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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초·중·고 학생은 49.8%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38.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 통일의식 조사'에서도 20대 중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7.4%에 달했다. 2007년 조사 시작이래 역대 최고치다. 이러한 수치는 청년의 시야에서 통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과 현실, 교육과 정책의 괴리가 통일을 '잊힌 미래'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통일교육
2024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에 의하면 78.9%의 학생들이 통일교육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통일교육은 여전히 구호 중심이며, 청년과 청소년이 느끼는 현실적 고민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 이후의 부담, 세금 증가, 취업 경쟁 심화, 사회 혼란 등에 대한 솔직한 논의는 거의 없다. 오히려 통일은 민족의 의무라는 낡은 명제를 반복하며, 현실적 질문을 외면한다.
게다가 교육은 체험이 아닌 설명에 머무른다. 청소년들은 동영상, '게임'이나 현장 견학을 원하지만, 학교 교육은 여전히 강의식이다. 통일교육은 지루하고 낡았으며, 현실 감각과 동떨어졌다는 인식이 청소년 사이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국가 통일 기구, 청년의 마음에 와 닿았는가?
이러한 통일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정책 사업이 진행되며,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일명 '합의형성 토론' 등도 이루어진다.
특별히 이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모여 통일 여론 수렴과 형성에 자문을 하거나 교육 현장에서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운영되는 기구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통일교육위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라고 할 수 있다.
2만명 이상의 민주평통위원, 수 천명에 달하는 통일교육위원, 이들 기관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으로서 정책 자문과 국민 여론 수렴 기능을 가지고 있다. 통일교육위원은 지역과 학교 현장에서 통일교육을 기획·실행하는 책임 주체다. 하지만 이들이 여전히 이름뿐인 위원으로, 형식적 회의와 행사 참석에만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이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변화와 공감을 이끌어냈는가? 냉정히 돌아볼 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이 기회다: 통일교육주간과 광복 80주년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자, 분단 80년을 동시에 맞이하는 해다. 이는 분단의 비극과 통일의 필요성을 되짚을 전환점이다. 통일교육주간(5월 넷째 주)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통일 관련 행사, 공모전, 캠프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적인 흐름과 계기 속에서, 통일교육위원과 민주평통 위원은 존재의 의미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단지 위촉된 사람이 아니라, 청소년·청년과 함께 기획하고, 교육하며, 통일을 고민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광복 80주년을 단지 기념이 아니라 반성과 전환의 해로 삼아야 한다.
역할을 되찾는 통일교육의 실천 전략
-참여 중심 교육 기획
단순한 교육자가 아닌 기획자, '지시형'이 아닌 '참여형'으로 인식이 먼저 전환되어야 한다. 통일교육위원과 자문위원은 각자 주어진 역할에 맞게 다음세대들과 함께 공론장, 모의정상회담,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고 참여해야 한다.
-지역 기반 청년 플랫폼 구축
지역별 통일교육센터, 청년네트워크(참여기구), 대학, 탈북민 단체 등과 협업하여 지속가능한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지역 중심으로 정례화해야 한다.
-현장 중심 체험교육 확대
통일교육주간, 청소년/청년의 날, 광복절과 같은 국가 기념일에 맞춰 DMZ 탐방, 통일문화제, 남북 공동 유산 탐색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규모 있게 운영해야 한다.
-청년 참여 자문체계 강화
민주평통 내 청년 자문역할을 실질화하고, 청년의 정책 제안이 실제 논의와 정책으로 반영되도록 조직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청년상임위원, 청년분과, 청년운영위 등과 지역 협의회 청년 조직이 유기적으로 더욱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제도/법령의 점검 및 보완
이 모든 제안과 제도가 힘과 추진력을 받고 설득력이 있기 위해서는 근거가 탄탄해야한다.
현행 법령, 특히 통일교육지원법 각 조항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재량이나 자율화되어 있는 부분을 의무화로 전환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안보는 토대, 인권은 공감 통일교육의 정교한 설계 필요"
통일을 이야기할 때, 냉철한 현실 인식은 필수다. 안보교육은 청년들에게 북한의 군사력, 남북 간 긴장 상황, 국제 정세 속의 한반도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이는 단순히 위기를 인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일이 단순한 희망이나 이상이 아니라는 점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안보교육은 통일교육을 지탱하는 뿌리이며, 이를 배제한 낙관적 통일론은 공허한 외침일 것이다.
통일교육과 안보교육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며, 통일교육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토대를 제공한다.
인권교육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통일교육과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 문제를 교육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억압적 체제, 표현의 자유 부재, 정치범 수용소 등의 실상을 알리는 교육은 북한 주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공감의 기반을 마련한다.
하지만 북한 인권 실태를 강조하는 교육이 자칫 북한 같은 국가와 왜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반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북한 인권 수업을 듣고 난 뒤, 우리는 저런 나라와 굳이 하나가 될 필요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북한 인권교육은 인권교육으로서, 통일교육은 통일교육으로서 각자의 목표와 방식이 구분되어야 하며, 북한 비판이 통일 무용론으로 흐르지 않도록 세심한 교육 설계가 필요하다.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는 것은 인류 보편 가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이는 통일교육의 명분과 감정적 공감을 해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잊힌 통일을 다시 현재로
우리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통일의 실현 가능성이 아니라, 통일을 말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과 청년들이 통일은 관심 밖이라고 말하는 현실은 통일정책의 실패이자 교육의 실패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통일교육위원과 민주평통 위원은 '상징적 직함'에서 벗어나 진짜 행동하는 교육자, 실천가로 거듭나야 한다. 청년과 청소년이 통일을 다시 상상할 수 있도록, 통일은 단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묻고, 같이 기획하고, 같이 바꾸는 것이라는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2025년, 광복 80주년. 분단 80년. 이제는 말뿐인 통일이 아니라, 다시 말하게 만드는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금의 통일교육위원과 민주평통이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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