지 무산(11건) 또는 일부(2건)는 계류되어 있지만 별 관심을 끌지 못한채 뒷전에 밀려나 있는 요인에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내세운 대한변호사협회의 극력 반대도 한몫 하였으나, 실제는 ‘소관청 미지정에 따른 추동력 부재’가 더 큰 원인이었음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현재 경찰청이 ‘탐정(업) 관련 일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이는 자격기본법에 의한 수동적 동의 업무이거나(탐정업 관련 민간자격 등록 적정성 검토 등), 경찰청 스스로가 ‘탐정업은 경찰 관련 업무’라 자임(自任)하고 잠정적으로 챙겨보고 있는 정도일 뿐 정부조직법 상 지정(분장)된 책무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흥신업자가 알아내 의뢰자에게 넘긴 타인의 주소’가 범죄에 악용되는 등 탐정업의 일탈이 사회적 먹구름으로 대두 되고 있지만 그에 대해 책임을 질 부처도 없고, 사명감을 지니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울 부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 어느 부처를 탐정(업) 소관청으로 지정함이 옳을까? 경찰청은 “탐정의 주된 업무는 실종자나 가출인 찾기, 도난품이나 분실물 찾기, 인적·물적 위해요소 발견 등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관계 파악’을 요체로 하고 있다”는 측면과 경찰조직은 탐정(업)의 불법·부당을 일상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탐정업을 안착시킨 선진국의 경우 대개 경찰이 탐정업을 관리하고 있다는 세계적 경험론 등을 들어 경찰이 탐정업 소관청이 되어야 ‘실효적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탐정업은 사생활과 인권 등 타인의 법익을 침해 할 소지가 큰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탐정업 공인화 자체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한편 법제화가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나 사건 취급자(전·현직 경찰) 간 유착 차단’ 등 ‘제도운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관할권을 법무부에 두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와 학계의 일부 사람들은 ‘경찰청 또는 경찰위원회가 총체적인 관리방향을 제시하면 시·도지사 산하의 자치경찰위원회가 소관청이 되어 탐정업 영업신고를 받고 실질적 관리는 해당 자치경찰이 행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으며, 또 다른 일부에서는 법무부와 경찰청의 갈등 구조를 아예 벗어나 탐정업만을 관장하는 별도의 정부기구(위원회)를 두자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기존의 정부기구를 두고 새로운 기구를 창설함에 따른 인력과 예산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아이디어 수준일 뿐 실효성도 적정성도 떨어져 보인다.

필자의 정보 및 탐정 관련 학술 연구와 현장 경험 등을 바탕으로 볼 때 탐정업은 ‘경찰청(생활안전국)이 직접 관장하거나 경찰청 또는 경찰위원회가 총체적인 관리방향을 제시하면 시·도지사 산하의 자치경찰위원회가 소관청이 되어 탐정업 영업신고를 받고 실질적 관리는 해당 자치경찰(생활안전과)이 행하는 방식’이 최적해 보인다.

② [탐정업 관리 방식]면허제와 등록제·신고제·자유영업제 중 어떤 형태가 좋을까?

일반적(세계적)으로 탐정업 관리 모델에는 면허제와 등록제·신고제·자유영업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면허제(免許制)’란 일정한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게만 탐정업을 허용하는 모델이다. 대개 까다로운 선발(시험)을 통해 자격이 부여된다는 측면에서 ‘공개경쟁선발제(공인제·자격제)’ 또는 ‘허가제’라 불리기도 한다. 한편 ‘등록제(登錄制)’란 선발 개념이 아니고 소관청에서 제시한 소정의 자격(조건)에 충족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에 맞추어 등록하고 탐정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이다. 면허제보다는 덜 까다로우나 신고제보다는 조건이 까다롭다.

‘신고제(申告制)’란 누구나 탐정업을 소관청에 간단한 신고만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모델이다. 하지만 신고제라 하여 아무나 진입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신고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결격사유 등을 둘 수 있다(중범죄자 또는 폭력범죄나 파렴치범 배제 등). 끝으로 ‘자유영업제(自由營業制)’란 사업자등록만으로 누구나 영업이 가능한 모델이다. 현재 한국형 탐정업은 관리법(규제법률) 제정 이전의 단계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바, 전형적인 자유영업제(자유업)에 해당한다.

그럼 위 4가지 관리 모델 중 ‘한국형 탐정업 관리 모델’로 채택하기에 가장 적절한 유형은 어떤 모델일까? 이에는 여러 가지 견해와 주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는 아래와 같은 비교를 통해 ‘신고제’를 한국형 탐정업 모델로 적극 추장(推獎)하고 싶다.

