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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히트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상징하는 부호들에, 커다란 물음표까지. 이 의문의 현수막은 왜 걸려있는걸까?
“지금은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같은 절대적인 생존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 그가 바로 임재혁((주)대성인더스트리 대표)이고 그 현수막 역시 적지않은 돈을 들여 그가 직접 내걸었다.
인물채집에서 그를 만났다.
지금이 어떤시대인가? 21세기 첨단이라는 시대의 벌판 한가운데서 코로나라는 깊고 큰 강을 만난 지구인들은 몹시 당황하며 다양한 이상증세를 보여왔고, 지금은 3차대전까지 불사하는 추악하고 히스테릭한 전쟁을 저지르고 있다.
이 와중에 바로 여기, 평생을 해외 수출만 하며 살았다는 임재혁 대표의 돌발행동(?) 역시 이상증세라면 그럴듯한 일.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누군가는 누구를 죽이고 또 어딘가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그 와중에 생존한 자는 뜻밖의 전리품을 얻게 됩니다. 오징어게임은 그렇게 진행되지만 정작 살아남은 자에게도 영광따위는 애초에 없습니다."
다행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어조로 논리정연한 대화를 이어가는 그를 보며 안도감이 든다.
"저 현수막에 그려진 오징어게임의 불길한 기호와 말뚝박듯 찍어넣은 물음표는 대체 뭔 뜻이냐고 사람들이 묻습니다."
당연히! 그런데 그의 대답은 그리 간단치가 않은 듯하다.
"바이러스들이 인간을 상대로 시작한 '코로나'라는 '오징어게임'은 우연히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가장 가까이에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코로나가 묻고 있는 겁니다. '함께 죽을 수 있는 사람인가? 함께 살 수 있는 사람인가?' '혼자라도 살아남을 사람인가? 아니면 다 죽이고라도 혼자 살아남을 사람인가?' '그래서 행복할건가?' 그 여러 질문들을 하고 있는 겁니다.각자 대답해 보자는 거지요."
'오징어게임'이 이렇게 무거웠나? 순간 의표를 찔린듯 하다. 급히 질문을 던젔다.
"본인은 어떤 답을 내렸습니까?"
망설임없이 답한다.
"함께 살거나 함께 죽거나지요."
혼자 살아 남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는 아는 거다.
사람들은 그를 "뻬빠"라고 부른다.
학부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연세대에서 행정학석사, 광운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수료까지한 그가 '뻬빠'라고?
"제가 '뻬빠인생' 이거든요. 무역회사 첫 출근한 날부터 지난 36년 동안 '뻬빠', 아니 정확하게 '샌드페이퍼'만 전 세계에 수출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현장 사람들은 저를 그냥 '미스터 뻬빠' 라고 부릅니다."
외길 인생 중에도 이리 편협한 외길도 참 드물다.
그 나이 또래들이 무역 회사에 다녔다고 한다면 "탱크에서 가발, 개껌까지" 팔 수 있는 건 전부 다 팔아제끼는 게 상식이었을 텐데, 오직 '샌드페이퍼' 한 가지만 36년이라니.
'미스터뻬빠'는 자신의 뻬빠 인생을 이렇게 자평했다.
"세상을 살다보면 거칠고 뾰족하고 모난 것들이 많이 부딪혀옵니다. 그 때마다 저는 '뻬빠'인생 주제가를 부릅니다. '뾰족한것은 갈아내고 모난것은 둥글게!' 그럼 주문처럼 된다니까요? 재밌지요?"
그의 말처럼 그가 인생을 거칠지 않게, 모나지 않게만 살았을까?
궁금해서 물었다.
"그렇게 부드럽게, 둥글게만 인생이 살아 지던가요?"
파안대소! 착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이 무너지듯 큰 파동을 일으키며 웃음을 쏟아냈다.
"그런 인생이 어딨어요? 환갑 넘게 살았는데, 전쟁같은 IMF도 견뎠고 선거에 나가서 깨져보기도 했고, 사람 겪는 일 다 겪고 살았지요.다만 어떤 관점으로 보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난 곳에 정을 대서 깨트리기보다 갈아서 부드럽게 만들지요. 좀 더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결국은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됩니다. 제가 또, 잘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이거든요."
무조건 비가 내릴 때까지 지내서 성공률이 백퍼센트인 인디안 기우제에 대해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럼, 비가 안 오는데 끝나는 기우제를 봤냐?"고 따진다.
"못봤다!" 고 황급히 답했다.
그래. 이 사람은 그런사람인거다.
문제를 발견하면 반드시 끝을 보는사람, 잘 될 때까지 딴 데 보지 않는 사람, 모나고 거친 것을 보면 반드시 둥글게, 부드럽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보통이 아닌 사람.
뻬빠임재혁이 추구하는 '오징어 게임'의 승리전략은 무얼까?
'코로나'라는 깊고 큰 강을 건너는 우리에게 오징어게임 현수막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무언지를 물었다.
그는 단답형으로 답했다.
"잘먹고 잘살자! 단, 함께!"
역시 '뻬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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