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의 가치 담은 ‘반성’ 펴내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12-13 17: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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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자연·세상에 대한 글 엮은 산문집 출간
박완서·안도현등 20명의 진솔한 이야기 눈길




소설가 박완서씨는 저절로 오랫동안 지켜온 절약정신이 하나 있다. 음식물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씨는 “어려서부터 농사짓기의 어려움과, 곡식으로 된 것은 쉰밥도 버리지 못하고 씻어 먹는 걸 보아온 데서 비롯된 원초적인 죄의식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이로 인해 “내 몫은 남의 집에서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우고, 손님을 치르고 남은 음식도 걷어두었다가 몇 날 며칠을 그것만 먹다가 다 먹은 후에야 새 음식을 만드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박씨는 “먹는 거라면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이 늙은이를 자식들이나 손자들이 창피스러운 나머지 죽는 날이나 기다릴지 모른다”는 ‘반성’을 했다.

이후 “남은 음식은 지딱지딱 버리고 새로 사먹는 게 젊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일도 되고 농사짓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반성-되돌아 보고 나를 찾다’는 박씨 외에 김용택 안도현 이순원 구효서 이재무 이승우 장석주 고형렬 서하진씨 등 신인부터 원로까지 작가 20명의 진솔한 자기반성을 엮은 산문집이다.

작가들은 반성이라는 주제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예의, 시대에 대한 통찰적인 시각, 세상에 대한 관조 등을 풀어낸다. 특히, 인생에 대한 따뜻한 성찰은 혼란의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넌지시 던져준다.

이순원씨는 ‘예술가 아들의 삶’에서 아들의 산길 이슬을 털어주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자신이 살아온 길 고비고비마다에 어머니의 이슬털이가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서석화씨는 ‘어머니의 문안 전화’를 통해 뇌졸중으로 요양원에 있는 엄마 하루 일과의 전부가 아침 10시 딸에게 전화 거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 후 상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한다.

은미희씨의 ‘내 기억 속의 음화’와 장석주씨의 ‘반성은 자기 돌아봄이다’는 뒤늦게 알아버린 아버지의 삶의 무게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로 가득 차 있다.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자기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이 묻어나는 글들도 있다. 안도현씨는 ‘이까짓 풀 정도야’에서 하찮은 풀잎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손을 다루고, 권태현씨는 ‘욕먹고 나면 더 잘하게 돼’에서 세상의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창작의 길로 되돌아온 길과 그 계기를 되짚는다.

고운기씨의 ‘세상을 바로 살기 위한 여섯 가지 반성’, 우광훈씨의 ‘너무나 안전했던 대구’, 김규나씨의 ‘일곱 가지 새똥 같은 이야기’, 공애린씨의 ‘오르한 파묵의 바늘’ 등 반성의 의미에 대한 성찰과 다양한 경험에서 도출해낸 반성의 가치를 담은 작품들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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