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건‘정책 정치’로 승부 걸겠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2-13 19: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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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나라당 진 영 의원 “이제부터 스스로의 정치를 시작하겠습니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한 한나라당 진 영(서울 용산) 의원이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의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 같은 진의원의 발언의 배후에 유난히 관심이 쏠린다.

그 이유는 이번 발언이 그간의 진 의원 행보와는 상당히 많이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대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의 적극적인 권유로 정치권에 인연을 맺은 진 의원은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던 최근까지 정치적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던 편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소신있는 행보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최근 출마설이 돌고 있는 이 전총재에게 대선 출마를 만류하는 직언을 했는가 하면,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서울 균형발전 의원모임’에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략보다는 정책 위주의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실천한 결과다.

그 결과 진 의원은 여야 구분 없는 열린 마인드로 동료의원 사이에서 높은 호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진 의원의 인기는 당내라고 다르지 않다. 현재 계파 간 기 싸움이 한창 진행 중인 당내에서도 각 계파로부터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인물도 바로 진 의원이다.

그런 그가 지금 ‘자신의 정치’를 말하면서 실제로 금년 상반기를 자신의 정치방향의 틀을 구축하는 기간으로 잡고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정략 정치’로 얼룩진 정치권의 자존심을 ‘정책 정치’를 승부수로 제대로 된 정치를 한 번 해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진 의원은 지난 13대 국회 때부터 출마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본인의 관심이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껏 이를 고사해 왔던 것.

그런 이유로 ‘국회의원이 적성에 맞느냐’는 질문을 던져봤더니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으나, 일단 출마를 하고 이 길로 왔기 때문에 이제는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진 의원이 그만큼 자신감을 지니고 있다는 뜻일 게다.

-이번 연찬회를 계기로 당내 노선경쟁이 아주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 의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노선이야기를 할 때 항상 ‘진보냐 보수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진보냐 보수냐’로 구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선거 때도 노선 이념적 위치를 물어 볼 때 나는 ‘개혁적 통합주의’라고 얘기를 했다.

가령 우리 국회의원들 중에 상당히 진보쪽에 있는 사람, 더 보수쪽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 하루 밤새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누가 한 사람한테 승복당하거나 자기의 노선을 수정하겠는가. 그런 끝장 토론을 한다는 것은 부적합한 접근방법이라고 본다.

무슨 이야기냐면 연역적으로 ‘우리의 이념은 뭐다며 이야기 해놓고, 그 이념에 맞춰서 우리가 정책을 세운다’ 이건 아니라는 말이다. 이념부터 설정해놓고 자꾸 그 이념에 얽매이게 되면 이념의 노예가 되는 거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귀납적 정치를 해야 된다. 어떤 정책을 우리가 취하고, 그 정책을 가지고 토론을 해서, 정책을 결정한 다음에 ‘아, 이 정책을 이렇게 하니깐 우리는 중도 같구나’ 이렇게 돼야 하는 것이다. 귀납적으로 해야지 자꾸 연역적으로 공동체주의를 설정해 논다던지, 신자유주의를 설정해 논다던지 하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고 시대에 맞지도 않는다.

-진 의원은 지금 ‘시대정신’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그러면 진 의원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

▲우선 각자 생각하는 게 틀리겠지만 통합이다. 이 다원화 된 사회에서 각자 자기위치에서 자기의 특색, 자기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서로가 공존하는 거다. 시대정신은 결국 이념을 가지고 가르는 게 아니라 통합과 화합의 시대정신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구태여 이념이나 뭐 이런 걸 갖다가 꼭 나눈다면 나는 역시 중도를 택할 수밖에 없는 그런 거다.

-진 의원은 야당 의원이면서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서울 균형발전 의원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더구나 당시 박근혜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으면서.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과도 이야기를 나눈 바 있지만 그런 모임은 여야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열린우리당 쪽 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만들었지만 한나라당도 많이 참가를 해야 한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든 모임에도 열린우리당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 여야가 같이 모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당 대표 비서실장 직책 때문에 시간이 없어 국회의 여타 모임에 참석을 못했었으나, 이제 그만뒀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모임에 자주 참여할 생각이다. 물론 당내 모임에도 활발하게 참여할 것이다.

-임시국회가 열렸다. 하지만 그동안 여야는 만나기 전부터 각 당의 입장만 강경하게 이야기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모두 상생과 민생을 얘기하고 있다. 정치권의 참된 상생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작년에도 충분히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었으나 결과가 부진했다. 그렇게 극한적인 상황까지 안가고 막을 수가 있었는데 그걸 못 막았다는 점에 대해 국회의원 모두 스스로 반성을 해야 된다. 한번 대치쪽으로 들어가 버리면 자꾸 대치하게 되고 다른 방법은 안 찾아지게 된다. 야당은 싸워야 하고 여당은 또 그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이러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진정한 상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의원들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된다.

물론 제도를 바꾸고, 뭐도 바꾸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 아무리 제도를 바꾼들 생각이 안 바뀌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역시 환골탈태 하려면 소속 국회의원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된다.

-정당은 정권창출이 굉장히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지금 당내에서 여러 계파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권창출이다. 이에 대한 진 의원의 입장은.

▲가장 중요한건 한나라당이 그동안 두 차례 선거를 진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이 확실히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

책임이 따른다고 해서 누구 한사람이 어떻게 책임을 지고 그만둔다는 이런 책임이 아니라 정확한 반성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동안 한나라당은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어떤 패인에 대해서 정확한 반성과 책임 추궁이 없었다. 그래서 똑같은 우(愚)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당내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그것이 해당행위 아니냐’며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 자체가 잘못 됐다고 본다. 당내에서 무슨 이야기든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꾸 그런 이야기 하면 당의 분열을 초래한다’며 입을 막는 건 전 근대적인 정당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헌당규를 바꾸자거나 당 대표 물러나라는 이야기 그건 당에서 다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당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오히려 바람직하고, 이런 것이 생산적일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분열적이어선 안 된다. 당 발전을 위한 당내 고언에 그쳐야 한다. 그러니까 통합을 위한 과정이여야지 자꾸 분열을 전제로 한다던가 깨지는 걸 목적으로 한 것은 안 된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패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것은 한나라당이 젊은 세대들과 정서적 교감을 잘못 했기 때문이다. 그건 결국 당이 시대적 흐름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거다. 반면 젊은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정황을 인정하지 못했던 점이 실책이었다. 기존의 관념으로 보면 미덥지 못한 부분일지라도 시대변화를 감안한다면 다른 대응책이 준비됐어야 옳았다는 얘기다.

두 번에 걸친 대선에서 패배함으로써 한나라당이 계속 지키려고 했던 그 체제, 그 생각은 이미 무너졌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새로운 생각으로 발상의 전환 모색에 나서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지난해 마지막 국회 처리과정에서 박 대표의 완강한 모습이 보수로서의 회귀로 비쳐져 결국 당의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진 의원은 견해는.

▲국가보안법폐지를 막는 것까진 괜찮았는데 그것에 대해서 너무 퇴로를 차단하는 것 같았고 나머지 세 개 법도 같은 카테고리에 묶은 것 자체가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이 그렇게 묶었기 때문에 박근혜 대표도 당장 그렇게 하면 지지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본인의 소신으로 ‘이건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했고, 국가 보안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약간 강경하게 나간 건 불가피했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것까지 같은 패키지로 한건 부적절했다. 다른 법안까지 패키지로 묶는 바람에 설자리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그런 어떤 강경한 입장에서 벗어나서 유연하게 대처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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