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이날 “지난 1년간의 의정생활을 돌아보면 부끄럽고 괴로웠던 날이 많았다”며 “국회의원의 책무는 ‘국가이익’을 우선하고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올바로 반영하며 대통령과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박 의원은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국민의 의사’는 묻지 않고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이익’을 서슴없이 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국회의원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욕감과 분노를 느낀 경우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박 의원은 “최근 여야의 합의로 ‘수도분할법’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침내 국회의원직을 국민 여러분께 되돌려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며 “국민적 고통과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분할법을 막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국민께서 국회의원으로서 저에게 맡긴 기본책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박 의원은 이날 김원기 국회의장실을 방문, 지난 4일 제출한 의원직 사퇴서에 대한 최종 수리를 부탁했다.
박 의원은 김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여러가지로 깊이 생각했고 그 결과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의원직을 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심사숙고했으리라 본다”며 “다만 사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만류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가능하면 꼭 수리를 해달라”고 사퇴의지를 거듭 확인시켰다.
박 의원의 사퇴서가 수리될 경우 이성구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왜 사퇴를 결심했는가.
▲ 지난 1년간의 의정생활을 돌아보면 부끄럽고 괴로웠던 날이 많았다. 국회의원의 책무는 국가이익을 우선하고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올바로 반영하는 것이다. 또 대통령과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국민의 의사는 묻지 않고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이익’을 서슴없이 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특히 최근 여야합의로 ‘수도분할법’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침내 국회의원직을 국민 여러분께 되돌려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국회의원으로서, 야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국민적 고통과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분할법’을 막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국민께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저에게 맡긴 기본책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 그래서 사퇴를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행정중심도시특별법’이 과연 의원직을 던져야 할 만큼 그렇게 중요한 문제냐며 사퇴를 만류하고 있는데.
▲수도분할법은 바로 나라를 망치는 전주곡인 것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수도분할법은 위헌적 법률이다. 지난해 헌재판결의 취지는 수도이전은 반드시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 다수는 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에 대해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수도이전 법’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가진 ‘수도분할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여야 지도부는 국민의 의사와 동의를 구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막후합의로 강행처리했다.
이 잘못된 법을 통과시킨 여야 의원들은 ‘수도분할법’이 가져 올 국민적 고통과 국가적 재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이 법률이 또 다시 위헌판결을 받게 된다면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는 스스로 해산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왜 특별법을 그토록 반대하는 것인가.
▲수도분할법은 국가이익을 우선하기 보다는 여야간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략적 타협의 기형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국가발전이나 국리민복을 위한 입법이 아니라 특정지역을 의식한 여야간의 선거 전략, 득표 전략의 산물이다.
그런데 헌법 제46조 제2항은 분명히 국회의원은 당리당략이나 지역이익을 국가이익에 우선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도분할법은 많은 전문가들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민적 고통과 비용만을 높여 결국은 국민적?국가적 재앙을 가져올 망국의 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도분할은 엄청난 국민적 불편과 고통은 물론 행정의 비효율과 낭비를 가져오고, 수도와 국가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만약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경우에는 분명히 제2의 새만금 사업이 될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국가적·국민적 재앙이 예상되는데도, 어떻게 수도분할 정책이 올바른 국토의 균형발전 전략이며 충청도 발전전략이 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중심도시 건설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책이라는 주장도 있지 않는가.
▲올바른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21세기 동북아시대에 걸맞는 한반도 공간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예산과 권한을 분권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의 특화와 자립전략을 우선적으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충청지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역의 특성에 뿌리내린 교육기업도시이지, 정략적 타협의 산물인 분할행정도시가 아니다.
-박 의은 여당을 ‘거수기 정당’이라고 비난하면서 동시에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들러리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수도분할법 국회통과는 3권 분립의 원칙 아래에서 정부의 독주와 독선을 감시·견제·비판해야 할 국회의 본래 사명을 포기한 입법다.
여당이 완전히 ‘거수기 정당’을 했다. 아무리 청와대와 총리실이 지시했다고 해도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진지한 고뇌의 흔적도 없이 기본 책무조차 포기하고 말았다.
앞으로 이 수도분할 법이 끼칠 국민적·국가적 재앙에 대해 집권정당으로서 어떻게 책임질 것입인가.
그러나 이보다 더 답답한 것은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잘못을 견제·비판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들러리 정당’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야당이 야당의 역할을 포기한 셈이 됐다. 모든 일에는 절충해야 할 것이 있고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 있으며 서로 협조해야 할 것이 있고 견제해야 할 것이 있다. 그러나 야당은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을 절충했으며 견제해야 할 것을 협조하고 말았다. 소금이 소금의 맛을 잃으면 사람들이 버리듯이 야당이 그 맛을 잃으면 국민들이 던져 버린다는 엄중한 역사의 심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엄청난 비효율과 낭비, 지역간의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야합 앞에 올바른 국가 경영은 무릎을 꿇는 일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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