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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돌연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당이 안철수 발(發) 내홍에 휩싸인 모양새다.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것이 처음부터 의도된 정략적인 행보라면 언론의 시선을 끌었다는 점에서 일단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전대의 최대 관심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결선투표에서 맞붙었던 김문수-한동훈의 ‘리턴 매치’ 성사 여부와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철회와 법제사법위원장 반환을 요구하며 6박 7일간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이며 투쟁력을 입증한 나경원 의원의 출마 여부였다.
안철수 의원은 그들보다는 다소 밀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것도 혁신위원장을 맡은 지 불과 닷새 만에 위원장 사퇴를 선언하며 당권에 도전하겠다고 하니 언론이 일시에 그를 집중조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행보로 인해 그는 단숨에 김문수 한동훈 나경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4강 후보’가 된 셈이다. 정략적인 행보라면 안철수 의원도 이제 진짜 정치꾼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달려 있다.
이번 혁신위원장 사퇴로 그 꼬리표가 더 깊이 국민에게 각인되는 역효과를 간과한 것은 패착이다.
사실 고작 한 달 정도의 짧은 임기에 불과한 혁신위원장은 그 태생부터가 한계가 있었다. 그걸 맡겠다고 한 것은 안철수 본인이다.
그리고 그가 밝힌 사퇴 이유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 구성안에 대해 "전체적으로 합의된 안이 아니다"라며 "(비대위 의결된 혁신위원 5명 중) 최소한 1명에 대해서는 제가 합의해 준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원 6명이 전부 될 때까지는 이 안이 이렇게 비대위에 올라갈 줄은 몰랐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니까 이날 비대위가 의결한 5명의 혁신위원 중에 안 의원은 4명만 합의를 해줬고 1명은 함의를 안 해 줬는데 그걸 발표해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한다는 것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정말 그게 이유라면 그 한 사람을 빼고 대신 안 의원이 추천하는 사람을 넣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안 의원은 비대위가 향후 안 의원의 요구를 다시 수용할 경우 혁신위 복귀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없는 시도라고 결론 내렸다"라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혁신위원장은 무조건 안 하고 전대에 출마하겠다는 말이다.
더구나 그는 아직 혁신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주장한 게 전부다. 이에 대해선 송언석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 “대선 백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최대한 만들겠다는 부분을 말씀드렸다"라며 "대선 백서를 통해 지난 대선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그 부분에 대해 책임질 부분 등이 정해지면 거기에 따라 비대위 통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선 안 의원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이날 안 의원이 인적 쇄신을 받아들이지 않아 혁신위원장을 사퇴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웃기는 얘기다.
혁신위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았고 혁신위에서 인적 쇄신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데 비대위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설마 인적 쇄신을 혁신위가 아니라 본인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가.
그렇다면 그건 인적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개인적으로 못마땅하게 여기는 내부 경쟁자나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꼼수로 바른 행태라고는 할 수 없다.
누구든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건 자유다. 안철수 의원도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고 그걸 기반으로 전대에 출마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안철수 의원은 거창하게 쇄신이 어쩌니저쩌니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그냥 ‘또 철수’를 했을 뿐이다. 이게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인 안철수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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