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의 경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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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더 이상 도와주지 않는 걸 보면, 나는 이제 청년이 아닌 것 같다.”
30대 중후반, 집도 없고 아이도 없으며 직장도 불안정하다. 하지만 사회는 “이제 어른이잖아”라며 모든 책임을 조용히 넘긴다.
그렇다면, 이 ‘후기 청년’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갇혀 있는 것일까?
청년기의 경계, 무엇이 문제인가?
행정·제도적으로 규정된 청년의 나이는 청년기본법상 19세에서 34세다.
정부의 각종 청년 정책, 예산 지원, 일자리·주거 지원 등에 적용되는 기준이지만, 이는 주로 행정 편의를 위한 획일적 연령 기준일 뿐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물론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상 청년 나이가 다를 수 있으나, 이는 해당 지역에만 한정되는 문제다.
또한, 주관적·심리적 청년 나이 개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꿈’, ‘사회적 지위’, ‘목표와 방향’ 같은 추상적 요소로 청년을 구분 짓기도 하는데,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이 여전히 청년이라고 느끼고, 사회적·심리적 삶이 청년기와 다르지 않다면 그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청년이라고 볼 수 있다.
행정 집행과 예산 효율을 위해 일정한 나이 기준은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청년을 단순히 숫자로만 규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연령뿐 아니라 경제적 자립 정도, 사회적 역할, 삶의 조건을 종합한 ‘입체적 청년 정의’가 요구된다.
최근 발표된 2024년 청년삶실태조사와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청년기본법 개정 논의를 통해 청년의 범주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사회적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정의의 틀을 바꾸지 않는다면, 청년 정책은 현실을 외면한 ‘형식적 기준’에 머무를 뿐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상상력이다. 청년이란 단순히 나이로 구획된 대상이 아니라, 불완전한 자립 상태와 생애 과도기적 특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다. 이제 청년 정책은 그 실질적 삶의 조건에 따라 따라가야 한다.
SGIS 청년통계지도의 시사점
6월 18일 통계청이 공개한 ‘청년통계지도’를 통해 청년 현황을 분석해 보았다.
이 서비스는 청년을 15세부터 39세까지 폭넓게 포괄하며, 48개 세부 지표로 인구·주거·고용 현황을 시군구 단위로 보여준다.
이는 지역별 청년의 다양한 생활 조건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15세부터 포함하는 기준은 청년기본법의 19~34세와 맞지 않는다. 대통령령인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른 것이긴 하나, 법적 기준과 통계 기준의 불일치는 정책 실행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도 해당 연령 기준 활용중)
따라서 통계 데이터 재가공과 법령 정합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SGIS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면, ‘후기 청년’인 35~39세 집단이 겪는 주거 불안, 취업 불안, 낮은 소득 수준 등 삶의 조건은 제도적 청년 연령대(19~34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지역별 격차가 심각해, 특정 지역의 후기 청년들은 제도권 청년 못지않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책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봐도 35세 이상 미취업자나 자립하지 못한 이들이 많음이 확인되었다.
후기 청년의 문제는 다층적이다. 한편으로는 20대보다 더 무거운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년처럼 안정적인 삶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은 여전히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 커리어 전환 등의 문제로 씨름하고 있지만, 청년 정책에서는 제외되고 중년 정책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20대보다 사회 진입이 늦어지고, 30대 내내 불안정한 고용과 육아·주거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후기 청년은 사실상 청년 문제의 집약체다.
기본소득·주거 지원·금융 우대 등 청년 정책이 34세 혹은 39세 기준으로 닫히면서, 40대 후기 청년은 정책 밖으로 밀려난다.
더 나아가,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시민이 청년 정책 거버넌스에 참여할 창구도 많지 않다.
연령이 아니라 ‘경험의 유사성’에 기반한 참여 구조가 시급한 이유다.
청년 거버넌스, 참여의 본질을 묻다
이제 청년정책의 본질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청년은 단지 정책 수혜 대상인가? 아니면 사회 변화의 주체로서 정책 설계에 참여해야 할 존재인가? 후기 청년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면, 오늘날 청년정책은 대상화된 구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청년기본법에서 연령 조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연령 내에서 누가 참여하고, 누가 목소리를 내며, 누구의 경험이 반영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청년 거버넌스는 숫자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이다. 현재 청년정책(조정)위원회나 청년참여기구들은 형식적인 참여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의 사전 설계 단계부터 후기 청년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숙의하는 과정이 없다면, 아무리 연령을 넓힌다 해도 그것은 또 다른 대상화일 뿐이다.
