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뚝심 설득' 通했다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7-11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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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종로구청장 취임 1주년
갈등ㆍ반목 대신 소통ㆍ화합의 향기 가득… '사람사는 세상' 종로구

[시민일보] 조선 왕조 600년 전통의 명맥을 잇는 문화 예술의 도시 종로구가 건축사 출신 구청장을 제대로 만났다.

건축사 특유의 세심한 안목과 손길이 종로구 전반을 고품격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평가다.

‘천천히,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김영종 종로 구청장은 그동안 관행처럼 행해지던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정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주민을 설득하고 협의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구정 운영 과정에서 ‘설득과 조정을 통해 주민과 신뢰를 구축하는 게 그의 소신이다.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는 나름의 비법인 셈이다.

실제로 겸허함을 잃지 않고 인내심으로 반복해서 설득하는 구청장에게 설복당하지 않을 장사는 없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게 되는 건 사심보다는 오로지 주민의 삶의 질을 앞세우는 김영종 구청장의 진심을 알기 때문 아닐까 싶다.

최근 국내 최초의 관민 협동 작품이 될 푸르메 장애인 복지관 건립도 김 구청장의 이 같은 뚝심이 빛을 보게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됐던 건 아니다. 구청 측이 부지를 제공하고 푸르메 재단이 후원금을 모아 복지관을 건립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직원들이 난색을 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때에도 김 구청장은 직원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설득에 설득을 더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갈등과 반목의 극단을 달리던 재개발 현장에서도 구청장의 이 같은 철학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육탄전을 불사할 정도로 격앙돼 있던 주민들이 이제는 서로 술잔을 나누며 오순도순 지역 발전을 위해 논의할 만큼 달라진 모습이 그 증거다.

노점상 이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부 언론에 종로구와 노점상과의 마찰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김 구청장이 1년여의 시간 동안 노점상 이전을 설득한 오랜 배려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고도 여전히 구청장의 설득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인 노점을 합법화시키고 노점을 한 군데로 모아 ‘특화거리’를 만들겠다는 구청장의 복안대로라면 인사동 노점상 이전은 분명히 상호간 윈윈으로 끝날 수 있는 게임이다.

노점상 거리가 조성되면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지 않아서 좋고 노점상은 합법적인 장소에서 단속반에 쫓겨 다니지 않고 장사를 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나쁘지 않다는 구청장의 설득논리에 노점상 당사자들이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좋을 거라는 판단이다. 이미 지난 해 7월 전에 노점상 특화 거리를 조성하고 공사를 마쳐 놓은 상태다.

파라솔에 전기시설까지 모두 구비해 놓고 옮기라는 데 무조건 싫다고만 하니 답답하다는 구청측 입장이 딱하다.

김영종 구청장은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구청의 이전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노점상들의 현실적인 애환을 십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자리를 이전한 노점의 경우를 예로 삼아 매출 감소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실제로 도시 미관을 위해 종로구 지역내 대로변 노점상 600여곳을 구청이 마련한 종각 젊음의 거리, 낙원동 다문화거리, 화신 먹을거리 촌 등 7곳으로 분산 이전한 바 있는데 실보다 득이 많은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종로5가 거리에서 화훼류를 팔던 노점상들도 관철동, 양사길 등으로 이전한 이후 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김 구청장이 핵심 공약 사업으로 내놓은 명품도시 건설도 종로구 발전을 위한 그의 깊은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분야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구청장의 명품도시 건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주거환경 개선 개념은 일찌감치 떨쳐 버려야 한다.

그에게 명품도시는 한 마디로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다. 안전성과 편리성이 전제된 편안함은 물론 아름다움과 철학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주거환경 개선은 당연히 그 일부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추진 방식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주거환경을 개선한답시고 철거부터 하는 방식보다는 기존의 것을 제대로 보수보강해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부분만 철거하겠다는 생각이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재개발로 종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구청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종로의 정체성 잃지 않는 방식을 취하되 꼭 필요하다면 예술적인 부분을 최대한 살리고, 사람들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하는 방식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은 그가 오랜 시간 종로에 몸담고 살면서 도출해 낸 장인의 정신을 담은 결과물인 만큼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정말로 종로구가 달라지고 있다.

쓰레기장이 녹색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고 피해의식에 젖어 소극적이던 주민들은 지역 지킴이를 자처할 만큼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고 있다.

고성이 오가던 골목길엔 화합과 소통으로 희망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다.

집을 짓는 건축사의 꼼꼼한 마인드로 사람사는 세상을 디자인하고 있는 김영종 구청장의 충정이 있는 한 당분간 계속 이어질 종로 풍경이 아닐까 싶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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