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성공한 이유가 분명한 ‘묻지 마’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12-02 13:17:4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이런 일이 있었다.

10년쯤 전의 일이다.

매월 한 번씩 화랑에 들러 작품을 십여 점씩 한꺼번에 매입하는 분이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남대문표 손가방을 들고 다닌다.

“이거, 이거, 이것하고, 저것하고 다 합해서 얼마죠? 그러니까 1,200이라구요? 여기 800 있어요. 된 거죠?”

언제나 이런 식이다.

가방 안에는 현금이 가득하다.

다른 화랑에서도 마주친 것으로 봐서 매월 한 차례 이상 화랑을 두루 주유하면서 작품을 대량 구매를 하는 듯하다.

“이렇게 많은 양을 사서 무엇 하시려구요?”

“미술관이나 하나 내려고 합니다.”

전형적인 묻지 마 투자 형태다.

고개가 갸웃거려졌지만 작품을 매입해 주니 고마운 분이었다.

그분이 작품을 매입하는 기준은 별로 어렵지 않다.

작품 성향이나 재료보다는 작가의 경력 위주로 선정한다.

몇 회의 개인전과 단체전, 국전 특선 이상이어야 한다. 대상을 받은 작가라고 하면 거의 무조건 매입한다.

지금까지 계속 구입을 하였다면 그분이 산 작품은 족히 4000점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직접 판매한 100여 점의 작품 중에 현저히 가격이 오른 것이 4, 5점 된다.

그중 두세 점만 팔아도 100여 점의 가격을 만회하고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분이 매입한 작품 중 100여 점만 팔아도 4000점 전체의 가격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은행 이자보다 낫다.

묻지 마 투자였지만 좀 달랐다.

대량 매입을 했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작품이 많이 확보될 수 있었다.

또 자신의 눈을 믿은 것이 아니라 경력과 활동을 보고 매입했기 때문에 일정 정도 작품 수준을 유지할 기준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묻지 마’라면 말리지 않아도 된다.

실패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관을 운영할 생각이 아니라면 무작정 여러 점의 작품을 살 필요가 없다.

자신의 눈에 맞는 몇 점의 작품을 구매한 후 집에서 감상의 과정을 거쳐야만 자신이 선호하는 작품의 성향을 알게 된다.

기왕 작품을 구입하는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기호에 맞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작품 가격이 상승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30만원과 300만원, 3000만원과 3억의 차이는 현격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유진 김유진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