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 “‘나는 너다’ 내 연기인생 전환점”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7-26 18: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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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父子 1인2역으로 연극무대 데뷔 연극의 기능은 다양하다. 웃음과 즐거움을 안겨주며 쾌락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또 삶을 재현해 각자의 인생을 반추하게 만든다. 아울러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교훈을 발견하게끔도 한다.

안중근(1879~1910) 의사를 소재로 한 연극 ‘나는 너다’는 이런 연극의 기능들에서 약간 비껴나 있다. 공연 내내 일관된 신념을 우직하게 전파하는 것이다.

연출을 맡은 연극배우 윤석화(54)의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신념을 줄 수 있다면 연극으로서의 기능을 다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는 말마따나 공연의 뚜렷한 목적이 도드라져 있다.

안 의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죽음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고 왜 기억해야만 하는지를 설파한다. 친일파로 알려진 안 의사의 아들 안준생의 비극적인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동정적인 물음도 던진다.

안 의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작품으로 격변의 시대에 온갖 풍파를 겪는 인간 안중근의 고뇌를 담았다. 탤런트 송일국(39)이 안 의사와 그의 아들 안준생을 1인2역 한다.

송일국은 “(연극이 공연되는 극장이) 삼면이 터진 공간인데 게다가 1인2역까지 맡아 너무 힘들다”며 “하지만 윤석화 선배가 연출하고 박정자 선배가 함께 출연을 하니 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가 언제 박정자 선생님에게 사사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감히 말하는데 이번 연극이 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쇼뮤지컬과 코믹 연극이 득세하는 공연계의 흐름과 달리 묵직한 울림을 안겨준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이유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지만 다큐멘터리 등의 리얼리즘 형식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윤석화가 “우리가 익히 아는 위인을 그리는 것에 대한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표현주의를 선택했다”고 밝힌 것처럼 공연은 아주 작은 무대 장치와 소품을 사용해 추상적인 색채가 짙고 여백이 크다. 애국과 충절을 너무 강조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지점이 바로 이 연극의 강점이기도 하다. 민족의 우직한 성정을 내세우며 애국에 동참하기를 직·간접적으로 호소할 때 한국인으로서 울컥하는 심정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무리 평소 국가라는 범주에 크게 개의치 않고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안 의사의 우국충정, 거기에서비롯돼 느껴지는 죄책감에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부분이 작품이 명시하고자 하는 바다. 다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연극의 거룩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른 공연과 달리 연령층이 높은 관객들이 유독 이 작품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으로 연극에 데뷔하는 송일국의 연기는 대체로 무난하다. 3면이 터진 공간에서 1인2역까지 맡은 송일국은 정말 열심히 연기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안중근과 안준생에 완전 몰입됐다고까지는 평할 수 없지만, 그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인정해줄 만하다. MBC TV 드라마 ‘주몽’(2006) 등 주로 ‘영웅’을 연기해온 그의 모습이 겹쳐서인지 제법 안중근답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연기하는 박정자가 극의 중심을 잡으며 안중근의 부인 김아려를 맡은 뮤지컬배우 배해선(36)이 안정감을 더한다.

배경 스크린을 상자 모양으로 접거나 여러 모양으로 펴낸 뒤 거기에 영상을 쏴 만주벌판과 하얼빈거리, 뤼순감옥 등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단, 극 초반과 막바지에 도드라지는 안준생의 심적 갈등 표현 장면이 극의 흐름과 부유해 아쉽다. 아버지와 달리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안준생의 모습을 사이코 드라마식으로 풀어낸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는 인상적이다. 해원의 굿 같은 느낌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극의 맥락에 상관없이 등장하는 이 장면은 관객의 공감을 사기에 다소 역부족이다.

또 극이 지나치게 비장하고 무거워 우리나라 근대사와 밀접함을 느끼는 못하는 젊은 관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23~25일 드레스 리허설을 가진 ‘나는 너다’는 27일부터 8월22일까지 국립극장 KB 하늘극장에서 볼 수 있다. 송영창, 원근희, 강신일 등이 우정출연한다.



‘나는 너다’로 연극무대에 데뷔하는 송일국의 열연 모습. 송일국은 안중근 의사 역(위)과 그의 아들 안중생 역을 맡아 1인2역의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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