첫째, 인류의 역사와 함께 날로 진화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비공인탐정) 탐정’이 ‘공인제 탐정법 만들어진다’하여 사라질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미국, 호주 등 공인탐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의 경우에도 ‘비공인탐정들의 음성적 탐정활동 만연’과 ‘탐정활동의 일반화(대중화) 현상 점증’으로 공인탐정제 본래의 취지나 특별함(존재감)이 날로 퇴색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탐정업을 금지·단속해 왔으나 흥신소, 심부름센터, OO기획사 등의 명칭으로 탐정활동이 끊이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탐정업무는 남모르게 진행되는 음습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들을 공인(公認)한다는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공인한다는 것인가? 도덕성을 공인한다는 것인지? 자질을 공인한다는 것인지? 대단한 탁상공론이자 형식주의적 발상이라 본다. 그 뿐아니다. 기능적으로 따져보면 경찰의 형사(刑事)가 ‘협의의 공인탐정’에 해당한다 할 존재인데, 민간에게 법률로 ‘공인탐정’이라 명찰을 달아주는 일은 희한한 일이 아닌지 정말 웃고픈 일이다.

세계 제1의 탐정대국이자 탐정모범국인 일본이 ‘탐정업 관리 방식’을 정함에 있어 126년간의 장고 끝에 ‘공인제(선발·면허제) 탐정업’이 아닌 ‘신고제 탐정업’을 채택한 까닭이 무얼까? ‘탐정은 공인(公認)할 대상이 아니라 어느 시대건 적정화(適正化)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도출했음이 그에 대한 답이며, 그 산물이 ‘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2006’)이다. 즉, ‘몇몇 사람만을 공인함에 따른 음성적 탐정의 만연보다 모든 탐정업자들을 신고하게 하고 이를 바르게 이끌어 나가는게 백번 낫다’는 실용주의적 사고가 신고제를 택한 이유였음을 깊이 음미 바란다

둘째, 세계 어디에도 ‘공인탐정법(공인탐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법률은 없다. ‘조례나 규칙 등에 따라 탐정자격을 취득 또는 부여 받은 사설탐정’이건 ‘탐정업 업무 관리법 또는 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신고·등록된 탐정’이건, 행정권의 지도·감독을 받고 납세 의무를 지면 그 어떤 모델의 탐정이건 개념상으로 ‘광의의 공인탐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반드시 ‘공인탐정법’이라는 이름을 지닌 법률에 의해 태어나야만 ‘공인탐정’이 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광의의 공인탐정’과 ‘협의의 공인탐정’ 개념 혼동).

즉 세계 어디에도 ‘공인탐정법’이라는 법률에 의해 태어난 ‘협의의 공인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호주 등의 탐정 역시 조례와 규칙 등에 의해 태어난 ‘광의의 공인탐정’이지 ‘공인탐정법’이라는 법률에 의해 태어난 ‘협의의 공인탐정’이 아니다. 그들 사회에서는 아예 ‘공인탐정’이라는 말 자체를 구사하지 않는다. 그냥 detective 또는 private investigator로 불린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 호주 등의 나라에서는 공인탐정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말은 좀 과도하거나 왜곡스러운 표현이라 지적해 두고 싶다.

셋째, ‘탐정(探偵)’이란 명칭은 영어 ‘Private Investigator’를 일본에서 자신들의 풍토에 맞게 한자로 번안하여 자국의 민간조사원(업)에 대해 붙인 호칭이다. 하지만 ‘탐정’이란 용어를 만든 그들마저 ‘탐정은 활동 패턴에 통일성이 없는 존재’로 여겨 ‘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적정화의 대상(바르게 이끌어야 할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법명에 ‘적정화’라는 낱말이 들어간 까닭을 깊이 음미 바란다.

이렇듯 ‘탐정’ 용어의 종주국인 일본에서조차 비호감스럽게 여기는 ‘탐정’이라는 그 호칭 앞에 우리가 생뚱맞게 ‘공인(公認)’이라는 월계관까지 씌운 ‘공인탐정법’을 제정하여 대한민국의 법전에 올리려 한다면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탐정업’, ‘탐정업무’, ‘탐정’이란 용어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생활어로 자리하고 있어 사용이 일응 긍정될 수 있겠으나, ‘공인탐정 또는 공인탐정법’이라는 용어를 골자로 하는 법제정은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해 보인다.

