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칼럼] 민생의 정치

이영환 / / 기사승인 : 2014-10-12 12: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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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이영환 건국대 교수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이용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다. 주로 다양한 자선 프로젝트나 이벤트, 상품 개발 등의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하게 되는데 혁신적인 창업을 위해서도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가장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사는 영국의 조파닷컴이다. 조파닷컴은 개인 대출형 펀딩 서비스로 지금까지 1조원이 넘는 대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크라우드 펀딩이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소방대원에게 소방 장비를 구입해주자는 프로젝트와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전문 사진관을 후원하는 프로젝트 등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유익한 프로젝트에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슬프게도 소방대원에게 소방 장비를 구입하자는 크라우드 펀딩이 편법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불법이다. 왜냐하면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우리나라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올해 초다.

필자가 24년의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처음 한국에 돌아와서 발견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은 학교 폭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서울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자살하는 뉴스가 날마다 보도되고 있었다. 이들이 고통 받는 곳에 약간의 도움을 주기 위해서 ‘폭력 없는 우리학교’라는 앱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해서 펀딩을 받으려고 돈 좀 있어 보이는 단체를 무던히도 쫓아다녔다. 그러다가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 후 2년이 지난 후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작은 돈이 생겨서 다시 한 번 앱을 개발했다. 그것이 ‘폭력없는 우리학교2’다. 그후 ‘코레일 데이터’, ‘공기업 데이터’, ‘가만히 있으라고?’ 등의 앱을 출시하고 공익을 위하겠다는 비전과 목표 아래 필자와 제자들이 ‘시민의 코딩’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개인의 주머니를 털어서 공익적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는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체가 아닌 까닭에 ‘시민의 코딩’은 기존의 벤처 펀딩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크라우드 펀딩이다. 올해 초 ‘개인이나 사업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회의 공익을 추구하는 사업으로 공익적인 앱을 개발해서 보급하려고 한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이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1인당 오십만 원씩 투자해 주십사 하는 부탁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투자하겠다고 흔쾌히 언약을 하신 분들은 스물네 분이었다. 최소한 1천2백만원이나 되는 적지 않은 귀한 금액을 투자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이 귀한 자금을 개인 계좌로 투자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개인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계좌가 아니고 “시민의 코딩” 기업 계좌로 모아져서 공약한 대로 사용된다는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공신력 있는 크라우드 펀딩 전문사와 협력해서 모금되는 투자액을 공개하고 추후 수익구조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본격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했다. 바로 이때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편법을 쓰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불법이라는 사실이었다.

편법은 다름 아닌 장부 조작이다.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한 것처럼 꾸며서 판매대금으로 장부를 조작하면 된다. 대부분의 크라우드 펀딩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당장 눈에 보이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공익을 추구하는 기업을 경영하는 우리는 아무리 돈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장부 조작이라는 편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크라우드 펀딩법이 이미 오랫동안 국회에 계류되어 있어서 아무리 늦어도 봄까지는 통과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게 지난 봄이다.

이제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눈앞에 보이는 때인데 크라우드 펀딩 법안은 2년째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페이스북 그룹에 시민의 코딩의 비전에 동참하겠다고 언약하신 분들은 이미 다 잊고 있을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다시 처음부터 비전 공유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니 참 난감하게 되었다. 문제는 국회가 법안을 언제 통과시킬지 조차도 확신도 안 서는데 현재 계류되어 있는 법안의 수가 8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더욱 난감한 것은 “시민의 코딩”은 다음 달이면 자금이 바닥난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시민의 코딩”은 또 다시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속을 마구 끓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김현 의원이라는 분이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하면서 삼십 분 이상 기다리던 대리기사를 집단 폭행하는데 개입하였다는 뉴스를 보니 속이 더 뒤집힌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주기를 원했다면 이제 김현의원은 소원 성취했다. 대리기사뿐만이 아니고 전 국민이 그녀를 알아보게 되었으니까.

김현의원뿐 만이 아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법안을 1개도 처리하지 않고 놀고먹은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잠자고 있는 법안들 중 얼마나 많은 법안이 우리 “시민의 코딩”과 같은 경우를 당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시기를 권한다. 먹고 살기 바쁜 불쌍한 대리기사가 알아보지 못한다고 화내지 말고 민생 좀 살피시고 국민들이 알아주기를 바래기 전에 자기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 기억 좀 하시라는 것이다. 민생의 정치란 별 거 아니다. 민초들이 필요한 것들을 살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현 의원 같은 분은 앞으로 평생 동안 우연이라도 알게 되거나 꿈에라도 만나게 될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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