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 학생보다 어른 스트레스 백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2-14 17: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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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한글이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과학적이고 훌륭한 언어라고 배워왔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세계화로 인해 한글의 중요성 대신 이제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는 영어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예전에는 중학교에서부터 시작되던 영어교육이 이제는 초등학교로 확대됐다. 심지어 지방 어디를 가나 ‘영어 유치원’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 정도로 영어교육은 연령대를 떠나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어 공교육 강화를 핵심정책으로 내거는 등 영어에 대한 의존도는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래저래 학생들이 영어 때문에 받을 스트레스 지수는 끝 모르고 높아지게 됐다.

하지만 영어 스트레스는 비단 학생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주위에는 차마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심각하게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많은 어른들이 더 많다.

◇ 영어 스트레스, 회사 입사부터 퇴사까지 ‘쭈욱~’

성인 그것도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영어 공부 도전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영어와는 별로 관계가 없고 영어 문서를 잘 접하지 않는 분야에서조차 영어 시험 성적이나 연수 경험 등을 따지고 들기 때문이다.

일단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승진을 위해서라면 영어 성적이 필수인 곳이 적지 않아 영어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특히 신세대와 달리 어릴 때부터 실전 영어를 잘 접하지 못했거나 자세히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던 40~50대의 경우 후배들을 보며 자괴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에 영어학원도 다녀보고 따로 과외나 전화로 영어회화를 공부해보기도 하나 이 또한 쉽지 않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특히 자기 분야에 정통했지만 영어가 필요한 자리라면 못하는 경우는 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올라가면 영어하나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니 이중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드물지만 영어 때문에 승진에 부담을 느낀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더불어 언어는 바로 습득이 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쉽게 습득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노력을 해서 진급을 해야 하나하는 상실감도 느낄 수 있다.

◇ 영어로 촉발된 스트레스, 중독으로 빠질라

성인의 영어 스트레스는 직장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당장 영어 교육이 강화될 경우 가장 큰 심리적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학부모와 교사다.

부모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영어를 제대로 못 가르쳤다는 죄책감까지 느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박탈감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 또한 피해 의식이나 위화함도 조성될 수 있다.

영어교사의 경우 그 스트레스는 직장인이나 학부모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건국대충주병원 신경정신과 문석우 교수는 “만약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면 기존의 영어 교사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며 자신감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교사라는 특성이 무시되고 영어로 인한 서열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당장 호전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평소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영어 같은 또 다른 스트레스에 직면하게 되면 중독 등에 취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개인 시간이 부족해 취미가 부족한 성인의 경우 스트레스가 심해졌을 때에도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보다 당장 탈출구를 찾고 싶은 마음에 접근하기 쉬운 알코올이나 게임 등의 중독으로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노린 스트레스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부딪히게 되면 평소 쌓였던 다른 스트레스와 함께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건강한 방법으로 적절히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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