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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오 구청장 |
지난 7월, 승용차 트렁크에 갇힌 채 납치당하던 여성이 극적으로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납치범은 한 때 피해여성의 애인이었고, 교통량과 유동인구가 많은 퇴근 시간대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우리나라의 치안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도 수출할 만큼 세계 최고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도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국민안전을 위해 반드시 척결해야 할 4대 범죄로 발표했지만 아동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가정폭력은 연일 뉴스에 보도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1970년대 북미여성운동가들에 의해 처음 생겨난 개념으로 안전성, 접근성, 편리성, 쾌적성을 갖춘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이후 1981년 캐나다에서 ‘밤길 안전하게 다니기’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캐나다 몬트리올과 토론토의 버스는 일몰 후, 여성 승객이 원하는 곳이면 버스정류장이 아니어도 하차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런던과 브리스톨은 골목과 지하도 등 외진 곳의 벽을 밝은 색으로 칠하고 가로등의 조도를 높였다. 이런 작고 사소한 정책들이 하나, 둘 시작되어 쌓이면 사회적 약자들의 안전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친화도시란 과연 무엇인가? 여성친화도시는 여성만이 살기 좋은 도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주축이 된 가족과 여성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인간 친화적 도시를 말한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면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하는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대 여성들이 단순히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존재가 아닌, 직장을 다니고 소비와 문화 활동을 하는 하나의 독립된 사회구성원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사회환경, 도시환경은 여전히 남성 위주로 흘러가고 있어 아직도 여성에게 불안하고 불편하고 위험한 요소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여성들이 그동안 도시 계획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성동구는 2015년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목표로 각종 도시 공간 조성 및 도시 계획 설계 시 첫 단계부터 여성의 의견을 반영하고, 여성의 평등, 안전, 건강, 참여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해 지난 6월 성동경찰서와 전국 최초로 협약을 맺고 ‘안심주택’을 합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안심주택은 서울시 협력사업인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연계해 빈집을 새집처럼 고쳐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두꺼비 하우징' 형태이다.
또한 한양대 및 한양여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로 자취하고 있는 마장동, 사근동의 어두운 골목길 노면 위에 안심귀갓길 표시를 하고, CCTV, LED 조명 등 실질적인 안전망을 구축해 ‘여성안심동네(골목길)’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여성이 참여해 여성이 만들어가는 여성을 위한 지역정책이지만, 여성친화도시가 조성됨으로써 나타나는 안전, 편의, 생태환경은 남녀노소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공재다. 부족한 여성의 권익과 참여를 보장하고 그 혜택은 남녀 모두가 누리는 여성친화도시야 말로 실질적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도시, 여성친화도시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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