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다툼, 롯데가(家)의 딜레마

전지명 / / 기사승인 : 2015-11-23 14: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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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명 동국대 겸임교수
▲ 전지명 동국대 겸임교수
‘동물의 왕국’같은 TV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세계에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먹이사슬에서 잡아먹히는 동물의 수가 항상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종(혈족)이 아닌 같은 종 내에서도 심지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혈육 간의 잔인한 전쟁을 종종 볼 수 있다.

동물세계에서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때로는 가장 무서운 적이 되기도 한다.

천적이 우글거리고 먹이가 부족한 상황에서 동물 형제간의 골육상쟁은 필연적이며 생존을 위한 진화의 냉정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동물의 세계이고 인류사회를 보면,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낳은 두 아들 중 형 카인이 질투심에 불타 동생 아벨을 죽였다.

이 일화가 형제 살해의 비극을 뜻하는 ‘카이니즘(Cainism)’이 되었다.

이러한 형제간의 살육은 지중해 연안 이탈리아 반도로 이어져 쌍둥이 형 로물루스가 동생 레무스를 죽이고 왕에 등극하면서 로마시대가 열렸다.

또한 오스만 제국에서는 새로운 술탄(이슬람제국의 최고 통치자)이 왕위에 오르는 날, 그 제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관행에 따라 술탄의 형제들과 그들의 남성 자손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왕위가 세습되던 왕조국가 시대에는 왕위계승을 둘러싼 왕자들 사이에 음모와 술수, 살육전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500년 조선왕조 시대를 열었던 태조 이성계의 아들들이 왕위승계 쟁탈전을 벌인 ‘이방원 왕자의 난’으로 당시의 궁궐에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비극적인 가족사도 담고 있는 왕정시대의 막이 내려진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하지만 그 시대와 유사한 변형의 ‘현대판 왕자의 난’이란 막장 드라마가 서울 한복판 ‘롯데 시네마(?)’에서 상연되고 있는 듯하다.

이미 노쇠한 황제(?)를 등에 업은 큰 아들이 동생의 숨통을 몰래 끊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갔건만 이를 알아챈 동생에 두 부자가 되치기 당하는 명연기(?)를 적나라하게 펼쳤다.

이른바 ‘롯데가(家) 왕자의 난’ 줄거리다.

그렇다면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에서 왜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연출 될 수밖에 없었는가가 바로 우리의 관심사다.

그 답은 크게는 자신의 왕위(?)를 넘겨 줄 마음이 추호도 없는 황제 신격호 회장의 봉건적 가족 경영에다 좁게는 두 왕자의 롯데 지분이 비슷한 데서 기인되었다.

그러다보니 피를 나눈 형제가 피보다 진한 돈 권력(?)을 눈앞에 두고 피터지게 싸워도 속수무책이 된 셈이다.

이에 반해 삼성은 형제들끼리 담장 안에서 싸운다는 형제혁장(兄弟鬩墻)의 비극을 대비해 경영능력이 평가된 한 형제에게만 삼성지분을 몰아주어 후계자 승계의 불씨를 아예 제거했다.

롯데는 삼성가(家)에서 그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제 재벌가 왕자의 난에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롯데 왕자의 난에서 누가 승자가 돼도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은 피할 수가 없다.

롯데왕국의 이번 후계자 다툼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보여 주고 있다.

위기에 빠진 3부자의 경영적 결단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지가 앞으로 롯데가(家)의 딜레마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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