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영화제 ‘칠레영화 특별전’ 내달 5일 개막 아르티아고티아 감독 ‘하트 라디오쇼’등 5편 공개


내달 5일부터 열리는 제9회 서울국제영화제가 러시아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감독 특별전’에 이어, 최근 남미 영화의 다양성과 에너지를 대변하고 있는 칠레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칠레 영화 특별전(Chilean Cinema Special)’을 마련했다.

2003년 이후 칠레 사회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며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주목을 받은 작품들로, 독특한 취향의 블랙 코미디부터 진지한 사회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다섯 작품이다.

◆하트 라디오 쇼(로베르토 아르티아고티아)= 로베르토 아르티아고티아(Roberto Artiagoitia) 감독의 ‘하트 라디오 쇼(Heart Radio Station)’는 감독 자신이 진행하는 칠레에서 가장 성공한 라디오 쇼 ‘The Sentimental Teaser’를 재구성한 2007년 칠레 최고의 흥행작. 아르티아고티아 감독이 이 영화에 직접 출연한 배우이자 아내인 이시도라 아르티아고티아(Isidora Artiagoitia)와 방한해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최고의 적(알렉스 보웬)= 2006년 깐느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던 알렉스 보웬(Alex Bowen) 감독의 ‘최고의 적(My Best Enemy)’은 1978년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남쪽 국경을 놓고 군사적 대립을 벌였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칠레 판 ‘웰컴 투 동막골’. 실수로 나침반을 잃어버리고 거대한 팜파스 평원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만 칠레군인들이 적군인 아르헨티나 소대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긴장과 우정에 대한 따뜻한 휴머니즘 영화다.

◆불안한 동거(크리스토발 발데라마)= 옛 동창이 우연하게 룸 메이트가 되면서 벌어지는 기괴하고 적나라한 암투극인 크리스토발 발데라마(Cristobal Valderrama) 감독의 ‘불안한 동거(Scrambled Beer)’ 또한 독특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이사 간 다음 날 아침 룸메이트 호르헤의 여자친구 로씨에와 함께 침대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곧 자신이 잠든 지 3주 후의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게으른 조각가 블라디미르와, 자신이 초능력자임을 알게 된 강박적인 간섭광 호르헤. 이들이 펼치는 의미심장한 시간여행에 동참한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곤살로 후스티니아노)= 2004 베를린 영화제에서 C.I.C.A.E상과 Don Quixote상을 수상한 곤살로 후스티니아노(Gonzalo Justiniano) 감독의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B-Happy)’는 붕괴된 가족과 첫사랑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한 소녀의 실존적인 드라마다. 칠레의 한 해안가 마을에서 엄마, 오빠와 함께 사는 가난한 십대 소녀 카티에게 절도를 일삼으며 감옥을 들락거리는 아버지는 거의 부재하는 존재일 뿐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잘생긴 소년 체모를 만나 서로를 발견하는 강렬한 관계를 시작하게 되지만, 어머니가 죽고 오빠마저 그녀의 곁을 떠나버리자 영혼의 강인함과 유연한 낙천주의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한 소녀의 성장기가 국내 감독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추카(안드레스 우드)= 70년대 정치적 혼란기의 산티아고에서 경제적 신분이 다른 소년들 사이에 벌어지는 성장기인 안드레스 우드(Andres Wood) 감독의 ‘마추카(Machuca)’는 주인공 두 명의 아이들의 관점으로 촬영됐다. 상류층 출신인 곤살로와 판자촌에 살고 있는 마추카는 혁명적인 열기가 가득한 가운데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는 한 사립학교에 함께 다니며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서로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놀라움 속에 싹튼 이 두 소년의 우정은 칠레 사회에서 벌어지는 혼돈과 급진주의 사이에서 점차 복잡해진다. 밴쿠버 국제영화제 인기상과 필라델피아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인기몰이를 했던 작품으로, 칠레 현실의 일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정익 기자ik11@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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