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이 되어보자. 화상은 언제나 바쁘다. 좋은 작품이 있다는 소문만 들리면 총알같이 달려가 작품을 찾아내어 확인해야 한다. 좋은 작품이란 즉시 현금화가 되기 때문에 잠시도 늦으면 안 된다. 긴장을 풀고 있다가는 다른 화상에게 빼앗기고 만다. 금고에는 현금이 최소 3~4억은 늘 있어야 한다. 언제 어느 시점에 작품이 시장에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화상은 전시장이 없어도 가능하다. 적당한 크기의 사무실에서 손님을 접대할 수 있는 자리와 작품 몇 점 걸어둘 수 있는 공간이면 족하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이 역시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역동성은 사람을 끌 만한 매력이 충분하다.
“우리 화랑 고객 중에서 00선생 30호 작품을 찾고 있는데 혹 구할 수 있나요?”
“잘 되었네. 마침 누가 2.4에 팔아달라고 부탁한 것이 있어.”
“저녁때 돈 가지고 갈 테니까 맡아 줘요. 내가 2.6에 구해준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선생이랑 나랑 1,000씩 가지면 되겠네. 부탁해요.”
두 시간 후 돈을 가지고 그 화랑에 갔더니 이미 3억2천만원에 그 작품을 팔았단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로, 2007년 봄 서울에서 있었던 어떤 회사의 미술품 1차 경매가 끝난 며칠 후의 일이다. 구매자는 개인 콜렉터였으며, 화랑은 소개하는 입장, 작품 양도자는 화상이었다. 나중에 그 화상은 거래의 최초 시발점이 그 화랑이었기 때문에 화랑에게 500만원을 지급하였다고 한다. 이런 화끈한 거래를 지켜보면 뛰어들고 싶어서 가슴이 뛴다.
다시 한 번 화상이 되어보자.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을 믿고 움직여야 한다. 기죽을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시작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처음이다. 용기를 가지고 시작해 보자. 자본이 넉넉하다 할지라도 실패의 가능성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 걸음씩 시작하는 것이 좋다.
화상의 기능 중 하나가 화가를 후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화가를 찾아야 한다. 자신과 형편이 비슷한 예술가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가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화랑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자기 스스로 홍보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용기와 자신이 없다. 젊은 작가를 후원하는 화상이 되기 위해서는 5명 정도의 또래 화가를 만나야 한다.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콜렉터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눈을 믿어야 한다. 화상 스스로가 자신이 지원하는 작품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매매를 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화랑을 무작정 찾아가자.
“제가 이분들의 매니저 입니다. 장래성과 미래가 확실하기 때문에 관장님께서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전시 공간을 빌려주기 어려우시다면 임대료 대신 작품을 한 점 드릴 수 있습니다. 판매되었을 경우 화랑에 일정한 마진을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화랑주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모나지 않은 작품이라면 1년에 1주 정도는 무료로 공간을 빌려줄 수 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작품성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다. 초보 화상은 아는 작가는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 화가 입장에서는 실패해도 본전이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화상에게는 무조건 부탁해 온다. 화상은 작가들을 확보하지 못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락하는 경우가 있다. 실패한다.
전시에 들어가는 경비는 화가가 거의 책임진다. 초보 화상은 전시장을 잡아주고 나서 홍보에 나서야 한다. 인사동에만 90여 개의 화랑이 있다. 매주 30여 곳에서 전시가 교체되기 때문에 전시 기회는 적지 않다. 언론사나 미술 관련 잡지사에 찾아가서 부탁하자. 안 되면 말고.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일주일 내내 전시장을 지켜야 한다. 식음을 전폐해도 좋다. 화가 역시 초보 작가이기 때문에 매매가 없을 수 있다. 실망해서는 안 된다.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화가가 미안해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1점 정도는 선물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수익이다. 자신의 눈을 믿고 주변의 작가를 섭외해 볼 필요가 넘친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큐레이터라 부른다. 사실은 화상이 해야 할 일이다. 좋은 말로 명칭은 아트 매니저라 칭하자. 미술품 재테크를 위한 경험 쌓기로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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