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기획
1999년 1월 2일 ~ 1월 21일 롯데화랑 잠실점에서 “21세기 문화 진단을 위하여…”란 명제로 10만원 균일가전을 진행한 바 있었다. 액자 없는 A4 크기의 작품을 100명의 화가에게 3점씩 받아 젊은 화가들의 작품 330점을 전시하였다. 매체 활용을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http//kebi.com/~lotte2021)에 작품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화가에게는 작품 출품에 대한 적당한 명분을 제공하였다. 명분 없이 ‘한 점에 10만원에 팔 예정입니다. 출품해 주세요.’라고 하면 참여도가 떨어진다. 실제로는 ‘10만원 균일가’ 형태의 실험이었지만 미술품을 출품하는 화가와 이를 사는 구매자 사이의 합의를 위한 소통의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에야 균일가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모 미술대학 교수 중심의 60만원 균일가전도 있었고, 인사동 어느 화랑에서 펼친 100만원 균일가전도 있었다. 거의 모든 작품이 판매되는 전시였다. 당시만 해도 젊은 화가 지망생에게조차 생소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전시를 위한 뚜렷한 명분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300명의 작가들에게 공문을 발송하면서 출품에 대한 ‘명분’을 확실히 세워주고 개별 만남을 통해 10만원 균일 판매를 설득했다. 10만원에 판매하여 작가에게 9만원을 지급하는 형태의 전시였다. 아래 글은 공식화된 ‘명분’을 제공하기 위하여 작성된 당시의 전시 서문이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주는 젊은 미술인들의 메시지 - 21세기의 사회 문화를 진단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더구나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현재의 정치 경제 문화의 시점에서 진단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게 될 것이다>라는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대량으로 쏟아지는 정보의 시대, 정체성 잃은 혼란한 개념, 무엇을 그릴까 하는 소재 빈곤의 사람들,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떨쳐버릴 수 없는 소외감, 희망이 없는 듯한 빈곤한 화가 지망생들의 삶, 20세기에 무엇을 남겼나 하는 돌아보기의 시간도 없었음에도 성큼 다가선 21세기의 존재. 이제는 부정적 이미지만이 강하게 작용하는 세기말에서 희망과 포부의 미래를 위한 발돋움이 필요한 시기임에 분명하다. 거대한 포부이든 소박한 희망이든 20세기의 끝자락에서 21세기의 무엇엔가 화두를 던지고 그것이 가진 의미 있는 소통의 연결고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의미 속에서 이번 전시는 특별한 작가의 선정 없이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작가 무작위 300여 명에게 기획 의도 및 작품 제작 방법에 관한 공문을 발송하고 첨부된 출품 수락서를 기한 내 제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으며, 작품 제작 방법에 있어서는 일정한 규격(20×30㎝ 3점)에 메시지를 받는 대상을 선정하고 그 대상을 선정한 이유를 서면으로 제출 받았다.
-필자의 전시 서문 중에서 발췌-
백화점이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언론 홍보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 무대였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판매가 될 것인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120점이 판매되어 당해 5월 백화점 행사장의 100만원 균일가전은 대단한 성공으로 마무리된 전시였다. 그 결과 당시의 롯데백화점 잠실점장이었던 어느 이사의 제안으로 확대된 ‘균일가’전이 기획되었다.
“많이 팔렸군. 이러지 말고 8층 행사장에서 제대로 한번 해보지, 그래. 될 것 같은데. 백화점 전단이 매주 20만 부 신문 삽지되니까 여기에다 광고하고.”
작가 150명의 작품 800여 점을 행사장에 늘여놓으니 고급 지향적 미술 전시라기보다 실용적 행사장 같은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5일 행사를 하면서 406점을 판매하였으니 주변 화랑들의 시기와 질타가 끊이질 않던 시절이다.
“어이, 박선생! 미술시장 망칠 일 있어? 균일가전이 뭐야, 이거. 미술이 그렇게 싸!”“누구시죠?”
“딸깍.”“....”“이봐, 당신! 젊은 사람이 왜 그래? 미술계에서 사장당하고 싶어? 백화점에서 다 해먹으면 일반 화랑은 어쩌라고 그래? 몸조심해!”
그렇게 욕먹던 '균일가‘전이 이제는 너무나 일반화되어 별스럽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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