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차 고위급접촉에 대한 제언

황흥룡 / / 기사승인 : 2014-10-29 16: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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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장
▲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장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2차 고위급접촉을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의 여부이다. 남북은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남북이 합의한대로 상호 비방 중상과 전단 살포의 중지를 바라며,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의 해제를 바라고 있다. 우리의 회담전략은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이다.

북한을 전략 수립의 중심에 두고 북한을 얼마나 압박하는가, 요구를 얼마나 덜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협상에서 ‘갑’의 위치를 얼마나 확보하는가 하는 시각으로는 당면한 난제를 풀어나가기 어렵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의 도출을 잣대로 하여 우리 스스로를 중심에 놓고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과 북한의 요구를 조정하는 것은 협상전술일 뿐이다.

2차 통일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은 통일헌장과 통일헌법을 언급했으며,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의 입지 선정을 주문했다. 이 같은 사안들은 북한과의 협상과 합의가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 개성공단사업의 경우 ‘위로부터의 합의(top down)’방식이라는 점에서 실무적 협상의 문제들이 비교적 쉽게 해소될 수 있었다.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의 경우 대통령 차원에서 국내외적으로 사업의 추진을 수차례나 천명했다.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북한과 국내여론, 그리고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입지를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것에는 많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명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협상대상인 북한측의 협상력을 키우고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

남북관계는 한반도 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는 유용한 수단이며, 시급한 북한주민의 민생개선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남북협상의 틀은 항시, 그리고 조건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의 형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이 갑을 관계를 다투거나 일방적 요구를 강요해서는 안 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신뢰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해 나가야 한다. 북한은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형성에 협조해야 하며 우리 역시 북한이 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아울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강산관광사업의 재개와 5.24조치의 완화 및 궁극적 해제가 필요한 사안이다. 5.24 조치의 경우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는 정부 내 지침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변화에 대응하여 순차적으로 완화하고, 신뢰가 형성될 경우 전면 해제하는 점진적 접근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관광사업은 북한 지도부를 직접 압박하는 스마트 제재라는 점에서 우리의 전략적 목표 달성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북한 주민에 직접적 혜택이 갈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주민의 고통 경감과 삶의 질 개선은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통해 북한주민의 신뢰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산가족상봉문제의 근본적 해결 및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의 해소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개발구 시도와 북한주민의 민생개선을 연계하는 대북지원방안은 ‘드레스덴 구상’의 구체화로서의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남북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전략적 관점에 입각한 목표들을 달성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들이 방기된다면 남북관계는 이벤트에 의존하는 기존의 굴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단기적 현안의 해결과 더불어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민주화와 시장화를 통한 정상국가화는 통일의 필수적인 전제이다. 2차 고위급접촉은 공고한 대화의 틀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보다 큰 스케일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차 고위급접촉이 열어주는 기회의 문으로 들어설 수 있는가의 여부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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