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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
즉 지난날 음성적 민간조사업자들은 특정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각처(各處)의‘정보처리자’를 매수하거나 위치추적기 또는 도청기, 녹음기 등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개인정보나 사생활에 무차별적으로 접근한데 반해 향후 국가가 관리하게 될 민간조사원(공인탐정)은 어떤 방식으로 탐정활동을 하게 될 것인지 그 차이를 비교하여 이 제도 도입에 찬반의사를 표하겠다는 시민이 적지 않음에 민간조사제도가 지향하는 민간조사원의 활동 방향을 간략히 논해 보고자 한다.
민간조사업(탐정업)이 공인되면 우선 민간조사원(사설탐정)에게는 업무상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 조사대상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비권력적(非權力的) 탐문과 관찰에 기반하여 이미 어디엔가 노출되어 있을 조사대상과 관련된 공개정보(公開情報)나 자료ㆍ증거 등을 수집하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그쳐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일련의 과정 모두에 여러 개별법과 조리(條理)상 허용될 수 없는 행위는 당연히 배척된다.
비유하자면, 민간조사의 수단(요령)은‘저절로 벌어진 밤송이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거나 주변 풀밭에 박힌 밤톨을 발견’하여 주워 모은 뒤 건실한 것을 골라 잘 깎아 먹듯, 접근에 특별한 제한이 없거나 이미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취합과정(聚合過程)을 통해 오류와 함정을 발견해내는 정도(기자의 취재수준)에 그치게 된다. 즉 두꺼운 겉껍데기와 가시로 외부의 침해를 막아주는 ‘밤송이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밤톨’과 같은 비공개정보(非公開情報)를 손에 넣기 위한 과욕과 반칙은 이제 용인(容認)되지 않는다.
즉 ‘비공개 정보’는 본질적으로 민간조사원이 들여다 볼 영역이나 몫이 아니다. 민간조사의 목표인‘사실관계 파악’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공개된 정보의 발견과 취합을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간조사의 이념이요 그 학술의 본류다. 그럼에도 사회 일각에서는 민간조사원(사설탐정)에 대해‘비공개 정보를 수단껏 잘 빼오는 전문가’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탐정은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나 기업 등 일정한 조직체에 침투하여 기밀을 알아내는 스파이(spy)나 정보기관원(情報機關員)과는 그 존재근거나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스파이의 임무는 생명을 걸어야 하나 탐정의 역할은 양심을 걸어야 한다.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은‘모든 정보의 95%는 공개된 출처에서, 나머지 5%만이 비밀출처에서 나온다’고 했으며, 경제학자 빌프레드 파레토는‘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의 80%는 주변에 이미 널려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정보전문가 랜슨(Ranson)은 CIA를 비롯한 각국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집해온 첩보를 자체 분석한 결과 수집된 첩보의 약 80% 이상이 이미 공개된 출처에서도 획득 가능한 것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개정보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 하였다.
이는 공개출처(公開出處)를 경시하고 비공개출처(非公開出處) 들여다보기에 탐닉했던 재래의 민간조사 행태가 얼마나 무지(無知)하고 야욕스러웠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예일 뿐만 아니라 향후 공개정보(公開情報)를 업무의 요체로 삼아야 하는 민간조사원이 나아갈 길과 그 무한의 가능성을 고무(鼓舞)하는 산교훈이 될 듯하다.“비공개정보는 민간조사원의 몫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명료히 인식할 때 민간조사업법(탐정법)제정 논의도 가일층 진지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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