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난 대박도 쪽박도 아닌 ‘중박작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8-06 19: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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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 별’ 발표 소설가 황석영(65·사진)씨는 ‘국민작가’로 통한다. 그러나 스스로는 대박도, 쪽박도 아닌 ‘중박작가’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가장 존경하는 작가는?’앙케트에서는 예외없이 그의 이름이 순위권에 든다. 책 표지에 적힌 ‘황석영’이라는 이름 석 자 만으로도 구매욕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이런 황씨가 국민작가보다 중박작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를 밝혔다.

5일 황씨는 부동산 매매시기를 잘못 맞춰 40억원을 날린 기억을 떠올렸다. “땅을 팔고 2년이 지나자 10배가 올랐다. 2년이 더 흘렀는데 또 다시 10배가 올랐다”는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바로 이 ‘인삼밭 에피소드’가 대박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삶의 단편이라는 설명이다.

내놓는 책이 특급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하는 까닭도 역시 ‘인삼밭’경험과 유사하다. 책이 대박 나 거액을 챙기면 소설을 또 쓰고 싶겠느냐고 반문한다. “계속 소설을 쓰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 같다”며 운명으로 수용했다.

황씨의 ‘농반진반’토크는 계속됐다. “문학성을 지키면서 어느 정도 대중성을 유지하는데, 균형을 지키다 보니 중박만 하게 된다”는 자가진단이다. “점쟁이도 너무 잘 맞혀서 손님이 모이면 신기가 떨어진다”며 웃겼다.

영화로 옮겨진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정원’(감독 임상수), ‘삼포가는 길’(감독 이만희)이 보기다. 황씨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실망스럽다는 각주를 달면서 “영화가 실패하는 것도 절제시키려는 하늘의 계시”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황석영을 강조했다. “내 나이가 되면 그림에 사인을 하지 않아도 피카소 작품인지, 마티스 작품인지 알 수 있을 만한 자기 만의 양식이 있어야 한다. 자기양식을 만들어 내는 일이 코앞의 불이다.”
황씨는 자전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 별’을 엊그제 발표했다. 고등학교 자퇴, 일용직 노동자와 선원 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 방북, 망명, 투옥 등 파란만장한 삶을 소설 한 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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