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은 공자가 마흔살부터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았다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불혹을 갓 넘긴 배우 정재영(40)이 영화 ‘이끼’를 통해 전작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영화 ‘아는 여자’(2004), ‘김씨 표류기’(2009) 등을 통해 진지함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웃음 바이러스가 관객들에게 진하게 남아 있다. 이번에는 웃음기를 쫙 뺐다. 겉 모습부터 다르다. 웃음요소가 군데군데 박혀있기는 하지만, 기묘하고 섬뜩하며 괴팍한 70대 노인 ‘천용덕’을 연기했다.
페이지뷰 3600만건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린 만화를 강우석(50) 감독은 진작부터 영화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재영은 천용덕을 흔쾌히 맡았다. 3시간에 걸친 분장시간, 두 달반 가량의 노인 신 촬영, 사투리 연습…. 강 감독이 스릴러 장르에 처음 도전한 것처럼 정재영에게도 여러가지가 첫 도전이다.
불혹을 넘겼는데, 판단이 흐려진걸까. 아니다. 의심하지 마라. 새로운 도전이었다. “시나리오가 도입 부분과 3분의 1정도만 나온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어요. 콘티 작업 등 부족한 부분이 메꿔져 나갔죠. 우려는 없었어요. 강 감독님과 세번째 작품을 같이 해서인지 믿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정신은 바짝 차려야 했어요. 순간 정신을 놓으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게 되니까요.”
우려는 없었지만 부담은 엄청났다. “원작이 워낙 좋은 작품이잖아요. 제가 이장으로 나오는 것에 불만있는 사람도 많았고, 노인 역할도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부담감이 컸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생각도 했죠. 다른 작품은 촬영을 하면서 편해진 것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한번도 편해진 적이 없었어요. 끝나는 날까지 첫 촬영의 느낌이었지요.”
이러한 부담감은 강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감독님이 17편의 작품을 하셨다던데, 이번 영화하면서 하루 두, 세갑 피우던 담배까지 끊었죠. 전투에 임하는 자세라고 할까? 감독님이 긴장하니 배우들도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물론 술은 계속 드셨지만요. 하하.”
원작은 단 한 차례만 봤다. 그 이상 보면 너무 만화 속 이장을 따라하게 될까봐서라는 답이 자신감과 함께 돌아왔다. “영화 속 천용덕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할 것 같지만요.”
강 감독은 “원작을 넘지 못하면 영화를 만드나 마나다”라며 자신만만하다. 정재영은 특히 마지막 장면을 꼽으며 “원작에서 마지막이 철학적이고 모호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 엔딩은 정말 뛰어났다”면서 “중간중간 코믹 요소가 가미된 것도 그렇다”며 강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원작의 방대함을 축소하다보니 2시간40분이 넘는 시간에도 그 내용이 다 담겨지지 않았다”며 “원작팬들은 다 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아쉽게 느낄 수 있겠지만, 만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내용을 다 전하면 지루한 서사극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견해도 전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정재영은 1996년 연극 ‘허탕’과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으로 연기의 맛을 봤다. “사실 영화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군대에 있을 때 영화를 좋아하게 됐는데, 짬밥을 먹으면 생각할 게 많아지잖아요. 연극에서 보이는 표현은 디테일이 한정돼 있고, 영화는 클로즈업 등을 통해 미세한 연기로 좀 더 나를 드러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동기가 된 거죠.”
‘배우’ 정재영과 배우가 아닌 ‘일반인’ 정재영의 차이는 뭘까. “사실 사람 정재영은 굉장히 게을러요. 취미도, 특기도 딱히 없고요. 나서는 것도 싫어하고 소탈, 털털한 편이죠. 하지만 배우로서 정재영은 좋아하는 것(연기)을 할 때 굉장히 열심이죠. 연기에 있어서는 집요하기도 하고 끈기도 있고요. 지금까지 연기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사람 정재영보다 낫지 않나 싶어요.”
노역이 잘 어울렸고, 연기도 잘했다. 친할아버지의 모습과 비슷한 지 궁금하다. 정재영은 기겁부터 했다. “저는 멋있게 늙고 싶어요. 검버섯도 피게 놔두면 안될 것 같고요. 하하.”
‘이끼’는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를 듣고 30년간 은폐된 마을을 찾은 낯선 손님 해국(박해일), 이유없이 그를 경계하는 이장 용덕(정재영), 그리고 주민들 사이의 숨막히는 서스펜스가 이어지는 작품이다. 14일 개봉한다.
<사진설명> 정재영은 영화 ‘이끼’에서 섬뜩하며 괴팍한 70대 이장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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