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우리나라 유명 화가들 중 여성 화가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면 남자에 비해 비율이 너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여건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여류 화가’란 말부터 느낌이 묘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류’가 없으니 ‘여류’를 쓸 이유도 없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일상적인 성 구분 관점에서 호칭되어야 한다.
화가라는 직업에 남성이면 어떻고 여성이면 어떤가. 그런데 ‘여류 화가’라는 말이 아직도 허용된다. 여류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여성’을 이르지만 단어가 주는 느낌은 ‘남성이 주도하고 있는 사회에 여성이 끼어들다’로 인식된다. 성차별이 없어져 간다고는 하지만 특별히 뛰어나지 않으면 남성이 더 낫다는 생각은 여전해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 젊은 화가들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여성 작가에 주목하다 보면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능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수적으로 우세한 여성에게 좋은 작품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미술대학에 간다는 것은 화가로서의 길보다는 고상한 취미 활동을 하는 모습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좋은 감성과 냉철한 판단에 따라 훌륭한 화가의 길로 가고 있지만 사회에서 보는 시선은 좀 비틀려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모습도 왜곡의 요소가 있다. 미술을 전공한 여성은 항상 고상하고 우아하다. 넉넉한 집안에서 고이 자라나 좋은 곳에 시집이나 가려는 모양새다.
기회가 된다면 미술대학 실기실을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미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이들 중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훨씬 많은데, 미술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수는 남성이 훨씬 많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몇몇 여성 화가분들의 작품이 경매에서 아주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전공자의 수에 비해 그 비율은 턱없이 낮다. 어쨌든 소수라도 뛰어난 감수성과 서정성, 그림을 그리는 실력이 대단한 분들이 많다.
확률적으로도 우세한 여성 화가
“그림 그리는 우리 같은 남자는 참 불쌍해요. 여학생은 하다하다 안 되면 시집이라도 가면 되자나요. 남자가 사회 활동하기가 훨씬 편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림 그리면서 가족들 부양하는 것이 쉬운 일인가요. 먹고 살아야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작업하는 남성 화가가 많거든요. 절박해야 좋은 그림 나온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래서 남성 화가가 많지 않나 생각해요.”
“무슨 소리. 생각해보세요. 사회에서 활동하는 우리 여자 선배님들 보세요. 끼워주기나 하나요? 유명한 그룹이나 단체장들은 전부 남자거든요. 결혼해서 아이 낳는 거는 성 유별이거든요. 집에서 애 키우고 교육하고 이런 거 안 할려면 결혼도 하지 말아야 하거든요.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남자들끼리 더 편하다고 하거든요. 작품 활동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남자 중심으로 돌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거든요.”
멕시코의 유명한 여성 화가인 프리다 칼로를 이야기할 때, 사고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한 화가라거나 멕시코 벽화 운동의 거장이었던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라는 말을 한다. 프랑스의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 1864-1943)이라는 사람은 조각가로서의 명성보다는 로댕의 연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며, 여권 운동의 선구자이며, 진보적 사상가이기도 했던 나혜석(羅蕙錫 1896~1948)이란 분이 있다. 호는 정월(晶月)로 부유한 관료의 딸로 태어나 일본에서 유화를 공부한 분이다. 그 위로는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도 있다. 조선 중기의 뛰어난 여성 예술가다. 여성 화가로도 뛰어났지만 율곡의 어머니라는 명칭이 항상 함께 다닌다.
너무 깊이 파고들지 말자. 근본적인 이유 따지지 말자. 사회 구조와 성차별에 대한 주제는 나중으로 돌리자. 필요한 것은 보편적 관점에서 젊은 예술인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숫자에 놀랄 것이다. 왜 남학생이 부족하냐는 이유도 물을 필요 없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면 그 뿐이다.
젊은 여성 작가를 주목하자. 이들에게 사회성과 약간의 경제적 가치가 보장되면 좋은 미술품을 확보할 여지가 엄청 많다. 여성 작가들이 특별히 뛰어나다는 말이 아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여성들의 숫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좋은 작품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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