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원내대표실에서 수도권 출신 의원들과 함께 ‘수도이전 합의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서 전 의원은 “우선 16대 당시 수도이전특별법을 통과시킨 원죄의 당사자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지금 또다시 오류를 되풀이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반대 농성에 동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의원은 자신의 반대의사가 차기 대권과 관련,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이것은 특정 대권 주자에 대한 지지의사와는 관계없다”며 “다만 오랜 공무원 생활 경험에 비춰볼 때 이는 국가 업무 효율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공무 집행 시간이 낭비된다는 원칙적인 생각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또 “행정수도이전 여야 합의과정에서 중요 변수의 하나인 ‘통일’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 의원은 특히 지난 구례 의총당시 행정부처의 일부를 포함해서 수도이전 하자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회의를 통해 부결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당시 부결된 안을 지도부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충청주민 설득 등의 방법으로 수도이전 문제를 처리해야 옳았다”면서 “국가 전체 이익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정치적 여야 합의는 이런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전 의원은 초대 여성 관선·민선 시장을 지낸 행정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떤 것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16대에 전국구의원으로 있다가 사퇴하고 지역구로 전환했다. 당시 임기가 보장돼 있는 금배지를 버리고 지역구로 나오게 된 것은 600여명의 광명 시민이 사인을 받아 저를 지역구에 출마시키라고 농성 비슷하게 했기 때문이다.
달려있는 배지를 떼야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에 완전히 적응됐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높았지만 ‘나라가 어려운데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혹은 ‘개인적으로 정치 개혁에 일조하고 있는가’ 등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원래 4년만 하고 국회의원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으로 16대 국회를 활동했는데, 주민들이 아침마다 찾아와서 성화를 하니까 그것이 자꾸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지금 지역주민들은 덕담 삼아 “국무총리 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국회에서 정치를 하는 것과 행정을 비교한다면 행정분야에서 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닿으면 도전해 보겠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행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가. 최근 전 의원의 도지사 출마설이 각 언론에서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데, 이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작든 크든 공직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맡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단체장 한 사람이 제 역할을 못하면 시 전체, 혹은 도 전체를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도를 위해서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돼야 한다.
광명시장을 4년하고 스스로 그만두었다. 당시 시민들은 계속 하기를 원했지만 너무 지쳐서 집에서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재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결단을 내렸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국회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주어진 복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크게 진전된 게 없다. 전의원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한가.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정권창출을 하지 못했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변혁이라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보기에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변혁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사람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인적구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NGO 활동을 하는 사람은 물론 한나라당과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은 보다 개방적이어야 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고 당이 변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노선갈등이 심각하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전 의원의 성향은 어떠한가.
▲얼마전 중앙일보에서 의원들의 성향을 평가한 것을 보았다. 저는 당내 진보성향 의원 20명 안에 들어갔다. 그런면에서 한나라당 안에서는 분명히 중도좌파에 해당한다.
엄격한 의미에서 저는 분명히 이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합성이 없는 이상은 행정이나 정치에서 먹혀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현실적합성이 있느냐 하는 측면에서 ‘이상을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분명히 ‘좌’ 쪽에 가있다.
엄격한 의미로 우리나라에서 이념 정당은 민주노동당 뿐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실용주의’라고 하는 ‘제3의 길’을 서로가 모색하고 있다. 그때그때 관점에 따라 공통적인 부분이 다를 뿐이다.
-지금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여성전용선거구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그보다 여성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전 의원의 견해는.
▲현실적으로 여성비례대표가 50%를 넘어서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례대표로 들어온 여성 의원들이 다음번에 다 지역구로 나가서 성공을 하면 굉장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여성정치인을 길러 낼 수 있는 토양은 비례대표다. 따라서 비례대표 여성 의원이 다시 지역구에 갈 수 있도록 각 당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여성전용선거구 문제는 그것이 한시적이라고 해도 헌법 개정이 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클것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유권자의 선택문제도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우리 지역을 위해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은 거지, 특정 성이나 특정인을 뽑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여야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서 행정구역개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 의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행정구역개편은 당초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전에 먼저 논의가 되고 결론을 냈어야 하는 문제였다. 오늘의 문제점은 지방자치 실시과정 순서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야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 와서 행정구역 개편논의를 하는 것 역시 국민동의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공천배제논란이 한창이다. 여당은 배제를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현행방식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로지 지방자치단체를 다스린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당공청 배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당에서 공청과정을 통해 그 사람을 검증하고 주민의 투표를 통해 다시 검증하는 차원에서 정당공천이 바람직하다. 특히 책임정치 차원에서는 정당공청이 필요하다.
정당공천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향식공천이냐, 아니면 하향식 공천이냐하는 문제일 것이다.
-전 의원은 본사 제정 의정대상을 수상하는가하면, 한 시민단체로부터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한 된바 있다. 의정활동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무엇인가.
▲서민들은 지금 금융채무연체로 고통스럽다. 신용불량자가 400만 가까이나 된다. 이들 신용불량자들에게 국민연금을 줘 재출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국민연금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 낸 사람 중에 신용불량자가 160만명이다.
또 1000만원 미만 신용불량자가 52만명인데 이법으로 60만명까지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돈을 다 내놓아야 되니까 지금 안하려고 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남북발전특별위원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문제로 돌아가서, 전 의원은 ‘광명역 정상화 및 영등포역 정차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인가.
▲서울은 지금 교통혼잡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KTX열차로 다른 지역 사람이 서울로 모이면 서울은 더 혼잡해진다. 그래서 한강 이북은 서울역을 사용하고 한강 이남의 서울시민과 경기도주민들은 광명역을 쓰라고 광명역을 만든 건데 이를 영등포역으로 하는 것은 원래의 국가 정책과 안 맞는다.
물론 영등포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그게 더 좋겠지만 지하철만 있으면 광명까지는 불과 5~10분 거리이다. 따라서 빨리해야 할 일은 지하철을 잇는 것이지 그걸 다시 영등포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면 고속철이 저속철이 되고 말 것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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