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디바’ 나윤선 ‘세임 걸’ 들고 귀국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8-17 17: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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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7집 ‘강원도 아리랑’ 나윤선식 색깔 눈길 2년간 19개국 50개도시서 ‘부아야주’ 월드투어
佛문화예술공로훈장 수훈등 괄목할 성과 거둬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표현은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41)에게 정확하게 가닿는다. 17일 7집 ‘세임 걸(Same Girl)’을 들고 국내로 돌아오는 나윤선은 “내게 벌어진 일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예전보다 부담감이 더 들면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겸손해한다.

유럽무대에서 주로 활약한 나윤선은 아직까지 아시아인이 재즈를 시작하기조차 낯선 그 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8년 국내 뮤지션으로서는 최초로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 재즈 레이블 ACT와 계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인 슈발리에장을 수훈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독일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19개국 50여개 도시를 도는 ‘부아야주’ 월드투어를 펼쳐왔다. 특히, 세계 3대 재즈 페스티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캐나다의 몬트리얼 재즈페스티벌에 초청 받기도 했다.

슈발리에장은 프랑스 문화공보부장관령에 의거, 예술문화 활동에 업적을 남긴 인물에게 서훈한다. 나윤선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하다가 받은 것이라 너무 깜짝 놀랐다”면서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질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웃었다.

나윤선은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다. 회사를 다니다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에게 발탁됐다. 이후 노래에 갈증을 느끼던 그녀는 27세 때 프랑스 유학을 결심, 실행에 옮겼다. 불문과를 졸업한 나윤선은 “프랑스 파리에 유럽 최초의 재즈 학교가 있다는 것과 샹송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 이 두 가지 때문에 프랑스로 무작정 가게 됐다”고 회상했다.

2001년 재즈 가수로 데뷔한 그녀가 세계적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2008년 ACT를 통해 발매한 6집 앨범 ‘부아야주(Voyage)’다. 유럽 재즈계의 거장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스웨덴)와 작업한 이 앨범은 프랑스 유명 재즈전문지가 최고 평점을 주는 등 유럽 전역에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번 7집은 대중성과 실험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앨범이다. 특정 장르를 고집하기보다 다채로움의 극치를 선보인다.

첫 번째 트랙 ‘마이 페이버리트 싱스(My Favorite Things)’는 나윤선이 ‘엄지 피아노’라고 불리는 아프리카의 토속 악기 칼림바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우연히 파리의 가게에서 칼림바를 발견하고 소리가 아주 예뻐 결국 악기로 연주하게 됐다. “칼림바처럼 혼자 연주할 수 있는 악기와 함께 노래할 때는 더욱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며 “오히려 많은 악기를 사용한 노래에서는 무엇인가 한정된 느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낼 수 있는 음폭이 작은 부분이 오히려 많은 효과를 낼 수 있게끔 이끈다”는 것이다.

새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전설적인 헤비 메틀 밴드 ‘메탈리카’의 대표곡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과 기타로 새롭게 편곡한 민요 ‘강원도 아리랑’이다. 두 곡 모두 원곡의 느낌이 일부 남아있지만, 나윤선식 색깔로 재해석돼 전혀 다른 인상을 풍긴다. 이번 앨범에도 참여한 바케니우스가 나윤선에게 추천한 곡들이기도 하다.

“바케니우스의 기타 하나만 갖고 노래를 해도 100명이 모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보다 더 많은 음악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며 “바케니우스는 오스카 피터슨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는데 그런 거장이 항상 쉬운 곡도 반복해 연습하는 것을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 외에 미국 포크가수 잭슨 C 프랭크의 ‘마이 네임 이스 카니발’, 자작곡인 ‘언서튼 웨더’등 다양한 장르의 11곡이 수록됐다. 9월24일 ACT를 통해 30여개국에서 동시 발매될 예정이다.

나윤선에게 재즈란 여행과 같다. “음악, 특히 재즈 자체는 시작과 끝을 모르는 즉흥성이 많다”며 “여행도 그 과정에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할지 모르니 재즈와 비슷한 것 같다”고 여겼다. “이렇게 음악을 하며 해외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다는 자체가 것 축복인 것 같다. 많은 뮤지션들의 꿈인데 참 감사한다. 현재 여기서 더 다른 것을 원하면 벌 받을 것 같다.”

단, 늙어서도 젊은 음악을 하는 것 만큼은 바란다. “70, 80세가 된 분들 중에 노래를 할 때 눈을 감고 있으면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분들이 많다”며 “목소리의 떨림 같은 것이 전혀 없어서 그런데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열심히 노력을 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나 역시 그렇게 나이 들어도 젊은 음악을 하고 싶다. 내가 늙어도 눈을 감고 내 음악을 듣는 분들이 젊은 내 모습을 떠올렸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는다.

나윤선은 29일 광주 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바케니우스와 듀오 무대를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9월5일 대구 국제재즈축제, 9월11일 포스코 문화공연 등을 벌인다. 10월에는 7집으로 유럽투어를 한 뒤 11월에 귀국, LIG 특집기획 ‘나윤선 프로젝트-워크숍 & 레지던스’에 참여한다. 12월에는 핀란드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와 ‘나윤선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국내 투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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