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써야할 사람은 신정아가 아니다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3-23 12: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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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문화평론가)

벌써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배우 오현경과 가수 백지영의 동영살 유출 사례는 신정아의 에세이출간의 모순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새 두 명의 스타는 공인 여성 인권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 당사자들이다. 이 때문에 여기에서는 본인들이 불편하게 생각 할 가능성을 제외하려 한다. 오현경과 백지영의 영상이 인터넷상에 유출되었을 때 결국 여론의 향배는 여성 스타에게 돌아갔다. 즉 두 여성에 대한 옹호와 지지가 일어났고 그들이 대중적 활동을 하는데 무리가 없게 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그들 두 여성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는 데 있다. 성적 자가결정권에 따른 행동만 있을 뿐이다. 개인의 자기 결정에 따른 삶의 행위들을 부당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출한 남성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려졌다. 인간적 유린을 당한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학력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 씨는 자전적 에세이에서 자신을 추근댄 남성들을 밝혔다. 놀라운 일이다. 남성들 때문이 아니라 신간 출간과 기자회견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나 당당할 뿐 아니라 본질과 이격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 유린당한 여성이라는 프레임을 사용할 때 그 주체가 누구이냐에 따라 달라지겠는데 적어도 신정아 씨는 아니다.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신정아 씨는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교수직 등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신정아 씨는 다른 힘없는 여성들과 비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추근댄 남성들의 거론이 다른 의도가 내포된 것은 아닌지 지적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당연하다. 그 해당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신 씨는 부당한 지위를 통해 괴롭힘을 당한 약자가 되고 결국 도덕적 강자로 등극하기 때문이다. 지위를 통해 여성에게서 자신의 사적인 욕심을 채우는 남성은 급격하게 약자가 된다.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약자인 여성을 우롱했기 때문이다. 강자가 약자를 해치면 약자가 되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은 더욱 그렇다. 결국 도덕적으로 크게 흠결이 있는 존재는 윤리적 약자로 설땅을 잃게 된다. 더구나 총장을 지낸 정운찬과 같은 교육자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프레임이 될수 없는 것이 신정아 사례다.

물론 한편으로 지도층 인사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내주는 것 같이 시원도 하다. 이러한 점은 고 장자연 사건의 이미지와 겹치는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는 엄연하게 다른 영역의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같은 관음증에 기댄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일으키는 선정주의와 이의 사실 여부를 확대하는 저널리즘은 본질을 잃게 한다.

일각에서는 신정아 사건의 핵심이 사생활의 과도한 침해와 여성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정아 사건의 핵심은 학력 위조를 통한 부당한 사회적 지위의 소유와 기득권 유지다. 합성사진이 본질 호도에 일조했을 뿐이다. 그로인해 다른 이들이 정당한 자신의 기회와 능력발휘를 박탈당했다. 그런데 그 같은 본질적인 부분을 가리고, 남성 권력자에게 희생당한 여성으로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신정아 기자회견의 내용을 그러한 프레임에 가두는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근본적으로 책을 내야 할 사람은 신정아가 아니라 장자연이어야 했다. 장자연이야말로 최대의 약자였으며, 인권유린의 대상자였다. 끝까지 생존해 그 이면의 모습들을 알려야 하는 사람이었다.

신정아씨에게 가해진 사생활 침해나 인격 모독은 잘못이다. 여성에게 가해진 이중적 시선의 폭력이다. 하지만, 다른 별개의 사안이다. 그러한 행위들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정아씨가 만약 자전적 에세이를 통한 국면 전환의 이미지 프레임을 모색한 것이라면 이는 진정성이 처음부터 없는 것이다. 에세이 발간을 통한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오류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 표명이 전면적이어야 했다.

권력적 남성에게 유린당한 여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인한 동정론과 옹호의 기대는 착오적이다. 신정아씨는 공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서 사적인 추행 여부로 프레임을 이동, 본질을 전도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행위는 정말 진정으로 인권을 요구를 해야 하는 여성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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