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한 번도 영화계를 떠난적 없어요”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5-03 16: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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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칸 무대 밟는 것 만으로도 영광” 세상에나, 60대 할머니가 원톱이다.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윤정희(66·사진)다.

1960~70년대에 3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녀가 1994년 ‘만무방’ 이후 오랜만에 관객과 소통하기에 이르렀다. 이창동(56) 감독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과는 영화제에서만 봤다. 전에는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네 편의 영화를 보고 감독 실력을 알았던 정도였다”고 한다. “언젠가 이 감독이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하자고 했다. 식사 후 커피숍에 갔더니 ‘선생님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말없이 해서 맘이 무겁다’고 했다. 감동이었다”면서 “당시에는 타이틀, 스토리, 주제도 몰랐다. 1년 반이 지나 전체 시나리오를 보내왔다. 서로 믿음이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시’는 순수한 소녀같은 마음을 지닌 노파 미자(윤정희·66)가 동네 문화원에서 시를 배우면서 세상의 이면을 알아간다는 줄거리다. 극중 윤정희는 간병인으로 일하며 손자를 홀로 힘들게 키우는 할머니다. 하지만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도 감동하고 꽃장식 옷을 좋아하는 멋쟁이이기도 하다.

“감성이 풍부하고 꽃 한줌에도 탄성을 지르며 바람소리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착한 여자다. 어려운 일이 닥쳤는데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외로움을 가진 여자”라며 “영화는 시를 향해서 가는 것이지만, 한 여자의 모든 삶과 인생도 보여준다”고 일렀다.

장기간 뜸했지만 그녀는 천상 배우다. “영화계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며 “시상식 조직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영화계가 부를 때면 뛰어왔다”. 부산 국제영화제가 요청하면 프랑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걸음에 달려오기도 했다. “현장의 카메라가 꼭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어색한 느낌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의 배경이다.

달라진 것은 하나다. “옛날에는 카메라 감독과 출연배우 중에 내가 가장 어렸는데 이제는 내가 가장 어른이다”며 웃는다. 그러면서도 “영화배우로서의 나를 아끼고 싶다. 작품만 좋다면 기꺼이 다음 영화도 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거나 하고 싶지는 않다. 10년이 걸리더라도 좋은 작품을 기다리겠다”며 톱스타의 위상을 스스로 지킨다.

영화에서 뿐 아니다. 현실에서도 그녀는 ‘스타일리시’하다.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64)의 도움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항상 같이 한다. 지금은 매니저도 있고 하지만, 옛날에는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직접 골랐는데 남편과 같이 했다. 남편은 자상의 극치”라며 부부애를 드러낸다.

영화 ‘시’는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남편의 오케스트라 협연 때문에 칸에 자주 갔다는 그녀는 “하지만 영화 축제를 할 때는 내 작품이 없어 한 번도 안 갔다”며 “이번에 세계적 영화인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즐거워한다. “이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수상) 기대는 하지 말자”는 심정이기도 하다. 칸의 여왕은 “내가 잘했으면 나한테 오는 것이고 나보다 잘했으면 다른 사람한테 가는 것”이다.

“옛날에도 훌륭한 감독, 작품이 많았는데 경제가 발달했다면 칸에서 더 인기였을 것”이라는 만시지탄이 타당하다. 이어 기대를 드러낸다. “다시 또 우리나라의 많은 감독들이 세계에서 탄력을 받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줬으면 좋겠다. 좋은 감독과 함께 심은하, 전도연, 문소리, 배두나, 송강호 등의 배우들도 있다. 희망이 크다.”

영화 ‘시’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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