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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사례를 예로 드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사례 1. 고열로 의식이 저하되어 현실 판단 능력이 손상된 환자가 의학적 치료를 거부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해야 하나? 환자 분이 치료를 거부하니 치료를 하지 않아야 할까?
사례 2. 망상과 환청 등의 중증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현실 검증 능력이 손상된 환자가 의학적 치료를 거부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해야 하나? 환자 분이 치료를 거부하니 치료를 하지 않아야 할까?
일반적인 질환의 경우를 생각하면, 환자 본인이 건강에 이상을 느껴서 병ㆍ의원을 찾아오고, 그에 해당하는 치료를 받기 원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환자 본인이 치료를 원치 않고,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거나 증상을 지켜보아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에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례1에서 처럼 환자가 의식이 저하되어 현실 판단 능력이 손상된 환자가 치료를 거부한다고 해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를 한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사례2에서 처럼 망상과 환청 등의 중증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현실 검증 능력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환자가 의학적 치료를 거부한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해, 타해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를 한다면 자해, 타해의 위험성을 방지할 수 있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외래에서 통원 치료를 하는 경우와 입원하여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 위의 사례1과 2의 경우는 입원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일반적인 질환의 경우를 생각하면, 비자의(非自意) 치료 제도는 필요가 없다. 본인의 증상에 따른 의학적 진단을 받고, 치료 여부를 본인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례1의 경우에도 그 당시는 의식이 저하되어 환자가 치료에 동의하지 못했다하더라도 다시 의식이 돌아오면 치료를 해준 의사와 치료하도록 해준 가족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의식 회복 후 입원해 있음을 인지한다 하더라도, 이를 소위 ‘강제 입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례2의 경우는 다르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사실이 아닌데도 그것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 망상 증상 또는 존재하지 않은데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고 지각하는 환각 증상으로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현실 검증 능력이 심각한 장애를 받고, 자신의 증상을 병이라고 인식하지 못 한다. 환자는 증상을 사실이라 믿고 병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가족이 그 증상은 사실이 아니며 병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우리 사회에서 편견이 많이 있는 중증의 정신 질환 소위 ‘정신병’이라고 말한다면 모든 적개심은 그렇게 말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가족에게 투사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신질환자는 자신을 입원시킨 의사나 가족을 원망하고, 퇴원 후에 입원 당한 것에 의한 분노를 넘어 보복을 하려 할 수도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고(故) 임세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살해한 환자는 ‘머리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망상(Delusion)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만약 그러한 망상 증상이 생각에만 그치면 다행이지만, 이 경우처럼 본인 머리에 폭탄을 설치했다며 타인을 공격하고 살해까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또는 스스로 머릿속의 폭탄을 꺼내려고 자해를 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생명을 잃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러한 위험성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라면, 이를 일반적인 질환처럼 환자가 치료를 원하지 않기에 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소위 ‘강제 입원’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강제입원’,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이하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에 해당한다. 환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원이 결정되다 보니 소위 ‘강제입원’이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이런 비자의 입원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중증 정신질환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만약에 위험성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인권만을 고려해 환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해서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인권 보다 더 소중한 본인 또는 타인의 건강과 생명을 잃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하다. 중증 정신질환자에서 치료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인권 위해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 거부를 본인의 진정한 의사로 볼 수 있는가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무엇이 중증 정신질환자를 위한 최선의 대책일까?
2018년 5월부터 환자의 인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의 입원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 보호의무자의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정했을 뿐만 아니라, 보호자 2인 이상의 동의와 서로 다른 병원에 속한 정신과 의사 2명이 입원에 대한 일치된 의견 등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요건이 까다로와 정작 입원 치료가 시급한 환자의 비자의 입원치료를 시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득이한 경우 이뤄지는 응급입원과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도 복잡한 절차 및 책임문제로 인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의 입원 기준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고려하면 자해 상처가 있는지, 자살 사고가 있는지, 타인에게 해를 끼친 적이 있는지 등의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다시말해 현재 자·타해 위험성의 증거가 없어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다보면 정말 상태가 심각해지고 나서야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발병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증상 호전이 빠르지만,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치료 시기가 늦다는 것이다.
물론, 최대한 비자의 입원을 줄이되 응급 상황에서 더 빨리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노력들이 필요하다. 조기 개입과 치료를 더 강화하고, 예방에 집중하며, 비자의 진료와 치료를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자의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가급적 입원 치료를 줄이고 집이나 집에 근접한 환경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범죄 발생률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범죄 발생률보다 낮고, 정신질환자는 가해자이기보다 피해자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우리가 이들에 대한 편견(偏見)을 가져서는 안 된다. 어떤 법과 제도가 있더라도 정신질환자와 정신의학적 치료에 대한 편견이 조장되는 사회 분위기여서는 안 된다. 정신질환자와 정신의학적 치료에 대한 정견(正見)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비록 정신건강복지법이 선의(善意)로 제정되고 개정되어 왔다하더라도,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 제일 고통을 받는 사람은 중증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이다. 선의라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자만과 오만은 불행한 결과를 낳는다.
근본적으로 국가에서 정신질환자 치료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환자 치료권, 인권과 사회 안전을 조화롭게 이룰 수 있는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 중심의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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