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한 마음으로 깊이 반성 黨 공천은 무겁게 받아들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25 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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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송 영 길 의원 (열린우리당) {ILINK:1} ‘송영길 구하기’ 프로젝트가 드디어 쾌거를 올렸다.

열린 우리당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대상 명단에 올랐던 송 의원에 대한 후보공천을 결정한 것이다.

사실 송 의원의 구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송 의원이 ‘인천총선시민연대’와 ‘총선연대’로부터 잇달아 낙천대상자 ‘경고명단’과 ‘낙천대상자1차 명단’에 오를 때부터 지역주민들과 네티즌, 그리고 동료의원들이 일제히 팔을 걷고 ‘송영길 구하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김병상 신부, 김승묵 전 인천변호사회 회장, 최원식 인하대 교수, 양재덕 실업극복 인천본부장 등 인천지역의 명망 있는 진보인사들은 인천총선연대의 낙천대상자 ‘경고명단’발표에 대해 ‘낙천·낙선운동의 명분을 잃어버리는 의도된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내에서도 이호웅 시 지부장과 최용규, 안영근 의원 등이 ‘우리가 칭찬하는 송영길’ 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송 의원은 그동안 자신의 ‘의정일기’를 통해 많은 반성으로 기존 선배 정치인들에게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평가하면서 “송 의원은 ‘이라크 파병안’에 반대하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방문 하는 등 개혁과 변화의 선도적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젊고 신선한 정치인으로 낙천대상자 경고명단에 포함된 것은 선정기준의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송 의원 후원회 자리를 통해 신기남 중앙위원은 “‘우리에게 송영길이 필요하다’는 이 한마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고 했으며, 임종석 의원은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뽑은 ‘우수의원’을 낙천대상자 명단에 포함시키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송 의원은 숨은 1순위 공로자로 시민단체의 진지한 검토를 거쳐 선정을 제고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당은 이런 움직임을 받아들여 송 의원에게 구제의 손길을 뻗히게 된 것이다.

송 의원은 당 구제 방침에 대해 “그동안 겸허한 마음으로 깊이 반성했다”며 “당 공천을 무겁게 받아들여 당에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개혁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그가 낙천자 명단에 오른 이유와 당에 의해 구제된 정황을 그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이번에 당에서 내린 구제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당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더 큰 사명감을 갖게 됐다. 당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송 의원이 낙천자로 선정된 근거 중에는 지난 99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정치자금법에 위반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 받은 사실이 문제가 됐다. 어떻게 생각되는가.

▲당시 정치 초년생으로 연세대학교 동문회차원에서 주는 격려금이라 생각하고, 큰 문제의식 없이 받았다.

선거에 패하면서 당시 실무자들이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면서 영수증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물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그러나 이사건의 경우 당시 현직 국회의원도 아니었고, 낙선한 선거였다.

또한 옷로비사건 등으로 인해 민심이 이반돼 당선의 가능성도 크지 않았기에 로비대상이 될 만한 위치도 아니었다.

단지, 연세대 상대 출신의 정치인이 나 혼자뿐이었고, 송자 총장을 비롯한 연세대 상대 동문들이 같은 연세대 상대 출신인 김우중 회장에게 수차례 도움을 요청해 받은 후원금으로, 최근 벌어진 특혜를 바라는 대가성 있는 정치자금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당시 공소시효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반성했으며, 회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재판결과에 승복했다.

-지난 99년 금품제공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은 것도 이번에 선정 근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99년 말 송년회 때 지역사회에 봉사활동을 하느라 고생중인 한 초등학교의 녹색어머니회 회원들 10여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고, 10여개의 조기축구회에 축구공 1개씩을 준 사실이 있다.

당시 정치초년생으로 지역구민을 만나 소신과 공약을 전달할 기회가 제한돼 있다 보니 선거법위반행위를 한 점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개혁과정에서 논의됐듯이 당시의 선거법 자체는 너무 불평등해, 정치신인들의 초보적인 홍보활동도 금지 된 상태였다.

-시민단체들의 낙천ㆍ낙선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하지만 유권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각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철학과 기준에 기초해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낙천ㆍ낙선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유일하게 나에 대해서는 선정위원들 간의 찬ㆍ반 양론이 분분해 표결까지 거쳤다는 얘길 총선연대관계자로부터 들었다.

선정위원 100명 중 찬성이 53명, 반대가 47명이었다고 한다. 이는 선정위원 모두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근소한 차이로 낙천ㆍ낙선대상자에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겠다.

-선정기준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또 이번에 당에서 구제키로 결정했으나 낙천ㆍ낙선 대상자에 선정된 것이 유권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말해 달라.

▲각 시민단체들이 자기들의 철학을 가지고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선정기준에 대한 불만은 없다.

그러나 총선시민연대의 낙천ㆍ낙선 대상자의 선정이 철학과 기준에 따른 발표가 아니라 형평성과 일률적인 기준에 맞춰 이뤄진다면, 현재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박빙의 수도권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어차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상대 후보에 의해서건, 다른 언론에 의해서건 밝혀질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국회의원이 되기 전일이고, 패배한 선거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미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죄 값을 모두 치렀다.

또한, 국회의원이 되고나서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나라발전, 정치개혁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발버둥치고자 하는 나 자신을 아직까지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낙천ㆍ낙선 대상자에 선정된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단체도 그동안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지적해 온 만큼 당 결정을 존중해주기 바란다.

당 나름대로 이번 구제 방침을 정하기까지 다양한 통로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심층적인 고민 끝에 공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로도 시민단체가 나에 대한 낙천운동을 지속한다면 이는 곧 검사출신인 상대당의 당선을 돕는 일이 될 것이다.

/이영란기자 joy@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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