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 파라과이 출신 아비가일, 뮤지컬 ‘춘향전’ 납시오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6-20 18: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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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세계적인 이야기”… 서울 정동 세실극장서 30일까지 공연 “‘춘향전’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이면서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세계적인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한국배우와 외국배우들이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춘향전’에 출연 중인 파라과이 출신 아비가일(23)은 “춘향이가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이몽룡을 기다리는 모습이 ‘춘향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며 눈을 반짝인다.

아비가일은 5년 전 한국의 지방대학에 입학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왔다.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으로 어느 한국인 못잖게 우리말이 능숙하다.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듣는다면 한국여성이라고 여길 수준이다. “한국어의 가장 큰 매력은 한글이 아름다운 것”이라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참 재미있다”며 까르르 웃는다. “어려운 점은 똑같은 단어인데, 한자를 달리 써서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 많다는 점”이라고 정확히 짚어낸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얼굴을 알린 아비가일은 전문 배우는 아니다. 파라과이에서 고등학생때 연극 무대에 몇 차례 올랐을 뿐이다. 게다가 뮤지컬은 처음이라 노래 부르는 것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앙상블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매우 즐겁다”며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뮤지컬 ‘춘향전’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한국에서 춘향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뮤지컬로 꾸미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며 “한국배우들이 서는 무대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외국배우들이 서는 무대에는 더 사랑스런 부분이 많다”고 뽐낸다.

아비가일은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에일리언 밴드’에도 출연하는 등 연기실력을 다지는 중이다.

서울 정동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춘향전’은 글로벌 컬처DNA(회장 이참)와 극단 한국(단장 조종찬)이 함께 제작했다. 주한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다문화 시대에 민간외교 차원에서 기획된 작품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사랑, 그 질곡을 헤쳐 나온 ‘춘향’의 정신과 지조를 이 시대에 풀어놓고자 했다. 노래와 춤에 해학과 풍자, 철학 등이 절묘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지하철 환승신호 국악 ‘얼씨구야’를 작곡한 김백찬(29)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탤런트 박재정(30)이 ‘이몽룡’을 연기, 주목받기도 했다.

탤런트 겸 연극배우인 강만희(63) 연출은 “1970년대 국립극단 배우로 활동했는데 국가의 녹을 먹은 사람으로서 민간외교에 도움이 되고자 뮤지컬 ‘춘향전’을 연출했다”며 “고전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픈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1970년대 당시 연극으로 ‘춘향전’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는데 현 트렌드에 맞춰 ‘춘향전’을 뮤지컬로 만들었다”며 “2년 전부터 기획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강 연출은 “‘지독한 사랑’이라는 부제와 ‘혼돈의 세상에 사랑의 황금률’이라는 수식처럼 위대한 사랑이 주제”라면서 “작품이 기대만큼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외국인들이 우리 고전을 우리말로 연기해낸다는 것이 너무 기특하다”며 웃는다. 특히 ‘춘향’을 연기하는 아비가일이 “상당히 도전적이고 열심히 하는 배우”라며 “한국을 이해하는 정도와 그 정서를 꿰뚫는 시각이 대단하다. 심지어 한국인으로 귀화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강 연출은 ‘춘향전’을 비롯해 ‘흥부전’ ‘배비장전’ ‘심청전’은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대 비극 못잖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춘향전’은 사랑, ‘흥부전’은 우애, ‘배비장전’은 권력 남용과 간음에 대한 경계, ‘심청전’은 효성을 다루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규범의 표준으로 삼을 만한 작품들이다. 이번 ‘춘향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뮤지컬로 만들 계획”이라고 알렸다.

한국배우 팀에서 ‘춘향’을 맡은 박재미(21·숙명여대 무용)는 “너무 많이 인용돼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춘향이가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 이번 뮤지컬의 매력”이라며 “가치관의 혼돈이 느껴질 수 있는 시대에 뮤지컬 속 춘향이 하나의 롤모델로서 작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외국 팀과는 서로 배울 점을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뮤지컬 ‘춘향전’은 30일까지 볼 수 있다. 한국팀과 외국팀이 각각 하루 2번씩 공연한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다문화 가정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순회공연 길에 오를 계획이다.

<사진설명> 뮤지컬 ‘춘향전’에 출연 중인 파라과이 출신 아비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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