정치권이 연령 논쟁에 집중하는 사이, 후기 청년은 육아·이직·주거·노후 준비 사이에서 혼란의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 그들은 실제로 청년기의 불안정성과 중년기의 책임을 동시에 겪으며 살아간다.
‘뉴스시안’ 조사에 따르면 후기 청년층은 정신건강과 경제적 불안정성 모두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심은 청년에서 빠르게 20대로 쏠리지만, 정책이 다루지 못하는 가장 치열한 삶은 이 후기 청년에게 있다.
따라서 후기 청년을 위한 정책은 단순히 연령 상한선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후기 청년의 생애 주기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커리어 재설계 지원, 육아와 경력단절의 이중 대응, 중장기적 주거 안정성과 같은 정책이 청년정책 내부에 통합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 정책 설계에 후기 청년이 직접 참여해야 하며, 그 과정은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청년 거버넌스는 복지를 주는 방식이 아니라, 청년이 정치·참여의 주체로 서는 구조다.
후기 청년을 배제한 청년 정책은 반쪽짜리이며, 참여 문턱을 낮추지 않는 정책은 또 하나의 ‘동원’에 불과할 뿐이다.
정책 수립 전 과정에 청년을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설계가 없으면, 청년 정책은 결국 정치적 포장지에 불과하다.
정책은 경계를 그으며 사람을 나눈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은 명확히 구분되는 세대가 아니라, 여러 불안정성이 겹쳐진 이행기적 집단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한 청년 정책을 원한다면, 19~34세라는 연령의 틀을 넘어 후기 청년까지 포괄하는 유연한 정책 범위와 함께, 실질적 참여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닌, ‘청년이 만드는 정책’이 가능하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청년인가, 아닌가를 따지기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누구의 삶이 제도에서 배제되고 있는지를 묻자. 그리고 그들이 직접 정책의 설계자, 실행자, 평가자가 되는 거버넌스를 만들자. 그것이 진짜 청년정책이고,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현실은 획일적 행정 연령 기준에 따른 청년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지금은 연령뿐 아니라 경제적 자립, 사회적 역할, 삶의 조건을 반영한 ‘입체적 청년 정의’가 필요한 시대다.
이는 복지 확대를 넘어, 청년 당사자의 대표성과 참여권 보장, 사회적 주체로서의 인정을 포함하는 근본적 전환이다.
청년 정책의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청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되어야 한다.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의 연령 중심 청년 정책은 정책 대상의 실질적인 삶을 외면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법적·행정적 청년 기준과 통계 지표에서 사용되는 청년 연령 범위를 조율해 기준의 일관성과 정책 실행의 정확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청년기본법은 19세부터 34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령 및 통계청의 SGIS 청년통계지도 등 다수 지표는 청년 연령을 15세부터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정책 집행과 연구 결과의 연계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지원 대상을 명확히 파악하고 효과적인 자원 배분을 하는 데 혼선을 야기한다. 따라서 정부와 통계 기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연령 기준을 재검토하고, 정책과 통계 지표가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정확한 데이터와 기준이 보장될 때, 청년 대상 지원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별 특성과 후기 청년들의 다양한 실태를 적극 반영한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들의 삶의 질과 안정성은 거주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과 대도시권에 집중된 일자리와 주거 기회와 달리, 농촌이나 중소도시 청년들은 고용 불안, 주거 취약성, 문화·복지 인프라 부족 등 다층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후기 청년층은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지방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획일적이고 중앙집중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와 지역 사회가 청년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후기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 구조를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청년을 단순히 ‘몇 살’인가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과 자립 수준, 사회적 역할 등을 포함한 유연한 정의로 확장하고 이에 맞는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업 연장, 취업 지연, 주거 불안, 결혼과 출산의 늦어짐 등 오늘날 청년의 삶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현재 정책은 연령이라는 단일 기준만으로 대상자를 구분하며, 실제 필요한 지원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의 청년 정책은 경제적 자립 능력, 고용 형태, 가족 구조, 정신적·사회적 안정성 등 다차원적 조건을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후기 청년을 포함한 모든 세대가 제도적 보호망 안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 기준을 넘어,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춘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전환 없이는 청년 정책이 후기 청년과 지역 청년의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 불균형과 세대 간 간극만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데이터와 현실 모두 후기 청년을 방치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청년의 정의를 단순한 숫자에 가두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입체적 청년 정의를 바탕으로, 정책이 삶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그 경계를 허무는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숫자가 아닌, 삶 자체를 정책에 담아내는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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