넷째, ‘공인탐정법(공인탐정)’이라는 법명이나 직업명에서의 ‘공인(公認)’이라는 말은 국가가 탐정(업)의 도입이나 운용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변호사 등 인접직역과 탐정(업) 반대론자들의 입법 반대 저항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간의 판례와 관련법 개정 등 법제 환경의 변화로 ‘이미 보편화된 탐정업’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탐정업무를 지도·감독할 규율법(가칭 ‘탐정업 업무 관리법’) 제정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설명하면 누가 무슨 이유로 반대하겠는가? ‘탐정업 업무 관리법’을 통해서도 탐정의 자격이나 업무범위, 교육, 징벌규정 등을 얼마든지 둘 수 있다. 지난 17대 국회(2005년)부터 10명의 의원이 13건의 ‘탐정 공인화 법률(공인탐정법에 의한 공인탐정)’ 입법을 추진해 왔으나 대한변호사협회 등 각계로부터 ‘탐정(업)을 공인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지적과 반발이 예사롭지 않았던 점을 깊이 상기해 보기 바란다.

다섯째, ‘공인탐정법’ 제정 추진은 당면한 일자리·일거리 만들기 과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개별법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2018.6) 이후 이어진 경찰청의 행정해석, 신용정보법상 ‘탐정업 관련 금지의 해제’ 등에 힘입어 현재 유점포 탐정 및 무점포 재택탐정·취업탐정을 비롯 행정사·법무사·공인중개사 등 타 직종 종사자의 탐정업무 겸업 포함 8,000여명이 탐정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이들의 생업을 무시한 채 소수 인원 선발 방식의 공인제(자격제·면허제) 법률 제정을 덜컥 추진할 경우 어떤 혼란이 야기될까?

만약 ‘공인탐정법’으로 한 해에 500여명이 선발될 것을 가정할 경우 하루 아침에 7500여명이 일거리를 잃게 됨은 물론 그간의 투자비용을 날리게 된다. 이들이야 말로 또다시 ‘음성적 탐정의 길’로 들어 설 수 밖에 없으리라 본다. 이에 반해 ‘탐정업 업무 관리법(신고제 법률)’ 제정으로 탐정업이 보편적 직업으로 뿌리내리면 1~2년 내에 3만여 명의 일거리(년 3조원 규모의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와 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여섯째, 만약 우리나라에서 탐정을 시험성적 순으로 선발하는 면허제(협의의 공인제)를 시행하면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 아마도 변호사자격을 취득한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이 변호사업의 시너지 극대화와 미래 비전 확보 차원에서 공인탐정자격을 취득해 두려 적잖이 응시할 것으로 보이며, 법무사·행정사·공인중개사·변호사사무장 등을 중심으로 공인탐정자격 취득 붐이 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취준생들과 현직 공무원, 법학도를 비롯한 공무원시험 탈락자들이 대거 가세하여 매년 공인탐정 선발 인원수를 이들이 거의 차지하게 될 것이라 본다.

이로 현재 탐정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당장 탐정업을 생업으로 삼아 보려는 공·사직 퇴직자나 주부 등 비교적 일찍 ‘손에서 책을 내려놓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시험에서 불리해질 것이며, 그들의 진입 좌절은 또 다시 음성적 탐정활동으로 이어 질 것이 불보듯 뻔함에 주목해야 한다.

③ [탐정업 업무의 범위]‘열거주의’ VS ‘개괄주의’ 어떤 선택이 실효적일까?

세계적으로 탐정(업)의 업무 범위를 정함에는 ‘법률로 열거한 일’만 할 수 있게 하는 열거주의(포지티브·Positive)형과 ‘하지 말라고 금지된 것 외에는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개괄주의(네거티브·Negative)형으로 대별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탐정(업)의 직업화 진행 및 법제화 논의와 때를 같이하여 ‘탐정(업)의 업무 범위’를 어떤 모델로 설정함이 옳을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 필자는 ‘탐정업의 업무 범위를 명료하게 획정(劃定)해 두면 탐정의 일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열거주의)의 나이브(naive)함과 그 위태성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탐정(업)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암암리에 진행되는 특성상 ‘그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즉, 탐정업무의 진행 과정을 추적하거나 밀착 감독하는 일은 홍길동의 행적을 쫓는 일보다 지난(至難)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탐정업에서 ‘탐정들은 획정 되어진 이 일만 해야한다’는 열거주의 법문이 엄수되리라 보는가? 또한 입법기술상 탐정업의 업무를 수십 수백가지로 세분하여 낱낱이 획정할 수 있겠는가? 또 그들의 업무가 획정된 범주 내에서만 이루어 지고 있는지 확인 할 인력이나 방도는 있는가?

