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즐겁게 고민할 자기성찰 場으로 만들어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4-20 19: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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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폐막 10일 화려하게 출발한 제10회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가 9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처음으로 ‘국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열린 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를 주제로 30개국 영화 140여편을 선보였다. 관객 5만여명이 영화제를 찾았고, 35회가 매진 됐으며, 객석 점유율 86% 이상을 기록했다.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소개하고 여성영화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영화제의 10년을 돌아보며 이혜경 집행위원장(사진)은 “여성 영화가 처음 생긴 1997년 무렵에는 여성운동, 여성영화의 필요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여성의 처우나 조건이 많이 좋아져서 그 필요성이 희박해진 것이 사실이다. 여성영화제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짚었다.

또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자기성찰의 장으로서 여성운동은 계속돼야 하고, 페미니즘을 즐겁게 고민하는 장소로서 영화제도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영화제의 과거 10년을 기억하고 앞으로의 10년을 기약하기 위해 국내외 여성감독 6인이 모여 만든 영화 ‘텐텐’에 참여한 변영주 감독은 “우리나라 영화제들이 아이템만 조금 다른 부산영화제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여성영화제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 현실의 여성운동이나 여성문제에 더욱 밀접해져야 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페미니즘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영화제를 사회 곳곳에서 활발하게 여성운동을 벌이는 여성들을 담은 페미니스트들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놓치는 순간 젠더는 살아지고 섹슈얼리티만 남는다”는 설명이다.

영화제에 참석한 대만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슈이 소피 린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프랑스나 기타 유럽의 영화제들에 비해 젊은 관객층으로 인해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내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여행을 떠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영화제”라면서 “굳이 큰 규모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계속 좋은 영화, 인상적인 영화를 상영해주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영화제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감독 펑 샤오리엔 특별전을 비롯해 지난 9년간 초청된 작품들 가운데 인기작들을 다시 선보인 ‘커튼 콜’, 여성영화제 원년인 1997년부터 10년간의 한국 여성영화를 돌아보는 ‘9707 한국여성영화’,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남성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오픈시네마’ 섹션 등이 펼쳐졌다.

10대 감독들의 영화만을 모은 프로그램인 ‘걸스 온 필름’, ‘소녀들의 크레이지 카메라’, ‘판타스틱 여성영화’도 선보여 청소년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김선아 수석 프로그래머는 “단순히 상만 주는 영화제가 아니라 국내외 여성 영화인들이 협력하는 장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신인 여성감독들을 발굴,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다음번 영화제를 기약했다.

한편,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은 ‘레즈비언 정치도전기’(감독 홍지유·한영희), ‘박남옥 영화상’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임순례)에게 돌아갔다. ‘여성신문상’은 ‘인형계단’( 〃 서정민)과 ‘혹독한 나라의 앨리스’( 〃 소피 슈컨스)가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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