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30주년 '클래식 시리즈' 세 번째 무대로 선보여
작년 '모차르트 앨범' 첫 녹음… 17개 작품 선정 수록
발매 앞두고 국내 관객에 '모차르트-프로그램 1' 소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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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관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2024 클래식 시리즈 세 번째 무대’ 공연 ‘백건우와 모차르트’ 포스터. |
[인천=문찬식 기자] 인천문화예술회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2024 클래식 시리즈 세 번째 무대’에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초청한다.
이번 공연은 인천문화예술회관의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인천중구문화회관에서 진행되며, 오는 15일, 생애 첫 모차르트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난다.
■ 백건우와 모차르트
백건우는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연습과 탐구에 매진하며 새 곡에 도전해 온 그는 여전히 열정적인 연주로 음악팬들을 만나고 있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해 온 긴 세월 동안 수 많은 작곡가들의 음악 세계를 철저하게 파고들며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진정한 아티스트이다.
백건우는 그동안 베토벤 전곡 리사이틀을 비롯, 메시앙, 리스트, 슈베르트, 쇼팽, 수만 등 폭넓은 레퍼토리에서 깊은 통찰을 보여준 바 있다. 그가 이번에 집중하고 있는 작곡가는 지금까지 한번도 앨범으로 내지 않았던 모차르트이다.
■ 순수함으로 돌아가 마주한 모차르트
수십 년간 피아노를 연주해 온 백건우에게도 모차르트는 고민의 대상이었다.
“모차르트 음악 어딘가에 살아있는 순수함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하는 생각에 섣불리 음반 작업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모차르트가 악보에 담아낸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어린아이의 ‘순수함’에서 답을 얻어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한 나와의 대화를 통해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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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를 하고 있는 백건우 피아니스트. (사진=판테온 제공) |
■ 백건우의 첫 모차르트 앨범과 생애 첫 모차르트 투어!
모차르트 앨범은 총 3개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17개 작품들을 골라 녹음을 마쳤으며,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백건우는 모차르트의 소나타, 환상곡 등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며, 이번 무대에서 그중 일부인 <모차르트- 프로그램 1>를 연주한다.
이번 무대는 지금껏 많이 연주되던 모차르트의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어떤 순서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각각의 작품이 아주 다르게 들릴 정도라니, 얼마나 고심해서 선곡했을지 연주자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거장의 반열에 오른 백발의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순수의 세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인천중구문화재단과 협업해 선보이는 2024 클래식 시리즈Ⅲ <백건우와 모차르트>는 15일 오후 5시, 중구문화회관에서 열린다.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이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 자세한 문의는 인천문화예술회관으로 하면 된다.
■ 백건우와 인천
피아니스트로서 올해 68년째를 맞이한 백건우는 인천과 깊은 인연이 있다.
1957년 그가 중학생이던 시절 인천애협교향악단과 협연하며 첫 인연을 맺었으며, 1994년에는 당시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이틀간 인천시향과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곡을 연주하며 완숙한 기량을 드러냈다.
이후 인천문화예술회관 개관 10주년인 2004년, 개관 21주년인 2015년에 무대에 올라 인천의 대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예술회관의 기념비적인 시간을 축하해 줬다. 두 공연 모두 전석 매진돼 그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 또한 입증했다.
■ 피아니스트 백건우
피아니스트로서 행보를 시작한 지 올해로 68년,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백건우.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피아노 연습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곡에 도전하는 그를 사람들은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부른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난 백건우는 1956년 열 살의 나이에 김생려가 지휘하는 해군교향악단(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건 연주회에서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한국초연으로 선보여 큰 관심을 모았다. 15세에 콩쿠르 참가를 위해 처음 미국으로 건너가, 이후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러시아 피아니즘의 위대한 계보를 잇고 있는 로지나 레빈을 사사했다.
1969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장래가 기대되는 피아니스트’라는 심사평과 함께 금상을 수상한 백건우는 1971년 뉴욕 나움부르크 콩쿠르에서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같은 해 뉴욕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홀에서 독주회를 개최했고, 1972년에는 링컨 센터에서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연주하며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1974년 런던 위그모어홀, 1975년 베를린 필하모니홀 등에서 독주회를 열었고 일로나 카보스, 빌헬름 켐프, 귀도 아고스티 같은 대가들을 사사하며 꾸준히 음악에 정진했다. 1987년 BBC 프롬스 폐막무대에 초청받아 BBC 심포니와 협연했고, 1991년 5월에는 폴란드 TV로 중계된 ‘프로코피예프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안토니 비트가 지휘하는 폴란드 국립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프로코피예프의 5개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다. 1992년 스크랴빈 피아노 작품집으로 디아파종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에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집으로 디아파종상을 포함한 프랑스 3대 음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00년 데카 클래식과 계약을 맺은 백건우는 부조니 편곡의 바흐 오르간곡집을 시작으로 포레, 쇼팽 등 다양한 작품으로 음반을 발매했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전곡집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기념비적인 성과다. 2010년에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변주곡집을 발매했다.
2016년에는 60년 연주 인생의 동반자였던 관객들을 향한 감사의 뜻을 담아, 청중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공모로 선발해 연주하는 리사이틀 ‘백건우의 선물’을 선보였다. 2007년과 2017년, 8일 동안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이며 뜨거운 성원을 받았고, 2019년 2월에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쇼팽 녹턴 전곡 음반을 발매하며 15개 도시에서 ‘백건우와 쇼팽’ 리사이틀 투어를 성료했다. 2020년에는 슈만 신보 발매와 함께 ‘백건우와 슈만’ 리사이틀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2년에는 스페인 작곡가인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대표작, 고예스카스를 담은 신보를 발매,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통해 한국 관객에게 그만의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를 소개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적 업적을 인정받아 2000년 ‘예술 문화 기사 훈장’을 수여 받은 백건우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며 연주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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