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시절의 이야기
‘아는 것이 힘’과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 중에서 우리 사회에는 어느 쪽이 더 많이 통용되고 있을까? 아침 드라마의 불륜은 다 밝혀진 것들이다.
밝혀지지 않았다면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모르는 게 약이 된다. 부부 중 양쪽이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한쪽만 밝혀졌다면 아는 것이 힘이 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것을 아주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그 남들이 전문가가 아니라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라면 더 많이 알아봤자 얼마나 더 알겠는가. 많이 안다는 사람이 오히려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적당히 아는 걸 전부 안다고 착각한다. 나도 그랬다.
“순전히 마약입니다. 권력인 거 같아요. 저보다 한참 선배인데 전시 열어주겠다고 하니까 바로 만나자 그러죠. 미술계 스타급 분들에게 전화해도 하나도 안 꿀리죠. 너무 좋아요.”
정말 미술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큐레이터 활동을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된 후배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6개월 동안의 지식으로 모든 걸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화랑 큐레이터가 권력이라는 말은 그만큼 우리나라 화가들의 입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미술계의 구조를 이해하면 이런 말을 하지 못한다.
10여 년 전 기업 화랑에서 일할 때 나도 목에 깁스를 하고 다녔다.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가 평소에도 빳빳한 적이 있었다. 넉넉한 전시 경비와 잘 팔리는 미술품, 항상 줄을 서서 전시를 열어주기만 기다리는 화가 선생님들. 잘 팔리는 미술품과 잘 안 팔리는 그림을 구분할 줄 안다고 생각했던 시기이다. 미술시장 구조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내가 잘나서 유명 화가분들이 나를 만나러 오는 줄로만 알았다. 연회장에 가면 대표급 화가분들 옆자리에서 밥을 먹었다. 5. 6년 선배님들이 서빙할 때 편안히 앉아서 놀았다. 미술시장 구조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중에는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회사가 잘나서이며, 큐레이터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 판매 장소를 찾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고 나서는 3년 정도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철드는 과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알아버린 것이다.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인사동에서 조금 떨어진 낙원동에 가면 미술계 언저리 포장마차가 하나 있다. 유명 미술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많은 미술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적당한 술값에 적당한 취기를 느끼면서 적당한 미술계 이야기를 주고받는 곳이다. 수년째 다니는 곳이지만 미술계 1군이나 2군은 본 적이 없다. 허름하기는 해도 조직과 계보를 갖지 못한 2.5군들이 자주 찾는 아지트다. 이곳에는 너무 많이 아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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