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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국군은 建國의 초석, 護國의 간성, 근대화의 기관차, 민주화의 울타리였다. 국군은 앞으로 자유통일과 一流국가 건설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군 장교단이야말로 지난 60년간 가장 많은 피, 땀, 눈물을 흘린 직업群이다. 군인은 국가가 부를 때 死地로 달려간다. 살고 죽는 것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한 미국 군인의 예를 든다.
윌리엄 C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은 월남전 때 미군 사령관으로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 뒤 육군참모총장을 지냈고 몇 년 전 사망했다. 그는 '한 군인의 보고서'(A Soldier Reports)라는 회고록을 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정치와 언론이 월남전을 망쳤다고 분개하는 한 군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미군이 戰場에선 지지 않았는데 언론의 反戰보도와 여론의 변화, 여기에 영향을 받은 미국 국가 지도부가 전쟁의지를 상실했기 때문에 졌다고 말한다.
1968년 베트콩의 舊正공세는 그들의 大敗로 끝났지만 이것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미국의 안방 여론을 反戰으로 돌렸다. 존슨 미국 대통령부터 전쟁의지를 상실하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산당측과 협상을 제의했던 것이다. 자유월남이 망한 것은 그 7년 뒤였다. 웨스트모어랜드(별명이 웨스티) 장군은 회고록에서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가장 공정한 보도를 했다고 평했다. 회고록을 읽어보면 미국의 군사문화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생긴다. 이런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1958년 웨스티는 미국의 정예부대인 101 공정사단의 사단장으로 부임했다. 켄터키주 포트캠벨에 본부가 있었다. 부임한 직후 낙하훈련이 있었다. 낙하지점에 나간 장교가 풍향과 풍속을 잰 다음 녹색 연기를 뿜었다. 낙하해도 좋다는 신호였다.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을 포함한 502 연대 장병들이 낙하했다. 웨스트모어랜드가 着地(착지)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강풍이 낙하산을 몰고 갔다. 그는 수백 미터를 끌려가다가 다른 장병들이 낙하산을 주저앉혀 다치지 않았다. 이 强風에 걸려 일곱 병사들이 사망했다.
웨스트모어랜드 사단장은 악조건을 이유로 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고 결심했다. 전쟁은 원래가 악조건하에서 치러지는 것이므로. 다음날 그는 훈련 강행을 명령했다. 다만 낙하훈련의 경우엔 자신이 먼저 뛰어내려 바람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다른 사병들은 대기하도록 한 뒤 사단장이 혼자서 뛰어내렸다. 전날처럼 강풍이 불어 웨스트모어랜드는 착지한 뒤 한참 끌려가다가 설 수 있었다. 그는 낙하훈련을 중단시키고 육상훈련만 하도록 했다. 이 사고를 분석한 미군은 着地한 뒤 낙하산을 빨리 분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일곱 명이 낙하훈련중 죽는 사고가 한국군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사단장은 조사받기에 바빴을 것이고, 훈련은 물론 중단되었을 것이다. 웨스트모어랜드 사단장은 이 사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고 판정된 때문일 것이다. '전쟁은 피크닉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수년 전 이라크에서 미국의 여자 장교가 戰死했다. 美 육사 출신이었다. 그녀는 보병부대를 지휘했다. 이스라엘에서 여자 장교가 戰車 교육부대에서 교관으로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軍人정신은 국가에 대한 희생과 충성을 핵심으로 한다. 군인, 특히 장교의 死生觀은 군대의 가장 중요한 戰力이다. 북한군은 몇 번의 간첩선과 잠수정 침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잡히기 직전에 자폭, 자살하는 정신력을 유지하고 있다. 태평양 전쟁 시기 일본군의 가미가제 특공작전을 연상시킨다. 물론 병사들이 굶주리는 북한군의 일반적 士氣는 높지 않다.
한국군 장교단은 좌파정권이 韓美동맹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고 韓美연합사 해체 공작을 강행해도 이에 순응했다. 좌익들의 연합사 해체 주장에 대해서 반대했던 국군 지휘부는, 좌파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에 그 전의 소신을 간단하게 접어버렸다. 자리를 걸고 참말을 하는 장교가 한 명도 없었다. 목숨을 걸 필요도 없고, 감옥에 갈 일도 아니었다. 국가와 국군을 위한 충정의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웠던 것인가?
한국군 장교단의 死生觀을 묻고 싶다. 일본의 武士道를 定義할 때 '죽는 것에 대한 自覺'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다. 한국군 장교들은 죽어야 할 때 죽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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