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찾으려 음악 연주합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2-25 19: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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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출신 기타리스트 드니성호, 세계가 주목 올해 한국서 공연활동… 입양인 권익에도 앞장


입양아 출신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성호(신성호·33)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음악을 연주한다.

부산에서 태어난 지 사흘 만에 고아원에 맡겨졌다. 돌도 되기 전 벨기에로 입양됐다. 여덟살 때 기타연주를 시작, 14세에 벨기에 ‘영 탤런트’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04년에는 유럽 콘서트홀협회 선정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뉴욕 카네기홀, 찰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무대에도 오른 실력파다. 파리 고등사범음악원과 벨기에 왕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어릴 적 우연히 클래식을 듣고 이내 매료돼 연주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무대에 계속 서면 언제가는 친부모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마음 한 켠에 늘 있었다. 지난달에는 그토록 그리던 생부를 찾을 뻔하기도 했다.

“1월 말 MBC TV ‘생방송 화제집중’이 친부모를 찾는 방송을 했다. 방송이 끝나고 생부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런데 DNA 검사를 앞두고 그 분이 ‘생부가 아닌 것 같다’며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 됐다. 지금 양부모는 음악적 재능이 없다. 내가 이렇게 기타연주를 하는 것을 보면 친부모의 재능을 물려받은 게 아닌가 싶다.”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했지만 ‘입양아’라는 사실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려서부터 외모가 달라 자신은 남들과 같지 않다는 점을 알았다.

사춘기에는 방황도 많이 했다. 거칠게 세상을 거부했다. 술을 마시고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방황 위에 음악이 있었다. 음악은 이런 그를 결국 바로 돌려놓았다.

“클래식 음악 자체가 워낙 심오하고 연습도 많이 해야 해 방황하는 내가 침착해지도록 만든 것 같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이나 피아졸라 등 남미계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할 때는 덕도 봤다. 복합적인 감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작곡가들의 의도를 파악,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다.”
입양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못살아서 미혼모 보호장치나 제도가 미약해 입양아 배출이 많았다. 이제는 살만해졌으니 싱글맘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로 내보내기 전에 먼저 끌어안아야 한다. 다행히 나는 운 좋게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아이들도 많다. 그 사람들도 한국인이니 한국인이 끌어안기를 바란다.”
그는 2006년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한민족문화공동체 대회에 참가하면서 처음 모국을 방문했다. 당연히 낯설고 어색했다. 시간은 흘렀고, 더 이상 우리나라가 외국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고향에 온 듯한 안정감을 누리기에 이르렀다.

올해는 한국에 머물며 우리말을 배우고 공연도 한다. 국제해외입양인연대 홍보대사로도 위촉돼 입양인들의 권익에도 앞장선다. 지난달 충남 시골의 보육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연 데 이어 27일 음악가 박창수씨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펼쳐지는 하우스콘서트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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