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이 위원장은 지난 16일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과 함께 ‘정치개악 규탄 양대노총 기자회견’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열고, 보수3당 정개특위가 합의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에 대한 투쟁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양대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정치관계법 합의안을 보수 정치권의 더러운 음모로 규정하고 이번 개악안이 아무런 수정없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양대노총 전조합원이 참여하는 낙선운동 전개 ▲정개특위 국회의원 전원에 대해 국민소환령 발동 ▲왜곡된 정치관계법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 ▲선거운동거부운동과 함께 총선결과 무효화 투쟁 전개 ▲국회해산을 걸고 총력투쟁 등 구체적 투쟁방침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11일에도 성명을 통해 “후안무치한 최악의 정개특위 개악 안”이라고 규정하고 “기득권 3각동맹의 노동자 정치활동·정당투표 무력화 시도에 대해 투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정개특위가 정경유착에 의한 검은 돈과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모금한 노조 정치자금을 도매 급으로 취급하려 하고 있다”며 강력 규탄했다.
국회 정개특위의 정치개혁안과 관련, 무엇이 노총으로 하여금 이토록 목소리를 높이게 했는지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을 만나 그로부터 직접 들어본다.
-이 위원장은 ‘방송토론참여기회 규제조항’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과, 새정치에 대한 총체적 비전제시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고 무능한 구태정치의 청산을 위해서는 신생정치세력과 기존 정당간에 허심탄회한 정책토론 등 동등한 방송토론 참여기회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개특위안은 오히려 국민적 여망에 역행해 객관성없는 자의적 잣대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방송토론 참여기회조차 박탈하고 말았다.
이런 불평등한 조항은 마땅히 철회돼야만 한다.
-이 위원장은 노조의 정치활동기부행위 금지조항과 관련, 이번 정개특위안은 지난 97년과 98년 노동자 대투쟁에 의해 확보한 노동조합정치활동의 자유를 일거에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무엇 때문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경유착에 의한 ‘검은 자금’을 몰아내고 ‘투명한 정치자금’에 의한 깨끗한 정치환경 조성에 그 사활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개특위는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확보한 노동조합 정치활동의 자유와 헌법재판소의 ‘노조정치자금 모금금지 위헌판결’을 무시한 채 노조의 정치자금을 전면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어떻게 ‘차떼기’ ‘당선축하금’ ‘떡값’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모아진 수십, 수백억원의 검은 돈과 노동자들이 정치개혁을 위해 한푼 두푼 모아낸 정치발전기금이 함께 취급될 수 있는가.
우리는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정치발전 기금을 ‘차떼기’불법 자금과 도매금으로 함께 넘어간 사실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개악된 정치자금법의 ‘기업·단체(단위 노동조합 및 상급단체 포함) 정치자금 후원(현행 2억 5000만원 한도)전면금지’ 라는 조항은 기업의 불법적인 유착행위를 한국정치의 민주적 개혁을 추구하는 행위와 동일시하는 몰염치한 음모이다.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알다시피 수십 년에 걸친 노동운동의 산물이며 노조정치자금 역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합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국회 정개특위의 개혁안을 ‘개악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회 정개특위안은 한마디로 개혁 진보세력 원내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최악의 개악안’ 일색이라는 생각이다. 국회는 현행 273명의 국회의원 인원수를 동결한 채 지역구 의원을 10명 가량 늘리기로 함으로써 비례대표 10명을 줄이는데 합의했다.
현재 국민여론은 지역구도에 매몰된 지역구 의원보다 전문화된 영역에서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비례대표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4·15총선에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으며 비례대표의 확대는 지역구도 타파와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국민적 요구조건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정개특위가 이를 무시한 채 오히려 비례대표를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은 ‘기득권야합’이며 한국노총이 창당한 사민당 등 진보, 개혁세력의 원내진출을 막아보려는 얄팍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정개특위안을 보면 정당명부 법정 홍보물 불허 등 개혁이라고 할 수 없는 ‘개악’안이 즐비하다.
국회의원 수는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의원 수만을 줄이려고 하는 의도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최대한 막고 또다시 지역구도에 편승한 선거를 치르려는 음모가 분명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정개특위안이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는가.
▲특위안은 현행 선거연령을 만 20세로 고수해 젊은 세대들의 정치참여확대를 가로막았다.
특히 한 나라당은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함으로써 스스로 우리사회의 보수화를 유지온존 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또 현행 오전6시에서 오후6시까지인 투표시간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약 20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사실상 가로막았다.
유통업체 종사자, 운수업체종사자, 일용직근로자 등 선거일에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음으로서 사실상 이들의 참정권을 제한한 것이다. 결국 기존의 정치권은 이들 노동자, 민중의 삶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잔치로 선거를 치르고자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겠는가.
특히 의원정족수를 273명으로 동결한 채 인구 상한선을 10만5000명에서 31만 5000명으로 조정함으로써 지역구는 최대 10명까지 늘어나고 비례대표는 최대 10명까지 줄어들게 되었다.
애초 비례대 표제의 취지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정책정당, 직능별 대표성의 반영에 있음에 비추어볼 때 현행보다 10석을 줄인다는 것은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각 정당의 기득권옹호에 더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정개특위 개악안의 독소조항들이 즉각 철회되지 않을 경우 이를 박살내고 노동자·서민들의 민의가 반영된 제대로 된 정치개혁안의 입법을 위해 지난 16일 양대노총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강력한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특히 우리 한국노총은 해당 의원 지구당 앞 규탄집회 및 항의방문, 지구당 및 의원실 항의전화 걸기, 해당의원 홈페이지 사이버투쟁, 해당의원에 대한 강력한 낙선운동, 정치관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선거거부와 총선결과 무효화 투쟁, 국회해산 투쟁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이영란기자 joy@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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