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장르가 있을수 있나요”

차재호 / / 기사승인 : 2009-09-20 19: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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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내사랑 내곁에’서 20㎏ 감량 투혼 ‘루게릭 환자’ 캐릭터로 첫 멜로연기 도전’


영화배우 김명민(37)은 혼신의 연기를 하지 않는다. 캐릭터와 혼연일체할 뿐이다. 근육이 점점 마비돼 가는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면서는 51~52㎏까지 몸무게를 깎았다. 덜어내고 깎기를 반복해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를 구현해낸 김명민은 “다이어트가 아닌 기아체험이었다”고 회상한다.


“생야채와 두부만 먹었다. 생야채가 위에 부담되면 더운 야채로 바꾸고, 유동식으로 변화를 주는 방식”의 다이어트였다. “안 빠지면 굶는 거고, 많이 빠졌다 싶으면 먹는다는 것이다. 간단하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 마에’ 느낌이 김명민에게 있다. 시크하고 시니컬한 분위기를 뿜는 뭔가가 비슷하다. 몸은 왜소해졌지만, 인상은 더 강해졌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독한 남자의 증거 아니겠느냐는 선입관도 발동한다. 연기력으로 한류스타를 제압해버리는 김명민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잘 하면 찬사를 받지만, 어설프면 비난을 받기 십상인 작품들에만 관심을 둔다는 점이 ‘강 마에’스럽다. 맘에 든다 싶은 작품들의 공통점이었다. “모 아니면 도”인 역할이라야 도전 의식이 발동한다는 것이다. 모와 도 가운데 어떤 것을 더 많이 던졌을까. “걸도 있고 그래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도약한 김명민은 드라마 ‘하얀거탑’으로 연기력 있는 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연기대상은 물론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28)과 동격인 셈이다.

김명민은 연기 철학이란 것도 없다. “(연기를) 그렇게 잘 하지도 않고요. 철학이나 거창하게 말씀드릴 것도 없고요. 그 인물이 되도록 노력하는 거예요”라며 간단한 진리를 일깨우는 김명민이다. 따분한 남자, 맞다.

선호하는 장르, 장르에 맞는 연기 따위는 없다. 불멸의이순신, 하얀거탑, 리턴 등 주로 남성적인 영화에 출연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캐릭터가 남자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멜로가 오랜만, 혹은 처음으로도 여겨지지만 김명민의 판단은 다르다. “모든 작품들에 조금씩 멜로가 섞여 있었다”면서 “호러 장르는 호러 연기, 멜로 장르는 멜로 연기가 따로 있나요. 영화는 장르가 있지만 연기에는 장르가 없다”고 역설한다.

김명민은 달관의 경지다. 남들이 뭐라든 개의치 않는 의연함이 흔들리지 않는 연기로 이어지는 원동력이다. 밖에 나가면 뭐가 먹고 싶을까봐 히키코모리처럼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는 김명민을 보통사람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일이다.

권상우(33)가 출연키로 했다가 뒤늦게 맘을 바꾸면서 대타, ‘땜빵’ 자리가 된 ‘종우’ 역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걸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웃긴 것 같다. 그것도 기회예요”라며 그냥 제 갈 길만 갔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51~52㎏이 된 김명민이 있었다. 모기가 달라붙어도 떨쳐낼 수 없는 극중 종우의 상황이 김명민인지 종우인지 알 수 없다. 영화 내사랑내곁에는 실로 김명민의 호접지몽이다. 악몽 같은 그 꿈에서 깨어나 72㎏ 정도의 평범한 인간 김명민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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