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생리대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9-0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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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애 에이스간호학원장

이번엔 생리대다.

살충제 계란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에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모두들 지금 패닉에 빠져있다.

시차를 두지 않고 일어난 살충제계란과 발암생리대 때문에 사람들이 케모포비아에 걸렸다는 얘기도 기사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한다.

케모포비아란 화학물질에 대한 병적인 공포심을 말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그동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활화학물질에 너무도 아무 생각없이 무감각하게 살아 왔기에 식약청의 무책임한 매너리즘을 유발시켰고, 그것이 살충제계란과 발암생리대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화학물질이 인간의 몸을 공격해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각성은 이미 몇 년전에 모지상파 방송국에서 만든 환경다큐에서도 나온 이야기다. 그 다큐에서는 생리통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샴푸와 린스를 끊자 생리통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까지 보여주며 각종 화학제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웠었다 .물론 그녀들이 사용했던 샴푸와 린스도 식약청의 여러 검사들을 통과한 제품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샴푸만으로도 자궁에 영향을 줘서 생리통을 유발시키는데, 직접 생리혈이 나오는 그곳에 장시간 접촉하고 있는 생리대가 우리 몸에 암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천연펄프라고 생리대회사에서 강조하는 부분을 감싸고 있는 방수부분과 흡착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은 당연히 화학물로 만든 것 일텐데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다큐를 보고도 몇몇 유난히 예민한 사람들의 사례로만 치부하고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인 것처럼 기억속에서 재빨리 지워버렸다.

그리고 몇 년 후, 샴푸로 인한 생리통은 생리대로 인한 발암으로, 더 큰 충격적인 사실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번에는 다큐가 아닌 현실 뉴스로 말이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이 현실뉴스는 다른 뉴스들과는 달리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되기 까지는 5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생리대에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검사결과는 이미 올 3월에 발표된 결과다. 그런데 이 연구결과가 발표당시에는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5개월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 이슈로 떠오르고 사람들이 난리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이 뉴스는 5개월이라는 예열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아마도 사람들은 구체적인 제품명이 발표되지 않았을 때는 막연한 불안감은 있었겠지만 설마 내가 쓰는 생리대가 그럴 리가,라고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생리대를 사용할 수 없게 될 때의 불편함을 상상하고는 더더욱 부정했을수도 있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회사에서 만들고 국가 검사기관에서 무슨 인증,무슨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 선전하는 생리대가 발암물질을 갖고 있을리 없다며, 발암물질 나온 생리대는 아마도 이름없는 회사의 국가 인증도 없는 것일 거라며 애써 그 불안감을 잠재웠을 것이다.

그러다 한사람 두사람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나쁜 변화가 혹시 생리대 때문이아닐까, 식약청 인증받은 계란도 살충제성분이 나왔다는데, 생리대는 식약청에서 제대로 검사한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점점 커졌을 것이다.

그러다 3월 연구대상이었던 생리대가 내가 쓰고 있는 바로 그 생리대임을 알게 되었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진다고 믿었던 식약청과 광고로 티 하나 없는 순수한 배우의 이미지를 차용한 생리대회사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배신감은 지금 분노가 되어 각종 뉴스기사와 포털을 뒤덮고 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이 문제는 과연 해결책이 있는가?

식약청이 정신차리고 엄격한 잣대로 생리대를 검사한다고 과연 안전하고 건강한 생리대를 우리가 사용할 수가 있을까?

우리가 불편하다고 던져버린 재래식 면 생리대가 아니라면 태생이 화학물질을 사용해야만 하는 기존 생리대로는 지금은 해결방법이 없어보인다.

그리고 이제 생리대를 시작으로 우리가 생활속에서 쓰고 있는 각종 화학제품들의 그 진정한 필요성을 재점검해 볼 때이다.

이 제품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지, 이 화학제품을 대체할 자연친화적인 물품은 없는지.
이 질문이 앞으로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는 날이 발암생리대로 인해 조금 앞당겨지고 있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나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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