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진력(鞠躬盡力)'

이기문 / / 기사승인 : 2014-01-02 15: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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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문 변호사
▲ 이기문 변호사
중국 역사의 명군은 뭐라해도 강희제다. 그의 통치 철학이 '국궁진력(鞠躬盡力)'이었다.

'국궁'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구부린다는 뜻이고, '진력'은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결국 '국궁진력'이란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구부려 온 힘을 다한다는 말이다. 강희제의 입에서 나온 말인데, 상상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천상천하의 유아독존의 1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황제였기에 그렇다. 당시 신하들도 이에 대하여 반대했었다.

하지만 강희제의 태도는 완강했다. 그는 "짐은 하늘의 종이기 때문에 어떤 일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군주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쉴 수가 없는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 강희제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모든 것과 구별되고, 모든 것 위에 있으며, 모든 것을 다 가진 황제가 '몸을 구부린다'는 것에 대하여 신하들은 강희제의 그와 같은 입장에 대하여 반대했다. 신하들의 반대는 당시의 권력구조로 보아서는 당연한 논리이다.

그러나 강희제의 소신은 가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강희제는 스스로를 하늘과 백성의 종이라고 여기며 죽는 날까지 '국궁진력'의 자세를 견지했다. 그는 죽기 5년 전인 1717년 '고별상유(上諭)' 즉 사실상의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강희제는 61년의 치세를 회고하면서 남긴 유언은 간결했다. 유언은 간결했지만, 그는 이 유언을 위해 10년을 고심했다고 고백했다. ‘능력 있는 자를 가까이 두고, 백성의 세금을 낮춰 주며,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위태로움이 생기기 전에 나라를 보호하며, 혼란이 있기 전에 잘 다스리고, 관대함과 엄격함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요지의 그의 유언은 지도자가 당연히 가야 할 길이다. 그는 고별상유의 마지막 부분에서 "간을 드러내고 쓸개를 끄집어내며 오장을 보여주는 것처럼 진심을 털어 놓았다"고 했다.

세상의 어떤 지도자가 자신의 진심을 이렇게 까지 털어놓으며 나라를 경영할 수 있을까?

간과 쓸개를 끄집어내주고, 오장육보를 다 보여주는 자세로 자신의 진심을 국민들에게 보여준다면, 과연 믿지 않을 국민들이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 놓으면 과연 안 될 일이 있을까?

상대방과 백성들의 믿음과 진심을 얻어내기 위하여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강희제의 고백과 같이 자신의 진심을 털어 놓는 일이다.

“나는 천하를 이끌지만, 천하가 나를 위해서 존재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천하를 받드는 것이지, 천하가 한 사람을 받드는 것이 아니다”

강희제의 진심과 사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의 마음을 천하를 다스리는 일에 쏟아 붙겠다는 그의 진지한 자세를 우리는 읽을 수 있다. 강희제는 '고별상유' 중에서 "한 가지 일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온 천하에 근심을 끼치고, 한 순간을 부지런하지 않으면 천대 백대에 우환거리를 남긴다."고 했다.

‘한 가지’에 조차 정성을 쏟지 못하는 지도자, 그리고 ‘한순간’도 부지런하지 못한 지도자들이 즐비한 오늘에 이르러, 모든 지도자들이, 그리고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경구가 아닐까 싶다.

지도자들은 강희제처럼 자기만의 유서를 미리 남겨야 한다. 시대를 따라서 변하는 구구한 변명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고, 가야 하는 길에 대하여, 누구든지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 우리는 진정으로 백성들에게 허리를 굽히는 겸손한 지도자들을 보고 싶다. 자신이 먼저 있는 힘을 모두 쏟아서 백성들을 아끼고, 또 윗사람으로 모신다면 백성들은 반드시 안거낙업(安居樂業)을 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지도자들을 따라가지 않을까? 국궁진력하는 지도자들의 출현은 요원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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