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복남 살인…’서 잔혹 캐릭터 열연 배우 서영희(30·사진)의 이미지는 우울하고 음산하다.

영화 ‘추격자’(2008)에서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스승의 은혜’(2006)와 ‘궁녀’(2007) 같은 공포, 스릴러에서도 비슷한 인상이었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제작 필마픽쳐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전작들에서 철저한 피해자로 죽임을 당했다면, 이번에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제가 무서운 공포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많이 출연하게 됐어요. 특별히 피를 좋아한다기보다 안타깝게 생겼나봐요. 호호. 우울해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호호.”
특히 ‘추격자’에서 10분가량 나오면서 절반 이상을 비명으로 가득 채우며 김윤식(43), 하정우(32)에 버금가는 강한 느낌을 심었다. “추격자를 떠올려서 많은 분들이 우울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 성격과는 참 다르다”면서 “이번 영화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피를 많이 묻히긴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많이 나눠줬다. 즐거웠다”며 웃었다.

서영희는 외딴 섬 무도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섬 밖으로 나와보지 못한 인물 김복남으로 나온다. 남편에게 매를 맞고 시동생의 성적 대상이 되는 등 학대와 고통에 시달리는 존재다.

어느날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그녀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돌변한다. “무심결에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있듯이 다들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김복남처럼 사는 사람도 있어 공감하는 부분이 조금씩 있을 것”이라며 “불쌍하고 안타까운 여자라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배우 지성원(30)이 복남의 어릴 적 친구 해원으로 나온다. 도시에 살며 자신의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는 예민한 성격이다. 지성원은 “도시 안의 섬같은 존재인 해원은 외롭고 폐쇄적이고 불안한 사람”이라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일에 무관심하고 냉정한 모습 등등이 보여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극중 서영희는 지성원을 친구로 믿고 의지한다. 둘은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 동성애 분위기를 풍긴다.

서영희는 “섬에 살면서 유일하게 따뜻한 감정으로 대해줬던 해원이라는 존재에 대해 유일한 믿음을 가지고 ‘나중에 데려가겠다’는 말 하나만 믿고 살아간다”면서 “동성애적인 느낌보다 따뜻한 애정 정도를 느낀 것 같다”고 몰입했다.

장철수(36) 감독은 “많은 분들이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예산이 많지 않은데 삼성그룹의 홍라희 여사가 보면 홍보가 되지 않을까”라고 바랐다. “재력과 권력을 가진 분이지만 그분도 어머니, 여성, 아내로서 겪어야 하는 일을 공감할 수있다고 생각해 문득 생각이 났다.”
영화는 평온한 바다의 물결같은 잔잔함과 폭발적인 폭력성의 분출을 동시에 절묘하게 보여준다.

일견 평화로운 듯한 무도의 배경은 전형적인 촌의 풍경이다.

하지만 그 안에 감춰진 추잡함과 폭력이 드러날 때는 화산과도 같다.

모진 억압과 고통 받는 자신을 해방시켜줄 유일한 구원의 대상으로 여긴 해원에게마저 냉정히 거절 당한 복남의 복수는 결국 고독한 인간의 표상이다.

마을 사람들을 낫으로 살해하고 목을 자르는 장면, 물고랑을 타고 흐르는 피, 살인을 한 뒤의 “된장 바르면 나아유. 안 아프주?”라는 대사 등은 영화를 잔혹 스릴러로 규정하는 것들이다.

신체를 노출하고, 강간을 당하고, 벌을 치고, 구타를 당해가며 몸을 아끼지 않은 서영희의 호연이 돋보인다. 무도의 순박한 여인을 완벽하게 연기한 서영희, 쌀쌀맞고 차가운 도시여성을 실감나게 보여준 지성원의 호흡도 부드럽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받은 영화다.

2010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3개 상을 수상했다. 9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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