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끔찍한 경험… 감정몰입 힘들었다”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8-12 15: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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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서 연쇄살인마 변신… “나쁜 역 목말랐지만 이번엔 너무 과잉” “단순히 인과응보에 의한 복수극이 될 수도 있겠지만, 폭력이 점점 유희화 되어 가고 폭력과 살인에 중독된 사람들의 극단적인 모습 속에서 뭔가를 찾을 것이 있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 최민식(48)이 1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악마를 보았다’(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 시사회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원색적인 색깔에 반했다. 굉장히 많은 여백이 느껴지는 책이었다”며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5년만에 상업영화에 출연한 최민식은 자신의 성욕을 채우고 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연쇄살인마를 연기했다.

이후 이병헌(40)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더욱 포악해져 막무가내로 살해를 일삼는 인물이 된다. “물리적으로 격한 신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격하고 극단적인 감정으로 정신적인 피로도 쉽게 오고, 이런 생각이 나를 더 무겁게 짓눌러 이중고로 힘들었다”는 고백이다.

최민식은 캐릭터 몰입도에 대해 “아마 제가 캐릭터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몰입해야 했다면 여러분들은 아마 저를 구치소에서 인터뷰해야 될 것”이라며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작품 중에 가장 몰입이 덜 된 상태에서 테크니컬한 연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남자가 치고 받는 처절한 복수극이 역으로 어떤 연출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질 수 있는 작품임을 느꼈다”며 “(나의 배역인) 장경철이라는 인물을 접하면서 대본을 읽은 것과 몸으로 표현한 과정 사이에서 너무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다”며 여운을 곱씹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살인마를 연기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더 나쁜 짓을 하고 싶었는데 조금밖에 안 나와서 이런 연기에 목말랐다”면서도 “이번에는 너무 과잉인 것 같다”고 전했다. “예전에도 많이 맞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영애한테 맞아 아파도 참을만했는데 이번에는 더 아팠고, 징글징글했다는 기억이 난다.”

이병헌은 약혼녀가 잔인하게 살해되자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분노로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절제되고 드라이한 연기를 계속해야 했는데, 무표정에서 희로애락을 조금씩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 단선의 연기 패턴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쉽게 봤는데 막상 연기를 할 때는 힘들었다”며 “촬영을 하면서 모니터링할 때는 작은 감정들의 표현이 보일 리가 없어 매번 내가 잘하고 있나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우리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다른 영화에서는 복수의 주체와 관객들이 통쾌한데, 우리 영화는 본인 자체도 복수 과정에서 피곤 피로해 한다”면서 “이런 행위가 자신도 힘겹게 복수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복수를 하는 사람과 다른 감성인 것 같다”는 설명했다.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김지운(46) 감독의 신작이다. 김 감독은 “짐승을 잡기 위해서 짐승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뼈져리게 실감나는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며 “악마를 상대할 때 그 자신이 악마가 되어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악마를 보았다’고 제목을 정했다”고 알렸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아열대’였다.

이 영화는 인육을 먹는 등의 장면 등이 문제가 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분류했다. 그러다 10일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아냈다. 김 감독은 “인육을 먹는 장면 등 7, 8분대 장면을 잘라냈다”며 “또 어떤 컷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보다는 컷 지속 시간을 줄이거나 해서 최대한 영화의 기운을 잃지 않으려고 편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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