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최규선 관계 특검으로 규명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19 20: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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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설훈 의원 설훈 의원은 지난 2002년 4월19일 오후 3시경 민주당 기자실에서 “최규선씨가 2001년 12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측근인 윤여준 의원의 자택에서 ‘이회창 총재의 방미활동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이 총재에게 전해 달라’며 현금 2억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내용 등 몇 가지 의혹들에 대해 이회창 총재는 해명을 하고 검찰은 진상을 공개하라”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검찰은 이같은 설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요지로 기소했으며, 원심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설 의원은 검찰수사의 미진함과 원심 선고양형의 부당함 등을 적시하면서, 즉각 항소 지금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설 훈 의원은 무엇 때문에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지 직접 그를 만나 들어본다.

-기자회견을 한 내용은 누구로부터 제보 받았는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현섭씨로부터 (주)미래환경대표인 최규선씨와 당시 한나라당 총재인 이회창씨를 비롯 그 가족의 관계, 그리고 최규선씨와 윤여준 의원과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의 직업, 신분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 등에 대해 100% 신뢰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보통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체계적인 정보채널이 없기 때문에 일반인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개략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건과 관련해서는 제보자가 민간인이 아니라 국가 최고의 권부인 청와대의 민정비서관으로서 정보와 관련한 최고급 공무원이었기에 제보 내용에 대한 신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구체적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사실 제보자는 국가의 여러 정보기관에서 제공한 모든 정보를 취합, 분석, 통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정보 실무총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제보자인 민정비서관이 제공한 정보를 100% 신뢰하고 발표한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설령 사실유무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더라도 정보수집, 분석, 통합기능을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한 국회의원이 청와대 민정비서관보다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더구나 제보자의 제보내용을 보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아주 구체적이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었다.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당시 이회창 총재를 흠집내기 위한 의도적인 회견은 아니었는가.

▲그렇지는 않다. 기자회견은 연말대선과는 전혀 상관없이 정상적인 정당활동 차원에서 행한 것이다.

당시 최규선 문제가 정치 이슈화 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 정부는 도덕적으로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됐다.

한나라당과 언론이 희대의 사기꾼 최규선 배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국민의 정부와 민주당을 부도덕한 정권, 부도덕한 정당으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 국민의 정부와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완전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고, 정상적인 국정운영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국정운용을 위해서라도 최규선 정국으로부터 하루빨리 빠져나와야만 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김현섭 비서관으로부터, 최규선과 윤여준의 관계 그리고 최규선과 이회창의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전해들은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회창씨도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한나라당의 무차별적 공세를 차단해 국정의 안정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김 비서관으로부터 제보받은 여러 가지의 의혹을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을 촉구한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활동이다.

더구나 당시는 이미 예정돼 있는 6.13 지방선거와 8.8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도 치러지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연말에나 있을 대통령선거를 논쟁거리로 삼겠는가. 특히 양당 공히 대통령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시의 경쟁구도는 한나라당과 국민의 정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었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노무현 대통령간의 정치적 경쟁구도가 아니었다.

-검찰수사의 미진함을 주장하고 있는 데 이유가 무엇인가.

▲ 최규선 문제가 정치쟁점화 됐던 것은 바로 천호영 씨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최규선 비리를 폭로하는 글을 올림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이 글이 삭제되고 말았다.

천 씨는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 삭제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밤늦게 삭제했다’고 주장, 상호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인 언제 누구에 의해서 삭제됐느냐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

또한 기자회견을 한 후 이 총재는 최씨를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세미나에서 한번 악수한 것 같다고 번복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과정에서도 밝혀졌듯이 이 총재는 최 씨와 사진을 찍은 사실도 있었고, 최 씨의 진술에 의하면 최씨는 이 총재를 3번이나 만났다. 그런데도 이 총재는 이를 숨겨왔다.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미진하다.

특히 윤여준 의원은 최 씨와 여러 차례 만나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씨는 윤 의원의 미국방문시 미국주요인사와의 면담을 주선해 줬으며, 이 총재 방미시에도 주요 인사와의 면담을 주선해 줬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총재와 윤 의원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 최씨는 윤 의원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는데 윤 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더구나 최씨는 측근인 김희완씨에게 ‘한나라당에 보험을 들어 놓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도 시인했다.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관련 당사자들이 부인한다고 해서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검찰이 결론 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허위사실 여부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사실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대단히 미진하다.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설 의원은 이번 사건을 정치보복행위라고 주장하는 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 형법상 명예훼손 조항으로 기소하지 않고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검찰의 권력남용이자 정치보복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선거법 적용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는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선거법은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선거법을 확대 해석할 경우 정당정치의 약화로 이어져 민주주의의 실현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거법 또한 민주주의의 실현의 극대화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하고 결코 민주주의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용돼야 한다.

각 당이 공식적 선거준비를 하는 시점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는 여러 가지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아무리 확대하더라도 예비경선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법 적용시점은 선거일로부터 결코 6개월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다시 말하지만 당시의 기자회견은 집권여당의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추구하고 국정안정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사익이 아닌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차원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기에 결코 법의 심판대에 올려질 사항은 아니다.

나의 행위는 당연히 무죄다.

/이영란기자 joy@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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