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납득할만한 캐릭터라면 망가져도 OK”

차재호 / / 기사승인 : 2009-10-19 19: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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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로 첫 코믹물 도전 “이번엔 죽는 역 안맡아 가족들도 맘 편히 감상”


영화배우 장동건(37)은 굴욕 캡처가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다. 독기를 품거나 눈이 뒤집힐 지경으로 열연을 해도 “그 놈 참 잘생겼네”란 소리를 듣는다. 이런 장동건이 작정하고 멋지게 등장한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해답이 있다.

젊고 잘생긴 대통령 ‘차지욱’이 장동건의 몫이다. 잘 입은 양복 차림으로 근엄한 분위기를 잡는다. 당‘장동건=잘생긴 배우’란 명제에 쐐기라도 박으려는 듯, 잘생겼느냐고 관객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하는 것처럼…. “마음 놓고 수트를 입어본 것 같다”는 장동건의 대통령 패션쇼다.

‘미남 대통령’이란 콘셉트는 장동건이라서 가능했다. “시나리오 상에는 잘 생겼다는 말이 써있지 않았었는데”라며 껄껄댄다. “원래 그 역할이 내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누구였는지 (장진 감독이) 말씀을 안 해주신다”면서 또 껄껄거린다.

어쨌든 대통령이 됐다. “누구보다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시고, 할머니도 기뻐하셨다”며 효도한 것만 같다. “칼에 찔리고 죽고 비참한 역할만 해서 할머니께서 나 나온 영화를 잘 못 보셨는데 이번 영화는 마음 편히 봤다고 하더라”며 목에 힘이 들어간다.

‘친구’에게 칼 맞고, ‘태극기 휘날리며’ 총알받이를 했다. 깡패, 해적 같은 그야말로 ‘노가다’의 길을 걸었다. 잘생긴 배우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게 된 계기도 그런 노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미남 대통령이라니, 거저먹겠다는 것인가.

“감정을 표현하고 에너지를 분출하는 그런 캐릭터를 했을 때 연기력이 보이고 하는데, 이번 같은 경우 일상에 가까운 걸 했던 것 같다”고 여긴다. “쉬웠다 어려웠다 얘기할 순 없지만, 예전에는 한 가지 정해진 감정 표현에 집중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여러 가지 표현 방법을 놓고 재미있는 걸 찾았다”는 또 다른 노력의 산물이다.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도 도전이었다. “처음 하는 장르라 걱정도 됐지만, 장진 감독님은 캐릭터를 해치면서까지 이야기를 만드는 분이 아니라 믿음이 있었다”며 뛰어들었다. “웃기기 위한 코미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코미디를 활용하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면 장진 감독님 영화들은 후자에 속한다”는 신뢰다.

믿음의 아이러니는 코미디에서조차 멋진 역설적 장동건을 만든다. 흐트러진 장동건을 보기는 글렀다. 캐릭터를 뭉개지 않고도 관객을 웃기는 장 감독의 노련함은 잘생긴 장동건을 사수한다. 방귀 뀌는 정도의 ‘삑사리’만 있을 뿐이다.

장동건은 “신인 때 많이 망가졌다”며 온 몸으로 웃는다. 찐빵 모자를 눌러쓰고 바보 개그를 선보인 올챙이 시절이 존재한다. TV 자료화면으로 잊을 만하면 틀어주는 ‘그땐 그랬지’다. 장동건은 “요즘 나오죠. 그것 때문에 미치겠어요”라며 웃는다.

망가지는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예전에 ‘무극’이란 영화도 망가졌다면 망가진 것”이란 판단이다. “작품 안에서 납득할 만한 캐릭터, 인연이 닿는 역할이 있다면 (바보 노릇도) 기꺼이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장동건은 “망가지지 않기 위해 나를 지키고 경계하고 그러진 않는다”고 강조한다.


자만하거나 깍듯하거나, 톱스타에 두 가지 부류가 있다면 장동건은 당연히 예의바른 쪽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자연스러우면서도 갑작스럽게 톱스타계의 명사가 된 장동건은….

스스로 짚는 터닝포인트는 이렇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찍고 처음으로 업계 사람들에게 눈여김 대상이 됐다면, 친구란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주목했고, 태극기휘날리며로 대중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것 같아요. 순차적인 것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간격이 크다. 다작하지 않는 장동건은 이번 영화도 근 4년 만이다. 이건 뭐 월드컵, 올림픽도 아니고….

“다작을 하고 싶어도 능력이 안 돼요. 그동안은 영화 한 작품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품이 많았어요. 기본이 9개월, 10개월인 영화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영화들을 찍으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후회를 덜하지 않을까란 생각은 들어요. 앞으로 다작 배우가 되고 싶은 희망은 있어요.”
결혼관도 월드컵이다. “친구들과 2002년 월드컵을 응원하면서 2006년에는 독일에 가서 응원하자고 했거든요. 그 땐 아기도 한 두 살일 수 있겠다고 했는데” 2009년 지금까지도 기대난망이다. 2010년이면 남아공 월드컵 시즌이 온다. “4년이란 시간이 먼 미래 같았는데 미래를 뭐라 단정 지을 순 없죠”라며 더 신중해졌다.

마흔이 머지 않았다. “저도 가야죠. 가급적 마흔은 안 넘겼으면 좋겠는데, 하하하.” 2세가 예쁠 것 같다. “예쁘겠죠? 기대 많이 해주세요”라며 너스레도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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