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체성 훼손 원내대표·총장 책임져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23 19: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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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장 성 민 민주당 청년위원장 {ILINK:1} 민주당 중도·소장파가 공천과 선대위 구성 등을 둘러싼 갈등의 조속한 봉합을 위해 강운태 사무총장과 유용태 원내대표의 사퇴 등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조 대표가 강 총장 사퇴 요구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서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 장성민 청년위원장과 설 훈 조성준 송훈석 김성순 박병윤 안상현 의원 등은 23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갈등 수습을 위해 선대위 조기 출범과 선대위 체제에서의 공천작업 주도, 강 총장과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회동후 초재선의원 20명 명의의 성명을 통해 “서청원 석방결의 등 명분없는 한·민 공조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해 당을 위기상황으로 몰고 온데 책임이 있는 사람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총선체제의 당 운영에는 현재 민주당을 위기상황으로까지 몰고 온 사람들은 당연히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성민 위원장은 그 대상을 “강 총장과 유 원내대표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또 “조속한 시일내에 당의 운영을 총선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인재영입, 공천작업, 정책정당으로서의 위상 정립 등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향후 공천작업은 선대위 체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장 위원장을 만나 그가 느끼는 민주당의 위기는 무엇이며, 그 해법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지금 민주당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는데, 장위원장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정도인가.

▲지금 민주당은 40년 역사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총선을 불과 2달 앞둔 지금, 당 지지율이 10%는 고사하고 5%대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도권 전멸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20석도 못 얻을 상황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민주당 40년 역사에서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원인은 민주당이 민주화와 개혁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데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석방공조나 하고, 개혁공천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부패비리 경력이 있는 인물을 공천대상에 올려놓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이 이 지경인데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이 어떻게 되든 나만 당선되면 된다는 독초같은 이기주의가 지금 당을 두 번 죽이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장 위원장은 그 특단의 조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유용태 원내대표와 강운태 사무총장은 당을 공조정당, 반개혁정당으로 몰아간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합니다.

유용태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공조정당으로 몰아간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합니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민주화와 개혁이지, 민정당 후신인 한나라당의 2중대가 아닙니다.

설사 서청원 석방공조가 유용태 원내대표의 뜻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과 당원에게 심한 좌절감과 배신감을 심어준데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이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을 반개혁정당으로 몰아가고 있는 강운태 사무총장도 즉각 사퇴해야 합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개혁공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민정당 후신인 부패원조당 한나라당 마저 차떼기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이런 때 민주당 공천을 책임진 강운태 사무총장은 전과경력, 부패경력이 있는 인물들을 슬그머니 공천후보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도대체 당을 죽이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배후에 어떤 정치적 실세가 있는 것인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알고 민주당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부패공천으로 당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만일 오늘 이후에도 강 총장이 용퇴를 하지 않는다면 저는 추가로 2차 명단을 발표할 것임을 분명히 해두는 바입니다.

-하지만 장 위원장 등의 제안을 전해들은 조 대표가 ‘격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 대표는 더 이상 자연인이 아니라 당의 대표입니다.

당의 대표로서 국민과 상대하는 통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국민이 민주당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금 국민들의 눈에 민주당이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기득권이나 사수하는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과감한 개혁입니다. 조 대표는 이 점을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장 위원장은 조순형 대표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조 대표의 책임을 지적한다면.

▲두 분을 제외한 나머지 당 지도부도 당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조순형 대표를 비롯해서 민주당 지도부는 강운태 총장의 밀실부패공천을 알고도 방치한 사태에 대해 당원과 국민앞에 해명하고 사죄해야 하며, 필요하면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봅니다.

조 대표를 제외한 당의 전 지도부는 당의 정체성 상실과 지지율 급락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표를 제출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민노당에도 못미치는 지지율로 호남자민련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지도부 중 누구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어느 당원이, 어느 국민이 민주당을 믿고 민주당을 찍겠습니까.

-장 위원장은 또 추미애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조기선대위 운영을 주장하고 있는데, 소장파내에서도 조-추 투톱 체제의 선대위 운영을 주장하는 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의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즉시 강력한 개혁 선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해야 합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대의원의 91.7%가 조속한 선대본부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7.9%가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개혁우선, 개혁공천으로 가야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하루빨리 강력한 개혁 선대본부체제로 전환해서 국민에게 ‘환골탈태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민주당의 선대본부는 선거와 관련된 모든 당무와 전략을 책임지고 이끌 수 있는 강력한 선대본부여야 합니다.

조직과 하부인사는 미리 정해 놓고, 선대위원장만 꼭두각시 형식으로 앉히는 선대본부로는 결코 국민적 관심을 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선대본부는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개혁적 선대본부여야 합니다.

저는 추미애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하고, 추 의원은 정동영 의장을, 조순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맡는 조-추 역할분담론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것은 이번 총선에서 개혁성과 추진력을 보장하는 동시에, 합리적 보수와 장년세대, 개혁적 진보와 청년세대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민주당 공천방향에 대한 견해는.

▲저는 지금부터 선대체제가 출범할 때까지 공천과정을 전면동결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선대체제가 들어서는 즉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공천심사 10인위원회’를 꾸려 그간 진행된 당의 공천내역을 전면 재심사 하고, 아직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투명하고 공개적인 공천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만일 건의 사항이 묵살될 경우 어떻게 할 계획인가.

▲제가 건의한 것은, 유용태-강운태 두 분의 용퇴, 조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전 지도부의 사퇴, 그리고 추미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조기 선대체제 출범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살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타협할 수 없다고 봅니다. 받아들여질 때까지 끝까지 제 할일을 하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소장-개혁파들의 탈당을 예상하기도 한다.

▲민주당 내에 진통만 있으면 탈당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희들이 탈당의 배수진을 치고 싸우는 것이 아니란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들이 싸우는 것은 민주당을 구하자는 것이고, 민주당에 대한 애정의 발로입니다.

저희들이 탈당하는 것은 결국 민주당을 반개혁정당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절대 탈당하지 않습니다. 남아서 싸우겠습니다.

/이영란기자 joy@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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