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참혹사…'문화재 몸살' 현주소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2-17 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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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2005년 낙산사 화재에 이어 국보 1호인 숭례문마저 불에 타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우리 문화재들이 관리소홀 또는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되는등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숭례문의 경우 불에 취약한 목조 문화재였다는 점에서 화재 예방 관리 부실책임이 가려져야 한다. 숭례문에는 1,2층에 나눠 비치된 소화기 8대와 상수도 소화전이 소방시설의 전부였고 일반 건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문화재 참혹사

전남 화순 쌍봉사 대웅전(보물 163호)은 현존하는 드문 목탑 양식 건축물이었으나 1984년 화재로 소실됐고, 사찰건축물인 금산사 대적광전(보물 476호)은 1987년 불에 타 없어졌다.

강원 양양 낙산사는 2005년 4월 강원도에서 난 큰 산불이 강풍에 번져 13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낙산사 20여 채의 건물 가운데 대웅전과 보타전, 원통보전과 이를 에워싸고 있는 원장(시도유형문화재 34호), 홍예문(시도유형문화재 33호), 요사채 등 목조 건물과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 등 대부분이 불에 녹아 내렸다.

정부는 강원도 양양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38대, 소방인력 1만680여명을 불길을 잡는데 투입했다.

화재 이후 문화재청과 국립 문화재연구소 등의 자문과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원통보전과 종루를 비롯해 심검당, 선열당, 홍예문, 연하당, 취숙헌 등 소실된 전각을 가까스로 복원했다.

하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낙산사는 2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지만 완전한 옛 모습으로의 복구까지는 아직 멀기만 하다.

2006년 4월26일에는 서울 창경궁 문정전에서 60대 남성이 신문지와 부탄가스를 이용해 불을 질러 문정전 왼쪽 문을 태우고 천장을 그을리는 피해를 냈다. 창경궁 문정전의 경우 목조건물이었기 때문에 불길을 초기에 잡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20여m 떨어진 국보 226호 명정전 등 창경궁 내의 국보급 유적들이 한꺼번에 소실될 뻔 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 화성(사적 3호) 서장대는 2006년 20대 남성이 우발적 방화로 목조건물의 누각기둥과 서까래등 2층이 전소됐다. 서장대는 1996년에도 불에 탔다 가까스로 복원됐다.

또 지난해 1월에는 여중생 2명이 수원 화성 서북가루 인근 억새밭에 불을 내 자칫 누각 전체를 태울 뻔한 안전 불감증형 사건도 발생했다.

◇관리소홀 어제, 오늘의 문제?

이처럼 귀중한 문화유산이 매년 잿더미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지만 정작 주무부서인 문화재청은 화재 방지를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행법령도 화재시설 설치를 강제하지 못하고 있어 또 다른 화재 발생 때 '사후약방문'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미비한 법규로 인해 '원형보존'논리가 앞서는 문화재는 오히려 일반 건물보다 방재관리가 취약한 경우가 많고, 화재 등 재해가 닥쳐도 적극적인 진화 작업이 어렵다.

실제 낙산사 화재 이후 여태껏 문화재청이 내놓은 화재방호 연구보고서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4월 양양 낙산사 소실 이후 문화재청은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구축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도 의문은 제기되고 있다.

시ㆍ도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중요 목조문화재 124개에 수막설비와 경보시설 등을 설치하는 이 사업은 지난해 해인사, 봉정사, 무위사, 낙산사 등 4곳에 첫 시행됐으나, 숭례문은 48위로 산불 위험과 소장 문화재가 많은 주요 사찰 문화재 등에 비해 뒤로 밀렸다.

문화재청이 국회 문광위에 제출한 '화재소실 문화재보고서'에 따르면 1984년 이후 16건의 유형문화재가 불탔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쌍봉사와 대웅전등에 대한 조사보고서는 작성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률도 허점투성이다. 문화재보호법 88조는 문화재 화재예방 및 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지만 정작 시행령은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문화재에 소화시설이나 경보시설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문화재당국이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통합민주신당 민병두 의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의 주요 사찰은 여전히 화재경보기를 설치하지 않았으며, 자동 안전경보 시스템을 갖춘 곳도 법주사와 순천 송광사 단 2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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