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낙랑 둥’ 불멸의 사랑 무대 오른다

차재호 / / 기사승인 : 2009-12-16 17: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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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최인훈 원작 연극 재해석… 오는 22일 개막 최치림 감독 “나눠진 세상 넘는 원초적 사랑 그릴것”


“지금 이 자리에 먼 옛날 고구려국의 호동 왕자와 낙랑국의 낙랑 공주, 영혼을 불러 한판 해원의 굿을 열고자 하니 문을 열어주십시오!”
15일 서울 장충단길 국립극장 산아래연습실에서는 국립극단(예술감독 최치림)의 연극 ‘둥둥 낙랑 둥’ 연습이 한창이다. 산아래 있다고 해서 산아래연습실인 이곳에서 배우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둥둥 낙랑 둥’은 김부식(1075~1151)의 ‘삼국사기’에 실린 낙랑에 있었다는 전설의 북 ‘자명고’ 설화에 바탕한 호동과 낙랑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 ‘광장’ 등을 쓴 작가 최인훈(73)씨의 희곡이 원작이다.

자명고를 다룬 다른 작품들이 호동과 낙랑의 사랑에만 방점을 찍은 것과 달리 ‘둥둥 낙랑 둥’은 낙랑의 죽음 이후 호동의 고뇌까지 아우른다.

이 작품의 큰 특징은 기존 동명의 연극과 달리 극의 앞뒤로 굿을 하는 장면이 삽입된다는 점이다. 연출을 맡은 최치림(65) 감독은 “호동과 낙랑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영혼이다. 이 작품으로 그들에 대한 사랑을 살풀이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연습실에서는 1막, 즉 총 6장면이 공개됐다. 호동 왕자는 북을 찢은 낙랑의 도움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고구려로 돌아온 후 죽은 공주에 대한 죄책감과 깊어가는 그리움을 떨치지 못한다. 더욱이 의붓어머니이자 낙랑공주의 쌍둥이 언니인 왕비를 마주한 호동은 낙랑공주를 다시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마음의 갈등마저 겪는다. 왕비는 낙랑공주와 같은 외모와 말투, 행동으로 호동을 도착 증세에 빠지게 하고, 그녀 역시 호동을 사랑하게 돼 계모와 아들의 관계를 넘어서려고 한다.

아무런 무대 의상과 장치를 갖추지 못한 연습실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는 실전을 방불케 했다. 특히, 왕비·낙랑을 연기하는 곽명화(35)는 눈물까지 보이며 실제 무대에 선 듯 열연했다. 최 감독은 동선을 지시하고 시선을 가르치며 직접 까마귀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등 연습을 진두지휘했다.

최 감독은 “평소 세계가 너무 이분법으로 갈라져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최인훈 작가도 ‘광장’ 등 이분법으로 나눠진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작품을 주로 내놓았다”며 “그렇게 이분법을 와해하고자 한 최 작가의 주제 의식이 내 생각과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극중 “누리여, 너는 왜 밤과 낮밖에는 가지지 못했느냐”라고 탄식하는 호동의 대사처럼 2분법적으로 갈라서고 분리된 세상의 화해를 탐색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나눠진 세상을 사랑 하나로 넘어서려 했던 주인공을 통해 원형질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더 이상 뺄 것도 보탤 것도 없는 사랑이 주제”라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호동과 낙랑의 영혼결혼식이 성사되지 않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성사된다. 그렇게 이분법을 파괴하면서 극락, 즉 파라다이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분법이 없는 세상이 곧 천국일 것이다.”
최 감독은 “실제 무대에서는 극의 마지막 부분인 영혼결혼식이 끝난 뒤에 비를 떨어뜨리는 환상적인 무대 연출을 보여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둥둥 낙랑 둥’은 22~27일, 내년 1월 6~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다. 곽명화를 비롯해 이상직, 이지수, 계미경, 오영수, 문영수, 최상설, 이문수 등이 함께 한다. 2만~5만원. 02-228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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