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판도라의 상자

오현세 / / 기사승인 : 2016-03-21 16: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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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세 객원기자
▲ 오현세 객원기자
영국에서 발달해 한반도를 강타한 지진 알파고의 여진이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단순히 호사가의 흥밋거리 정도인 줄 알았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이처럼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오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자, 이세돌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고 사람들은 흥분의 도를 넘어 일종의 공황상태로 진행하고 있다. 왜일까?

사람들은 기계가 연산 능력에서 인간보다 앞선다고 기계를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계가 힘에서 인간보다 강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사람보다 빨리 달려도, 날씨를 빨리 예측해도 인간은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인간이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에. 기계는 인간이 시킨대로의, 예측 가능하고 기대했던 결과를 내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결코 인간이 입력하진 않은, 예측하지 못한 결과물을 생산해 냈고 그 결과물이 이세돌의 답보다 뛰어났다. 알파고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개발사는 알파고도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가치를 판단하여 해답을 찾을 줄 안다고, 그러니 한번 붙어보자고 자신만만 바둑의 세계 일인자인 한국의 이세돌 프로에 도전했다. 사람들은 단순한 개발사의 흥행전략으로 치부했다. 일부 학자가 알파고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세돌의 완승을 점쳤다. 그런데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다섯 차례 대결에서 4:1로 이겼다. 바둑에 관한 한 기계에 불과할 뿐인 컴퓨터가 인간보다 똑똑함을 증명했다. 이 똑똑하다는 말은 셈 따위가 정확한 것은 물론 사리에 밝고 총명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인간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우수 인간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 대상인 존재가 인간이 아닌 것이다. 사람들의 공황이 당연해 보인다.

알파고가 데뷔한 첫 무대가 바둑이니 우선 바둑계부터 보자. 현재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회사는 전세계에 150개가 넘는다. 이들이 모두 제 나름대로의 알파고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약 150개의 바둑 인공지능이 생긴다는 이야기인데 이 숫자는 현재 우리나라 프로기사수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전에는 야구에 지금처럼 관중이 몰리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우리나라 야구의 수준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일본야구, 미국야구를 아는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나라 야구는 동네 스포츠에 불과했다. 수준이 낮으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관심도 없었다. 지금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꽉꽉 채운다. 우리나라 야구의 수준이 세계 톱클래스이기 때문이다. 관중들은 수준 낮은 경기를 보려하지 않는다.

만약 알파고를 위시한 각국의 인공지능들이 출전하는 대회가 열린다면 바둑인들은 과연 사람들끼리 두는 바둑을 관전하려 할까? 인간끼리 두는 바둑 무대는 점차 사라질 것이고 목표가 없어진 아이들은 더 이상 바둑을 배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알파고가 일반인을 상대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존의 모든 바둑 사이트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하루 24시간 인간 최고수를 이긴 프로그램이 대국을 해 주는데 기존의 사이트가 무슨 필요가 있나? 한마디로 바둑은 인공지능끼리 두는 게임으로 변할 것이고 그러다 아무도 바둑을 배우지 않아 사람들이 바둑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 인공지능바둑도 더 이상 흥행이 안 돼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고 마침내 바둑은 과거의 유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개발사측은 이러한 인공지능을 의료서비스에 적용하겠다고 한다. 환자의 모든 정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최선의 치료법을 가르쳐주도록 할 계획이란다. 멋지다.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인들을 교육할 때 가장 강조하는 말이 있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까지 도와주면 그 장애인은 퇴화한다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돕는 존재가 될 것임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 돕도록 할 것인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 화두에 대한 철저하고 일치된 인간의 합의 하에 진행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공지능은 제2의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만들고 있는 이 인공지능이라는 판도라의 상자에 무엇을 담기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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