이런 점에 연유하여 탐정(업)의 업무 대상이나 범위를 획정해 두는 ‘열거주의 입법’은 ‘탐정업의 위태성 최소화’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그 법률이 공포되는 순간 ‘있으나 마나한 법률’로 전락될 것임이 불보듯 뻔하다는 게 탐정(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러한 ‘탐정업의 특질’을 감안하여 일본·영국·프랑스 등 탐정제를 안착시킨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탐정업의 업무 범위와 관련하여 그 범주를 법률로 열거하는 방식 대신 ‘최소한 해서는 안 될 일(절대적 금지)’만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광범한 업무 영역을 틈탄 일탈이나 문란행위가 노정되면 개별법(個別法)으로 즉각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탐정업 업무의 범위’를 열거하지 않고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 제6조(탐정업무 실시의 원칙)’를 통해 ‘탐정업은 타인의 사생활 등 권익을 침해하거나 개별법을 위반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업무의 기준이자 업무의 범위로 제시하고 있다. 즉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아니하거나 개별법에 저촉되지 않는 일은 일단 탐정업의 업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애기다. 이러한 개괄적인 업무 범위 제시는 일견 허술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 너무나도 명료한 업무 범위의 제시라 하겠다. ‘타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전제와 개별법의 엄중함을 느끼게 하는 법제(法制)이다.

미국의 경우 대개의 주(州)가 외형상 탐정업무의 범위를 명문화하는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으나 그 허용 범위가 만능(萬能)에 가까우리 만큼 광범하여 사실상 개괄주의 업무 범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미국에서 탐정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 교민들의 전언이다. 이에 연유하여 미국 탐정의 업무 범위를 일컬어 ‘열거주의를 통한 개괄주의 실현’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④ [탐정업 업무의 성격]‘사실관계파악’ VS ‘사실조사’ 어떤 표현이 적정할까?

일반적으로 ’사실조사‘는 법률에 근거한 특정인이 그 대상을 향해 ‘직접조사 또는 간접조사’를 병행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세무조사·피의자조사·감찰조사·여론조사기관에 의한 여론조사 등), ‘사실관계파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주로 탐문과 관찰 등으로 특정 사안의 진상 규명에 의미있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그 자료를 기초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라 하겠다. 사전적(辭典的)으로 보더라도 ’조사(調査)란 어떤 일이나 사실 또는 사물의 내용 따위를 명확하게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보는 것’이고, ‘파악(把握)이란 어떤 대상의 내용이나 본질을 확실하게 이해하여 알아 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얼핏 유의어로 들리지만 비슷한 말도 아니거니와 대체할 성격의 용어도 아니다.

예를 들어 형사소송법 제37조(판결,결정,명령)는 “결정 또는 명령을 함에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 이때 조사는 부원에게 명할 수 있고 다른 지방법원의 판사에게 촉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31조(사실조사)에서는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합의부원에게 재심청구의 이유에 대한 ‘사실조사’를 명하거나 다른 법원판사에게 이를 촉탁할 수 있다”고 규정해 두고 있다. 또한 주민등록법 제20조(사실조사)도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신고의무자가 이 법에 규정된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한 때, 규정된 사항의 신고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등에 그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사실조사’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자’와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 등을 엄격하게 법률로 정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탐정업의 정의(업태)를 ‘사실관계파악’이라고 함은 소극적 업무에 그칠 소지가 있음으로 보다 적극적 서비스를 추동할 ‘사실조사’로 함이 나을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국민을 명령·강제 할 수 없는 ‘100퍼센트 민간인 신분’인 탐정에게 ‘사실조사’를 허용하면 그야말로 권력적 작용인 수사·조사·감사·감찰 등과 뭐가 다를 바 있겠는가? 국회의원의 업무도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외에는 대개 ‘사실조사’가 아닌 ‘사실관계 파악’아닌가!

17대 국회부터 ‘사실조사와 사실관계파악 등을 혼합한 업무’를 골자로 하는 일명 공인탐정법, 민간조사업법 등 여러 명칭의 탐정법 제정이 추진되어 왔으나, ‘아무런 권력없이 임의적 활동을 해야하는 탐정이 어떻게 민간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일을 그 업무로 할 수 있느냐?’는 의문과 함께 ‘탐정이 특정인을 찾아가 사실조사 나왔다고 하면 뺨맞지 않겠느냐?’는 조소 섞인 지적이 대두되었음을 상기해 보기 바란다. 탐정(업)은 학술적·법리적으로 보아 ‘사실관계를 파악’해 주는 서비스업일 뿐 ‘사실조사’를 행할 권능을 갖지 못하는 업임을 거듭 강조해 둔다.

*김종식 소장 프로필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K탐정단단장),한국범죄정보학회탐정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퇴임),경찰채용시험경찰학개론강의10년/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경찰학개론,정보론,민간조사학(탐정학)개론,各國탐정업·탐정법&공인탐정(공인탐정법)의明暗/사회분야(탐정·치안·국민안전) 600여편의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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