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머리에 손오공 머리띠를

전지명 / / 기사승인 : 2014-01-17 16: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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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명 동국대 겸임교수
▲ 전지명 동국대 겸임교수
주한 일본대사관 1층 분향소 방명록, “삼가 이번 대지진으로 희생되신 분들을 깊이 애도합니다 (2012년 3월 18일)”

이것은 불의의 재난으로 일본이 비탄에 잠겨 있을 때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 그 당시 남긴 위로문이다.

봄소식을 맨 먼저 알려 주는 전령사(傳令使) 매화꽃 향기가 분분히 흩날리고 또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잎샘추위에 이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일본의 국화인 벚나무들 가지에는 꽃망울이 막 터질 듯이 부풀어 있을 즈음, 이들의 자존심을 한 순간에 삼켜 버린 대지진과 쓰나미가 몰아 쳤다. 마치 가공할 만한 쓰나미 영화의 장면들이 현실로 재현된 듯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참상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그때 박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트위터와 미니홈피에도 참혹한 재앙으로 말과 넋을 잃고 고통 받고 있는 그들에게 그 고통, 그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를 진정 기도하듯 간절한 위로와 격려의 글도 올렸다.

그 뿐인가. 절망의 늪에 빠져 있던 일본 돕기에 전 세계가 나서고 있을 때 앞장서서 구조대를 가장 먼저 보낸 나라도 바로 우리가 아니었던가.

필자도 그즈음에 “전후의 그 황막한 잿더미 속에서도 오늘날 경제 대국이란 그 영광을 이룩한 그 참을성, 그 용기, 그 힘과 저력을 우리는 익히 알고 또 믿고 있다.

우리 전 회원들의 따뜻한 인류애 정신으로 오늘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마음과 글로써 끝없는 성원을 보내드리겠다“라는 글을 한국문인협회 명의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겨우 두 해도 가기 전에 우리의 진심어린 성의에 보답은커녕 마른하늘에 날벼락(靑天霹靂)같은 쓰디 쓴 배신감을 맛보게 하는 이 소리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분명 짐승이 짖는 소리는 아니다.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 총리란 사람이 짖어 대는 망언의 헛소리다.

그 망언은 “한국의 톱(대통령 지칭)이 미국과 유럽에 가서 여학생처럼 ‘고자질 외교’를 하며” 라고 지껄이며 한 술 더 떠서 “고자질 외교는 서로 그만 두는 편이 좋다”라면서 충고까지 덧붙인다.

노다의 망언, 참으로 뻔뻔스럽고 놀랍다.

예나 지금이나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정치인의 막말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지만 그의 막말에는 말문이 막힌다.

일국의 정상(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강조해 온 이웃나라 정상을 겨냥해 ‘여학생의 고자질’에 비유하는 그의 극도로 무례한 행동 양식에서 보듯 그는 분명 사이코패스(Psycho Path : 반사회성 성격장애, 정신병질자)기질을 가진 정치인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평화를 희구하는 인류의 양심과 역사의 정의에 반하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도발로 반일 감정이 커져가고 있는 터에 오만방자한 노다의 이런 망언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여.

세계인들로 하여금 왜 의분과 성토를 사고 있는지 그 이유를 그렇게도 모른다면 말이 되겠는가. 이미 옛적에 장례를 치른 군국주의에 대한 헛된 망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과거사를 부정하며 세계질서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 곧 그 이유다.

그렇다. 그래서 역사를 잊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 바로 역사의 진실인 것이다.

중국의 소설 ‘경전(經典)‘이라고 불러지고 있는 ’서유기‘는 반란을 그렸는데, 그 주인공인 손오공이 바로 천궁(天宮)을 시끄럽게 한 반란 영웅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당승(唐僧)이라고 불리는 사부가 있었고, 그 사부는 손오공의 머리를 꽉 조이는 머리띠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손오공에 대한 제약이었고 그의 행위에 대한 규범이었다. 그 머리띠가 암시하는 것은 어떠한 전투라도, 하물며 반란일지라도 반드시 행위의 준칙과 도덕적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날 뜻밖의 재난을 당하여 지치고 어려울 때 함께 힘이 되어 준 국제사회의 우의를 져버리고 있는 그들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다’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이미 도를 넘다 못해 침략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 아베나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 마저 상실한 노다의 머리에 손오공의 머리띠를 힘껏 매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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